영락원, 이사 해임 피하기 위해 절차 무시했나
상태바
영락원, 이사 해임 피하기 위해 절차 무시했나
  • 배영수 기자
  • 승인 2016.05.14 20: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천시 해임명령에 이사회 ‘사임 꼼수' 정황 논란


지난해 파산한 연수구 내 노인복지시설 영락원의 방만 경영 의혹이 논란 속에 있는 가운데, 영락원 법인의 이사들이 시의 당시 해임명령에 '사임'으로 처리하기 위해 ‘꼼수’를 썼을 가능성이 포착되고 있다.

이들이 해임을 피하고 사임 처리를 한 것은 사회복지관련규정에 따라 해임이 된 경우?5년 간 사회복지 관련 법인을 설립하거나 활동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만, 사임으로 처리되면 향후에도 사회복지 관련 활동에는 아무런 제약이 없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

인천시 관계자와 일부 주변 채권자들에 따르면, 시가 방만한 경영을 이유로 지난해 4월 김 모 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에 대한 해임 및 청문 예고를 통보(최종 해임명령은 5월 초)했는데, 당시 이사회에서 이 해임명령을 무시하고 이사회 의결로 사임 처리하면서 규정 상 절차를 무시했다는 것이다.
?
시에 따르면 시가 영락원 이사진들을 해임 예고 통보한 것은 지난해 4월 2일. 청문은 약 2주 뒤인 18일에 진행됐다. 이와 관련해 3일에는 해임 대상 이사들이 이들 외 나머지 이사들과 만나 해임에 협조를 해달라고 했는데 당시 이사들은 “꼭 해임을 시켜야겠느냐”고 돌아갔다고 한다.
?
그러나 청문 당일인 18일 전 영락원 측이 전달한 의견서에는 이미 4월 1일자로 이사회가 진행돼 이들을 사임처리 하고 신규 이사들을 선임했으며 참석 확인도장 등이 날인돼 있었다는 게 시가 밝힌 내용이다. 시에 따르면 이사직은 해임 및 청문과 관련된 사실을 파악한 뒤로는 사임할 수 없도록 돼 있다. 즉 해임 및 청문예고 통보를 한 2일 이후의 사임 처리는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
시에 따르면 시 관계자가 3일에 나머지 이사들을 불러 해임 협조를 요청했을 때 “꼭 해임시켜야 하냐”며 반문했다는 것을 전제하면, 이들이 해임을 피하고 사임으로 처리하기 위해 열리지도 않았거나 사실상 무효인 이사회를 여는 등의 꼼수로 해임을 피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
시 관계자는 “이사진들이 지난해 1일 열었다는 사임 처리 및 신규이사 선임에 대해서는 시에 이야기한 바도 없고 더욱이 청문 사실을 알고 나서는 사임을 할 수 없음에도, 날짜를 조작해 1일에 이사회를 하지 않았는데 했다고 허위로 이사회 회의록 등의 문서를 조작했을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고 전했다.
?
이 가능성은 당시 시가 선임해 감사로 활동했던 인물을 통해서도 드러나고 있다. 당시 감사로 활동했던 정모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4월 이사 해임 건 관련해 시의 명령도 있었는데, 당시 시점에서 이사회를 4월 1일에 열었다는 얘기는 감사인 나도 들어본 바가 없고, 사전 전화 통보도 전혀 없었다”면서 “아마 내부적으로 했던 것 같은데 그래서 인천시도 절차상 문제 있는 거니 취소하라고 하는 것”이라 밝혔다.
?
반면 영락원 측은 이같은 혐의에 대해 부인하고 있다. 4월 1일 이사회 당시 사전통보를 미처 하지 못해 절차 상 문제가 있었던 것은 인정하지만, 당시 다루어졌던 내용은 다음 달 이사회를 통해 모두 추인한 만큼 문제가 없었다는 게 영락원 측 주장이다.
?
영락원 관계자는 “4월 1일 열었던 이사회가 일주일 전 사전 통보를 하지 못해 효력이 없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그 문제를 인지하고 다음 달인 5월 19일에 김 전 대표이사의 사임 처리와 신규이사 선임 등 등 4월 1일 열렸던 이사회 내용을 포함해 신규이사 선임 등 내용의 추인을 모두 의결했다”고 말했다.
?
이 관계자는 “당시 시간과 장소, 안건 등도 모두 공지됐고, 당시 이사회에는 시에서 보낸 추천이사와 감사도 있었다”면서 “시에 회의록 등 자료도 제출돼 있으니 확인 가능할 것”이라 말했다. 이어 “영락원의 해임이나 사임 등은 시가 명령하는 게 아니라 이사회 의결로 결정되는 것으로, 아무런 절차 상 문제가 없고, 이사가 문제를 삼는다면 몰라도 시가 나서서 문제 삼을 권한이나 이유 등도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
그러나 5월 당시 열렸던 이사회가 효력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일각에서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상태다. 그 역시 전화상 연락만 왔고 장소와 안건 등이 당일 파악됐다는 것이다.
?
당시 감사로 활동했던 정모씨는 “5월 초에 긴급 이사회를 한다고 연락이 왔는데 그것도 정식 서면 통보 등이 아닌 전화로 왔는데 이사회가 열린 그날 인근 식당에서 한다는 것을 당일에 알았고, 안건 역시 미리 통보된 게 없었다”면서 “일주일 전 정식 통보하는 내용에는 이사회가 열리는 시간과 장소, 안건까지 모두 적시돼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게 없었던 만큼 5월의 이사회 역시 효력을 가진다고 보기 힘들 것 같다”고 전했다.
?
법조계 일각서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인천서 활동하는 류모 변호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19일의 추인의 경우 새롭게 이사회를 열어서 새로 의결을 했다면 합법적으로 인정될 소지는 있겠지만, 이후 추인을 했다 해도 무효한 이사회에서의 사임 처리는 사실상 ‘사문서위조’에 해당하며 당시 이미 죄가 성립이 돼버린 상태로 추인을 했다는 이유로 죄가 안 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류 변호사는 “정치인들이 뇌물을 받아쓰면 그 즉시 유죄인 거지, 한 달 있다가 돌려주면 그게 무죄가 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로 보면 되는 것”이라고 의견을 전하기도 했다.
?
한편 영락원은 시의 대규모 지원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졌던 복지시설이기도 하다. 시는 지난 2011년까지 영락원이 운영하던 5개 시설에 50억 원 대 규모의 시설지원비를 투입했고, 2012년 2개 시설로 축소된 후에도 20억 원 대 규모가 지원돼 왔다. 이는 모두 시민 혈세인 셈. 방만 경영 의혹 및 이사진들의 사임을 두고 시와 영락원 측이 보이는 갈등 구조에 지역사회가 지금까지도 주목하고 있는 이유다.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