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꼽인사를 기억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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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꼽인사를 기억하나요?
  • 임원영
  • 승인 2016.11.02 08: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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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인사하는 아이들 / 임원영(학교 밖 독서논술 교사)




왁자지껄 한바탕 폭풍우가 지나가듯 수업을 마무리했다. 긴 시간이라 아이들도 나도 힘들었다. 짜증낼 만도 한데 아이들 누구도 불평하지 않는다. 그런 친구들이 너무 기특하다. 하지만 우리 친구들 수업을 열심히 해서 흐뭇한 게 아니다.

“선생님, 수고하셨습니다!!”

우리 친구들 내 앞에서 깍듯이 배꼽인사를 한다. 너무 몸을 구부려서 중심을 잃고 휘청거리다 서로 한바탕 뒹굴며 웃는다.

“선생님, 유준이는 꼭 인사하는 게 폴더 같죠? 선생님 폴더 아세요? 옛날 휴대폰은 접히잖아요. 그 폴더요, 접었다 폈다, 접었다 폈다 헤헤헤~”

나도 환하게 웃으면서 답한다.

“폴더라도 멋지기만 한 걸. 이렇게 인사를 멋지게 받는 선생님은 나 뿐일걸. 오늘 우리 친구들도 수고했어요. 다음 주에 건강하게 만나요~~~”

현관문을 닫고 나오는 발걸음이 가볍다. 수업 중에 말을 잘 듣지 않아 애를 먹거나 글씨가 엉망이라고 잔소리를 했던 기억이 아이들 배꼽인사에 눈 녹듯이 사라지는 순간이다. 무엇보다 내가 선생님이라는 사실이 행복해진다. 아이들에게 이런 배꼽인사를 받는 선생님이 얼마나 될까 싶다. 우리 아이들에게서 본 배꼽인사를 언제 봤던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다닐 때는 등, 하원할 때 선생님이 아이들 두 손을 배꼽 위치에 가져가게 하고 고개를 숙여 인사하게 했었다. 아이들은 서툴지만 곧잘 배꼽인사를 했었고 그 모습이 귀엽고 기특해서 환하게 웃었던 기억이 있다. 그 나이 때는 자주 볼 수 있는 풍경이지만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학년이 올라갈수록 보기가 힘든 풍경이다. 어릴 때 몇 년이나 잘 하던 배꼽인사를 왜 아이들은 몽땅 기억에서 날려 버렸을까? 저렇게 예쁘고 멋진데 말이다.

집에 돌아와 수업했던 부모님께 인사하는 사진을 보내드렸다.

“어머님, 오늘도 수업 잘 마무리하고 왔습니다. 나오는데 아이들이 너무 예쁘게 인사를 해서 사진 한 장 찍었네요. 우리 친구들 칭찬 많이 해 주세요~~~”

자식을 제대로 교육하고 있다는 만족감으로 긍정의 답이 오면서 어머님도, 수업하는 나도 흐뭇해진다.

요즘은 인사하는 아이들을 보기가 참 어렵다. 동네를 걷다가 아는 아이들을 만나면 먼저 눈으로 미소를 지어보는데 무심코 지나가기 일쑤다. 아는 척 하려고 했던 내 자신이 민망해진다. 인사조차도 인색해 지는 세상에 우리가 살고 있는 것일까?
인사는 모든 인간관계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다. 감사를 표현하기도 하지만 사회성을 키우는 첫 걸음이라고 말해도 좋다.





며칠 전 참 훈훈한 기사 한 편을 봤다.
인성을 강조하는 서강 초등학교에 33년째 축구를 가르치시는 신기진 감독님은 선수들이 경기 시작 전 둥글게 원을 만든 후 관중석을 향해 깍듯이 배꼽인사를 하게 한다. 후반전이 시작할 때도 마찬가지다.
감독은 이야기한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축구 실력보다 인성을 먼저 갖추어야 한다고 말이다.
그래서일까, 서강초등학교 축구 선수들은 경기 중에 쓰러진 상대를 일으켜 주고, 경기가 끝나면 응원해 준 부모님께 달려가 인사를 한다. 주변인들은 아이들이 제대로 배웠다는 인상을 받는다고 한다. 무엇보다 인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깊이 깨닫게 된다. 어른들이 말씀하셨다. 먼저 ‘사람’이 되라고 말이다. 틀린 말이 아니다.

나는 수업에 갈 때마다 현관문 앞에서 아이 이름을 부른다.

“어머님 안녕하세요~ ㅇㅇ아, 선생님 왔어.”

초등 고학년인 친구는 어색하게 걸어와서 고개를 까닥한다. 내성적인 성격이라 “안녕하세요” 말 한마디 듣기가 참 어려운 친구다. 인사는 기본이라는 말을 수도 없이 하지만 실천으로 옮기기가 쉽지가 않다. 하지만 꾸준히 아이와 이야기를 한다. 수업을 마치면 엄마와 아이와 눈을 맞추고 내가 먼저 배꼽인사를 하고 나온다. 자꾸 반복하다 보면 익숙해지겠지 하면서 말이다. 그러면서 한숨이 나오는 건 어쩔 수가 없다.

21세기형 인재로 키우는 5가지 덕목 중에 제일 중요한 것이 바로 “예의”라고 한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먼저 ‘인사’를 가르치라고 한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송일국의 자녀인 ‘대한이, 민국이, 만세“는 인사 잘하기로 소문난 아이들이다.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도 자연스럽게 배꼽인사를 한다. 반갑게 인사하는데 미소 짓지 않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싶다.

배꼽인사는 유치원 아이들만 하는 인사는 아닐 것이다. 어른이 나도, 지금 커 가고 있는 우리 아이들에게도 꼭 필요한 예의다. 내일이라도 아이들에게, 그리고 주변인들에게 반갑게 인사를 나눠보면 어떨까 싶다. 배꼽인사가 아니라도 말이다. 인사를 받는 사람들 또한 미소로 답해 줄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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