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적 소통'을 전복하는 '수돗물 불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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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적 소통'을 전복하는 '수돗물 불소화'
  • 박병상
  • 승인 2010.08.20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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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in 칼럼] 박병상 / 인천도시생태·환경연구소 소장


사실 이번 인천 5차 지방선거 결과에서 가장 큰 걱정 중 하나는 수돗물 불소화 논쟁이 재현될 것인가 여부였다. 더구나 신동근 정무부시장이 수돗물 불소화를 추진하는 측에 서 있었기에 더욱 불안했는데, 정말 지겹고 지겨운 논쟁이 재현되려나. 논쟁 초기 멋모르고 수돗물 불소화를 찬성했던 시민들은 내용을 소상하게 알고 나면 반대로 돌아선다. 또 그 꼴을 반복해야 하나 싶어 답답했는데, 이번 인천 정부 하에서 그도 아닐까 싶어 덜컥 겁이 난다. 강제로 실사하겠다는 호언이 부시장의 입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어떻게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지방정부에서 수돗물에 독극물인 불소를, 그것도 강제로라도 반드시 넣을 궁리를, 그것도 수돗물 불소화를 추진했던 사람끼리 모여서 결정한다는 건가. 어떤 책임 있는 유권자가 그런 행위를 승인해주었는가! 시장의 공약이라고? 그 공약을 언제 누구와 협의해서 만들었는지, 몹시 궁금하다. 왜 유권자의 대부분은 그 공약을 사전에 몰라야 했을까. 누가 왜 선거 기간에 논쟁점으로 부각되지 않도록 어떻게 애를 썼는지, 또 궁금해진다. 수돗물 불소화를 반대하는 자식 키우는 대다수의 시민 앞에서 시장은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할 것이다!

공약이라. 현 대통령은 한반도 대운하를 공약이라며 추진하려 했다. 유권자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히자 ‘살리기’라는 단어를 넣고 강제로 추진하는 ‘4대강 사업’은 운하의 모습과 거의 다르지 않은 것으로 거듭 밝혀지고 있다. 앞으로 ‘4대강 사업’ 이후 요동칠 민의는 어떤 정치적 지형을 요구할지, 현 정치권은 긴장해야 할지 모른다. 현 대통령이 오로지 운하나 4대강 사업만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출마했다면 당선되었을 리 없다. 마찬가지다. 현 인천시장의 중요한 공약이 수돗물 불소화라는 사실을 유권자들이 알고 투표에 임했다면 다른 결과가 나왔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수돗물 불소화를 중단시킨 우리나라의 많은 도시의 선례를 미루어볼 때, 자식 키우는 시민 대부분이 수돗물에 독극물인 불소를 첨가하는 걸 한사코 반대하기 때문이다.

그걸 어떻게 아느냐고? 이미 몇 차례 여론조사를 해왔다. 모든 시민들이 관심을 갖게 더 필요하다면 인천에서 여론조사를 다시 공개적으로 실시하면 된다. 밀실 여론조사가 아니다. 누구라도 합리적이라고 판단할 수 있는 민주적인 과정을 투명하게 거쳐 명명백백하게 독립적이고 공신력이 있는 기관에서 실시하면 된다. 물론 그 전에 모든 시민들이 관심을 갖도록 충분한 논의가 공개적으로 선행되어야 한다. 민감한 사항일수록, 갈등이 예상될수록 거쳐야 하는 행정의 민주주의 상식이 아닌가. 한데, 왜 그런 상식에 부합하지 않게 강제로 수돗물에 불소를 넣겠다고 주권자인 시민들을 공포에 몰아넣는가. 지난 8월 5일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인천지부’(회장 고승석), 그리고 인천지역 보건의료단체 대표자들과 인천 시청 부근 중식당에서 모여 간담회를 가진 신동근 인천시 정무부시장과 길민수 보건정책과장은 대답해야 한다.

