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청년문화예술, 폭넓은 네트워크 통해 영역 구축해야 (대표님께서 틀에 맞게 서문 작업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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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청년문화예술, 폭넓은 네트워크 통해 영역 구축해야 (대표님께서 틀에 맞게 서문 작업해주세요)
  • 배영수 기자
  • 승인 2016.12.01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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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in>이 만난 인천의 청년문화기획자들이 보는 ‘인천의 문화 현실’은?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클럽 글래스톤베리’가 중구청의 예산을 일부 지원받아 진행했던 ‘자유공원 숲속 음악회’의 현장. 1년 반이라는 긴 기간 동안 치러졌지만 중구청과 인천시 등 대부분의 공직사회는 내용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 ⓒ배영수
 
(서문 작성은 대표님께서 하셔야 합니다...)

◆ “조금이라도 기득권을 나눠줄 수는 없는 걸까요?”
 
일전에 한 청년문화와 관련한 포럼을 취재하던 기자에게, 현장에서 만난 한 청년예술 기획자가 했던 말이다. 사실 문화예술의 판이 아니더라도, 또 ‘헬조선’이라 칭하고 있는 작금의 대한민국 사회가 아니더라도, 청년들은 어떤 분야에서건 주인공이 될 수 없는 것은 세상의 현실임을 부정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그만큼 기득권의 세력과 권력은 어디에서나 강하다.
 
인천이라고 해서 다를 게 없다. 기득권을 차지한 기성세대의 예술단체들이 일종의 ‘카르텔화’가 되어 있는 것은 인천도 마찬가지다. 인천예총과 인천민예총 등 지역사회에서 꾸준히 이름이 오르내리는 단체들은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이들은 지역 문화권에서 소위 ‘기득권’을 갖고 있다. 자연히 정치권 혹은 공직사회가 우선적으로 이들을 바라보고 이들의 문화 운동을 지원하게 되는 구조적인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익명을 요구한 인천시의 한 공직자는 “시 고위 공직자들이 자주 접하는 문화예술인들은 모두 인천예총, 혹은 인천민예총 소속일 수밖에 없다”고 말하면서 “이들 단체가 지역 예술의 기득권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지역의 젊은 예술가들 역시 이들 단체에 종속되는 것이 일반적인 관행으로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지역 매체의 다른 기자와의 대화에서도 들을 수 있었다. 해당 기자는 “취재를 다니다 보면 많은 청년 예술가, 혹은 청년 기획자들을 만날 수 있지만, 기성사회세대와 깊게 유착된 공직사회와 정치권 등은 그들의 이름이나 활동 영역을 전혀 모르는 상태인 게 사실이기 때문에 청년들이 어떤 문화예술 활동을 하는지도 모르고 있다”고 말하면서 “자신들의 눈에 안 보이는 영역을 지원한다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인천in>이 지역의 청년 문화기획자, 청년 예술가 혹은 바로 윗 세대의 비교적 젊은 기획자(40대 선)와 만났을 때도 이러한 이야기들은 터져 나왔다. 그나마 기성단체에 가입해 교류를 하는 경우 조금은 사정이 낫지만, 전혀 모르거나 교류가 많지 않은 상태에서 문화예술 활동을 한다는 것은 어렵다는 것을 토로한다. 즉, ‘큰 세력’에 합류하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배척되는 패권 문화가 지역 문화예술계에도 뿌리 깊게 박혀 있는 것이다.
 
장한섬 플레이캠퍼스 대표는 “사실 인천에서의 우리 정도(40대)까지 해당되는 세대는 타지에서 온 경우가 많지만 1980년 이후 태생의 인천 청년들은 여기서 나고 자란 사람들이 많아 사실상 ‘정주 1세대’로 표현할 만하다”고 말했다.
 
