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 문갑도 살이의 기본 에너지
상태바
독, 문갑도 살이의 기본 에너지
  • 류재형
  • 승인 2016.08.12 09: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6)무언의 대화2


<1949년에 문갑리에서 만들었다는 표식을 해 놓은 독, 문갑도 김현기 당집 어르신이 보관하고 있다.>


문갑도의 옹기는 해방이후 새우가 왕성하게 잡히던 시절을 같이 합니다.
새우잡이로 마을에 들어온 새우는 숙성 과정을 거쳐 옹기가마에서 갓 구워낸 새우젓 독에 담아 뱃길을 통해 충청도와 인천으로 팔았습니다.

70년대 초까지 문갑의 가마터에서는 수 백명의 외지인과 마을 주민이 어울려 독을 만들어 냈습니다.
새우젓 독 뿐만 아이라 용도에 따라 다양한 용기의 독을 만들어 냈습니다.

간장독, 된장독, 술독, 물독, 떡을 찌는 독 등 독의 수용성은 한국인의 먹거리에 중요한 존재가치를 지닙니다.
당시 독을 굽던 사람들은 사라지고 없지만 사물은 그 무엇인가 흔적을 남긴다고 20세기 프랑스를 대표하는 철학자이자 사회 이론가인 ‘장 보들리야르’는 말했습니다.

사람의 뛰어난 지적 능력을 통해 세상에 의미와 가치를 지닌다고 했습니다.
‘사라짐’은 달리 생각될 수 있고, 독특한 사물로서, 특수한 욕구의 대상으로서, 존재하고 흔적을 남긴다고 했습니다.

더 이상 세상을 바라볼 사람이 남아있지 않아도, ‘사라짐’으로 인해 예전에 있었다고 전해 듣는 우리들에게 어떠했는지를 짐작할 수 있는 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흔적을 남기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사라짐’은 예술로서 승화되어 외형뿐만 아니라 내면에 수용하는 물건으로서 신비에 가까운 보존력과 생명력, 그리고 존재하기 위한 인간의 삶을 위한 기본적 에너지를 이 독이 제공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사람이 살아남기 위해서 마을의 독은 존재했던 것입니다.

사물이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요소와 그 이면에 숨은 사람의 생각들은 그 사람들이 ‘사라짐’ 이후에도 살아있는 모든 것의 페러다임이 된다는 것입니다.
살아있는 사람들은 이 독을 깨지 않기 위해 잘 보존하고 가치를 이어가 그 이전에 이것을 만들었던 예술적 관점의(당시는 예술이 아닐지라도) 사람들을 기억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설사 독이 깨어진다고 해도 살아있는 사람들은 이를 소멸시키지 않고 어떻게 하면 옛 선인들의 슬기로움을 기억하고 남기기 위해 근처에 두고 생명의 싹을 키웁니다.
그래서 ‘사라짐’은 또 다른 탄생을 의미하며 새로운 탄생은 시작부터 ‘사라짐’을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디지털이 만연한 지금의 시대에서 독에 대한 아날로그의 형태를 생각해 봅니다.
부드러운 곡선으로만 구성되어 있고 투박함과 적당한 볼륨감, 하나도 같지 않은 형태, 그리고 자연과 순응하고 적응하는 독의 존재가치는 과연 무엇이라고 명명될 수 있을까요?

진정한 인간적 삶에서 기계의 조작이 아니라 자연과 더불어 사물의 존재의 이유를 따져보면서 특별히 독공장이 두 개씩이나 있었던 문갑도에서 독에 대한 가치를 느껴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