그 모임에 참석한 신동근 부시장은 “수돗물 불소화 사업의 안전성 등 문제는 이미 타 지역에서 검증이 끝난 걸로 알고 있다”고 사실과 다른 주장을 늘어놓으면서 “때문에 안전성 검증 등을 위한 연구나 시범사업은 불필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고 수돗물 불소화를 추진하는 측에서 발간하는 매체인 <건치신문> 8월 6일자는 전했다. 또한 그는 “수돗물 불소화 사업은 찬반여부 문제를 떠나 송영길 시장의 공약사항이기 때문에 반드시 관철하겠다”면서 “수돗물 불소화 사업은 의지의 문제니, 시장님이나 나나 강력한 의지가 있기 때문에 걱정 안 해도 된다”라고 강조했다는 것이다. 지방 독재가 아니라면 상상할 수 없는 폭거가 아닐 수 없다. 진정 유권자를 속이고 밀어붙일 참인가.

입이 닳도록 말하는 것이고, 이미 과학적으로 재론할 가치가 없는 일이지만, 불소는 강력한 독극물이다. 4대강에 나와 발암여부로 논란이 심했던 비소보다 독성이 강한 물질이라는 데 무기화학을 전공하는 과학자들은 동의한다. 더구나 수돗물에 넣는 불소는 공장 폐기물인 불소화합물이다. 자연의 불소화합물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독성이 강한 물질이다. 수돗물 불소화 추진 측은 농도를 희석하면 안전하다고 주장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주장이 새롭게 설득력을 가진다. 불소로 인한 인체의 문제는 수돗물 불소화가 한참 진행된 이후 발생하는 게 통례이기 때문이다. 농도가 강하면 당장 드러나겠지만 약하면 몸에 축적된 이후에 발생하는 것이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도노라 계곡의 불소 오염 사건은 하룻밤에 수천 명이 목숨을 잃고 훨씬 더 많은 이를 평생 치명적인 질병으로 고생하게 했다. 공장굴뚝에서 급격한 화학반응을 하는 불소가 배출되었기 때문이었다. 2006년 강원도 강릉시 사천면은 불소농도가 11.4피피엠인 지하수를 마신 마을 주민에게 심각한 치아 결손이 생겼다. 부서지거나 구멍이 뚫리고 검게 변색된 것이다. 수돗물 불소화를 주장하는 이의 주장처럼 0.8피피엠 이하로 낮추면 안전할까. 그렇지 않다는 사례가 불소를 수돗물에 넣는 지역에서 속속 발생하고 있다. 사람에 따라 민감성이 다르고 몸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용량이 다른데, 독극물이라도 0.8피피엠 이하이므로 안전하다는 말은 불가능하다는 움직일 수 없는 증거다. 수돗물 불소화의 치명적인 부작용이다. 일단 불소화를 하면 돌이킬 수 없다.

문제는 불소는 몸에 축적된다는 것이다. 점점 농축돼 높은 농도로 축적돼 비정상적으로 단단해진 뼈가 골절되는 부상이 나이가 든 이에게 발생될 수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나이 들면 골격에 금이 생겨도 쉽사리 회복되지 않는데, 불소가 축적된 뼈에 골절이 발생한다면 여간해서 붙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그럴 경우 심각한 사태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강력한 독극물답게 발암의 가능성도 걱정하는 논문이 최근에 발표되기도 했다. 번역되지 않았을 뿐 미국에는 책도 여러 권 발간돼 있다. 논문과 책의 수가 중요한 게 아니다. 언제 누구에 의해 어떤 연구 과정을 거쳐 나왔는지 살펴야 한다. 숱한 과학사를 들추지 않더라도, 선행 연구는 양이 많다고 방어되어야 하는 게 아니다. 새롭게 제기되는 합리성이 중요한 잣대가 된다. 수돗물 불소화를 추진하는 사람들의 주장처럼 그 책과 논문의 내용이 거짓이나 약한 근거를 바탕으로 출간했다면 수돗물 불소화를 추진하는 미국의 정부와 관련 기관에서 그냥 둘리 만무하지만 전혀 고소와 고발을 당한 적이 없다. 부정할 수 없는 과학적 근거에 의하기 때문이다.

