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상가 불법 전대계약이 시 조례... 상위법 거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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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상가 불법 전대계약이 시 조례... 상위법 거스려
  • 배영수 기자
  • 승인 2016.06.09 16: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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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관리공단 임대기간 연장하며 사실상 ‘방치’... 시의회 전반서 비판 확대

부평지하상가 전경. ⓒ배영수
 

인천 관내 지하상가가 불법 전대계약(임차인이 공단 등으로부터 임대받은 공유재산을 다시 다른 임차인에게 재임대해 사실상 개인재산처럼 다루게 되는 것)의 관행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인천시 시설관리공단과 시의회 등이 사실상 이를 방치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공유재산에 해당하는 지하상가를 개인 재산처럼 휘두르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문제지만, 시가 공유재산을 회수하기라도 하면 전대인들이 법적으로 권리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등의 문제가 있음에도 인천시 조례가 이를 허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문제는 시 조례가 상위법을 위반하고 있는 것이어서 고쳐지지 않은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최근 인천시의회 문화복지위원회의 ‘민간위탁 및 보조사업 행정사무감사’ 결과에 따르면, 인천시 시설관리공단이 ‘인천시 지하도상가 관리 운영 조례’에 근거해 임대사업을 진행, 올해 임대기간을 연장해준 것으로 나타났다.
 
공단이 연장 허가에 근거로 했다는 이 조례는 전대계약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는 상위법을 거스르는 것이어서, 이미 여러 차례 문제가 됐던 내용이다. 지역사회 내부에서뿐만 문제를 삼은 바도 아니다. 9년여 전부터 행정자치부가 “위법한 조례인 만큼 시정하라”고 권고했음에도 시의회가 이를 개정하지 않았고 이에 공단도 그대로 방치했던 상황이었던 것.
 
더군다나 전대계약의 문제점에 대해 시가 향후 공개입찰을 단계적으로 적용하겠다고 밝힌 것이 최근(지난해)이었던 만큼 공단의 임대기간 연장을 시의 정책방향을 사실상 거스르는 셈이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이러한 방법으로 전대계약을 행사하는 일부 상인회 등 관계자들이 이러한 불법전대를 지적하는 정치인 등 지역 인사들에게 오히려 ‘어깃장’을 놓고 있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실제 부평지하상가의 경우 지난해 시민 통행권을 보장하는 횡단보도 설치를 놓고 반대하면서 논란이 됐던 지하상가연합회 측 상당수가 횡단보도 설치 및 전대 방지 등을 주장했던 시의원에게 사퇴 압박을 넣거나, 개정작업을 하고 있는 시와 의회 등에게 탁상행정을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상황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
 
최근 시의회 문화복지위원회에서 이러한 전대계약에 대한 문제점이 진중하게 다뤄졌다. 문복위원장인 이한구 의원은 “지난해 행정사무감사 당시 ‘인천시 지하도상가 관리 운영 조례’가 상위법에 위반돼 공단에 시정을 요구했고, 이에 한창 개정작업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공단이 임대기간을 연장해 공공시설로 눈먼 사익을 추구하도록 놔두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비판하기도 했다.
  
실제 이러한 전대계약은 인천뿐만 아니라 수도권 대부분의 지하상가에서 문제시되고 있다. 공단 등으로부터 지하상가를 임대한 임차인들이 다시 다른 상인에게 임대하는 전대를 통해 2차 임차인들로부터 배가 넘는 임대료를 받을 수 있기 때문. 2차 임대에서 소위 ‘웃돈’이 붙을 수밖에 없기 때문인데, 더군다나 지하상가가 공공시설임을 감안했을 때 사실상 ‘부당이익’에 해당된다.
 
실제 인근 서울시의 경우 지난 2012년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지역에서 빈번히 발생하는 지하상가 전대계약에 대해 “이렇게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전대가 이뤄지고 있으리라곤 생각하지도 못해 충격을 받았고, 전면 감사가 필요하다”고 언급하면서 2014년서부터는 전담 기동반을 운영해 부당 전대계약 적발을 하는 등 성과를 이뤄내기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강남지역의 몇몇 상인이 알려준 바에 의하면 아직도 지하상가에서 공공연히 전대계약이 은밀히 진행된다고 하며 이에 서울시 등은 내부서 소송전 등도 검토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했다.
 
그래도 서울시는 전대계약을 타파하려는 움직임이라도 있지만, 인천시는 오히려 시 조례를 통해 전대계약을 부추기는 역할을 사실상 해 왔다는 평가가 짙다. 실제 전국 광역지자체 중 지하상가의 전대 계약을 조례로 허용하고 있는 단체는 인천이 유일하다. 심지어 임차인이 지하도상가 개보수를 진행해 공단에 기부채납하면 임대기간이 최대 20년간 연장된다는 내용까지도 적시돼 있다.
 
이 때문에 전대계약이 불법임에도 지하상가 전대계약에 연루된 인물들이 오히려 공세를 취하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상황을 시 공단과 의회가 사실상 만들어준 셈이다.
 
물론 이들도 할 말은 있다. 리모델링 작업을 통해 상권 유지에 나름대로 노력했다는 것. 지하상가연합회 소속의 한 관계자는 “지하상가 리모델링 작업에 지난해 100억 원 넘게 투자했고 임대료도 매년 성실히 납부하고 있다”면서 “시의회에서도 이에 대한 일종의 보상책 같은 방향으로 전대계약을 허용한 것인데 이를 문제 삼는다면 우리 입장에서는 온당하지 않다”고 반박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전대계약이 관행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시가 이들 공유재산에 대한 회수 작업을 진행했을 때 전대계약 상 임차인들이 법적으로 권리금 등을 돌려받을 수 없다는 일종의 ‘악덕조항’이 있다는 점이다. 전대계약을 추진해온 인물들이 리모델링 등에 투자를 했다고 해도, 근본적으로는 전대계약이 폐지되어야 하는 결정적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인천시의회 문화복지위원회 소속 조계자 의원(사진) 역시 전대계약 상 문제점을 지적했다. ⓒ인천시의회
 
인천시의회 문복위 소속의 조계자 의원은 “시가 공유재산을 회수하게 된다면 전대계약에서 임차인에 해당하는 상인들은 권리금을 돌려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거의 모르는 상황을 공단이 알고 있는데도 사업승인을 해준 것은 문제가 있다”며 이를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시설관리공단 측은 “사실 공단 차원에서보다는 상가임대차보호법에 따라 정리를 해야 하고 조치토록 하겠다”고 일단 밝혔다.
 
한편 문복위 내에서뿐만 아니라 시의회 전반이나 시민사회 일부에서도 이러한 전대계약에 대한 문제가 오래전부터 지적돼 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부평지역이 지역구인 유제홍 의원은 “시가 대부료를 소폭 줄여줬음에도 전대 계약의 문제점으로 일선 상인들에게 그 혜택이 돌아가지 못하고 사실상 ‘착복’이 된 과정이 파악된 만큼, 최근 부평지하상가 인근에 횡단보도 설치를 주장하면서 전대계약 등에 있어서도 문제를 지적했는데 그 때문에 지하상가연합회 등이 나에게 시의원을 사퇴하라는 등의 주장을 했던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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