이어 장 대표는 “기존의 권력형 예술단체들이 지역에서 일종의 ‘관성’을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에 비해, 청년들은 기성 단체에 편입되는 것을 거부하고 자유로운 창작 활동을 하려는 시도를 많이 하고 있다”면서 “문제는 그러한 현상에 대해 기성세대의 예술단체들이 자신들의 기득권 강화를 위해 더 큰 간극을 벌려놓고, 마치 ‘없는 녀석들’ 취급을 하면서 일종의 ‘패권 단체’임을 자처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인식은 장 대표만의 생각도 아니다. 한 기성예술가는 “지역사회가 청년들의 움직임을 주목하기 시작한 것은 인천문화재단 같은 유관 단체에 소속된 젊은 직원들이 그 필요성을 느끼면서 최근에애 정책방향에 일종의 ‘끼워넣기’ 정도로 들어가고 있는 상황인데, 당분간은 청년들이 인천에서 문화 관련활동을 하는 게 쉽지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예술가는 “기성세대의 문화인사들이 청년들에게 제대로 된 문화 판을 이어주지 못했다고 봐야 한다”며 “그렇게 어려움을 겪은 청년들이 훗날 기성세대가 되면 자기들 생각에 일종의 ‘포비아’가 작용할 텐데 이를 그 후세대에게 제대로 물려주려 하겠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 5월 부평공원 인근에서 열렸던 ‘사운드바운드 부평 in 애스컴’ 중 전시장의 모습. 공연과 전시, 그리고 컨퍼런스 등으로 구성된 당시 행사는 부평 애스컴 미군부대가 있었던 과거의 음악 영역을 추억하는 동시에 기록으로 남겨보자는 좋은 의도가 있었지만, 참여한 대부분의 관객은 그 의도를 공감하지 못했다. 결국 선배 세대로부터 명확한 기록과 내용 전승이 되지 않았던 게 결정적인 이유였다. ⓒ배영수
 
◆ 인천의 기성세대는 청년세대에게 ‘제대로’ 유산을 물려줬을까?
 
개항의 역사를 가진 인천은 사실 그 자체로 ‘최초’의 영역을 많이 가지고 있고, 문화예술의 카테고리 역시 다르지 않다. 1885년 한국 최초의 개신교 교회인 내리교회가 설립되고 이후 답동성당, 내동교회 등의 종교시설이 들어오면서 자연스럽게 가스펠과 합창 음악이 가장 먼저 연주된 곳이라는 이야기가 전해오고 있고, 비슷한 시기 야구가 최초로 들어온 이래 프로야구팀에 보여주는 시민들의 애정 및 많은 사회인 야구 경기가 열리는 ‘구도(球都)’로서의 모양은 완벽하다. 또 쫄면과 짜장면, 만두 등 다양한 요리가 인천서 첫 시작을 알린 도시이기도 하다.

특히 대중 음악문화 분야에서 인천은 자랑거리가 많다. 60년대 미군부대 근처에서 성행했던 음악 클럽의 역사와 70년대 신포동 등지를 장식했던 통기타 문화, 그리고 80년대부터 피어올랐던 록 밴드의 번성시기 등 인천도 전국에 내로라하는 문화들을 보유하고 있었다. 음악 분야만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이나 ‘사랑과 평화’ 등 한국 대중음악사의 걸출한 아티스트들이 인천의 여러 클럽에서 정기적으로 연주했던 사실도 지역사회 일원들의 구전을 통해 확인되고 있는 바다.
 