수돗물 불소화를 추진하는 측은 7세 이하의 어린이 중에서 규칙적인 양치질이 어려운 저소득 계층을 위한 보건 의료 정책인 듯 주장하는데, 7세 이하 어린이에게 충치가 많이 발생하는 것은 지나치게 단 과자나 음료를 먹고 양치를 제때 하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도 그런 비슷한 현상이 발생하는지 인천시는 연구했는지 알 수 없으나, 수돗물이 편리하게 보급되면서 그와 같은 현상은 미국이나 유럽이나 줄어들고 있다. 우리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과자나 음료수가 충치의 원인이라면 그런 음식의 당분을 단속하거나 양치질을 장려해야 보건정책이 된다. 과학적으로 엄밀한 판단 근거도 없이 엉뚱하게 독극물을 넣으며 보건 정책을 참칭할 수 없는 노릇이다.

백보 양보하여 수돗물에 불소를 0.8피피엠에 맞게 넣자. 7세 이하 아동의 충치 발생이 낮아졌다는 과학적 연구가 독립적인 기관에서 투명하게 도출했다고 치자. 그를 위해 인천시민 모두 마시는 수돗물에 불소를 넣어야 하나. 그렇게 하면 불소에 민감한 체질을 가진 이, 약한 농도에도 앞니에 반점이 생기는 젊은 여인, 불소를 피해야 할 환자, 더구나 독극물에 매우 민감한 아기들도 피할 수 없다. ‘무차별적’이기 때문이다. 수돗물 불소화를 찬성하는 측은 예방주사에 비유하지만, 예방주사도 원치 않는 이는 피할 수 있다. 비타민C가 몸에 좋으므로 수돗물에 넣지 않는다. 더구나 비소보다 강한 독극물을 수돗물에 왜 넣어야 하는가. 오히려 빼야 할 물질이 아닌가.

충치를 예방하는 효과는 물론이고 몸과 뼈에 절대 안전하다는 과학적으로 타당한 근거를 전제해야 할 테지만, 정 가난한 계층의 어린이를 위한 조치라고 주장한다면, 현재 통용되는 대안이 여러 가지 있다. 불소를 첨가한 소금이나 불소 양치액을 무상으로 공급할 수 있다. 몸에 마셔야 하는 물에 탈 이유가 없다. 불소가 이를 단단하게 한다는 주장은 음용효과와 무관하다. 그저 불소 성분이 스치며 나타난다. 따라서 농도와 관계없이 위험천만한 독극물을 굳이 들이마실 이유가 없다. 어처구니없더라도 다시 양보해 마셔야 한다면, 원치 않는 이가 피할 수 있도록 0.8피피엠 이하로 불소화합물이 녹은 수돗물을 페트병에 넣어 선택적으로 공급하는 방법도 있다. 독재를 지향하겠다면 모를까, 반드시, 여론도 묻지 않고, 대부분의 유권자들이 파악하기도 전에, 수돗물에 불소를 넣는 만행을 저질러야 할 하등의 이유가 민주주의 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것이다.

이번 인천시 정부는 소통을 유난히 강조했다. 내용을 뒤늦게 파악한 많은 유권자들의 분노를 살 수돗물 불소화는 예외인가. (가칭)시민건강위원회를 구성, 보건의료 및 시민사회단체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인천시 정무부시장은 수돗물 불소화에 유별나게 집요한 2000년 건치 12대 회장을 역임한 바 있다. “인천을 구강건강 행복도시로 만들겠다”고 강조한 치과의사 출신인 부시장은 수돗물 불소화를 적극 챙기겠다고 말했다는데, 독극물을 넣으면 그가 주장한 대로 인천이 ‘구강건강 행복도시’가 되는지 불소화를 추진하기 전에 그 납득할 수 있는 증거를 시민사회에 제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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