위 질문(제목)에 대한 답이 ‘아니다’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수많은 ‘최초’의 문화유산이 기성세대로부터 청년세대에게 대부분 이어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부평의 음악클럽 ‘락캠프’의 정예지 기획실장은 “인천이 ‘원조’라 부를 수 있는 게 참 많은데 항상 보존되는 게 아니라 서울 등에 그것을 빼앗기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선배 예술가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인천이 과거 대중음악 뿐만 아니라 연극단체들도 꽤 많았다고 들었는데 지금 그것도 다 없어져 있고 실제 나도 인천에서 연극무대를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렇게 기성세대들이 후배들에게 유산을 거의 물려주지 못하다시피 했음에도 과거의 모습을 강조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청년들 사이에서 흔히 ‘꼰대’라고 칭하는 모습을 지역의 기득권이 갖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 지역의 40대 이하 젊은 예술문화 종사자들에게서 이러한 이야기를 듣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신포동 클럽 글래스톤베리의 이진우 대표는 “클럽을 운영하다 보면 손님들 중 ‘과거에 우린 여기서 이렇게 놀았으니까 지금도 여기서 이렇게 놀아야 한다’면서 진상을 부리는 경우들이 있는데 시대가 바뀌고 장소를 지키는 사람들이 바뀌면 같이 변화하거나 조화하거나 해야 하는데 윗세대 일원들이 그걸 용납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이 동네에 정말 많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 10월 유럽을 대표하는 재즈 피아니스트 ‘레미 파노시앙’의 인천 공연. 2만 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티켓을 판매했고 이날 공연의 질도 무척 높았지만, 티켓 판매성적은 그야말로 ‘처참함’을 면하지 못했다. 실제 인천에서는 레미를 비롯해 시크릿 가든과 같은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조차 티켓 판매 측면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배영수
 
◆ ‘바람직한 문화소비’, 기성세대는 ‘무지’하고 청년들은 ‘인지’한다
 
매년 여름 인천에서는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이라는 대규모의 록 페스티벌이 열린다. 인천시가 주최하는 이 음악 축제는 매년 8억 원 내외의 예산이 투입됨에도 불구하고, 지역사회 전반적으로는 우호적인 시각이 높은 편이다. 해당 축제의 기획자들 역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서는 이제 ‘심각할 정도의 큰 걱정’은 하지 않는 상황. 외려 이 기획자들은 인천의 문화 인프라에 대한 우려가 더 크게 하고 있다.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의 홍보 마케팅사인 PRM 측 관계자는 일전에 기자와의 대화에서 “인천은 무료 공연이 너무 많아 문제”라고 말했다. 어떤 면에서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지를 묻자 “워낙 무료 공연들이 많다보니 인천시민들의 경우 특히 제 값을 지불하고 티켓을 구입하는 문화가 전국에서 가장 떨어진다”는 것이었다.
 
아쉽게도 인천지역의 문화기획자들 사이에서도 이러한 인식은 거의 같은 편이다. 인천의 재즈 클럽 ‘버텀 라인’, 동인천의 복합문화공간 ‘콘서트하우스 현’ 등의 운영자들은 “무료 공연이라면 무료이기 때문에 품위가 떨어진다고 오지 않고, 유료라고 하면 값이 비싸다고 오지 않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또 자신을 40대 후반의 버텀 라인의 단골이라고 밝힌 한 시민은 “우리 세대가 특히 심한데 지인들끼리 술 마시러 오면 10만 원이 넘게 나온 술값을 서로 자기가 내겠다고 하는 경우는 많은데, 1만 원 내외의 공연 티켓은 죽어도 자기 손으로 구입 안 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지역에 좋은 문화 행사들이 많고 그중에는 나보다 아래 청년 세대가 하는 것들도 많은데 분위기가 그런 상황이면 여러 모로 힘이 들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 지역의 청년기획자들 중 일부는 이러한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소위 ‘티켓을 구입하는 학습’을 선행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정윤호 꿈꾸는문화놀이터뜻 대표는 “사실 인천의 문화예술계가 정상적인 시장경제에 입각했다면 큰 문제는 없었을 지도 모르겠다”면서 “지역의 무료 공연이 사실은 엄청난 공적자금들이 들어가고 있는데 이는 시장경제에 반하는 것으로, 그보다는 문화예술을 소비하고자 하는 ‘수요자’를 중심으로 정당한 값을 지불하고 이를 영유하는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도록 시민들에게 교육하는 부분이 중요할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 4월 인천시가 낸 버스킹 뮤지션 모집공고에 SNS상에서 지적된 문제점들이 표시된 부분. 각종 민원과 SNS상에서의 조롱 등이 일파만파로 퍼졌고 결국 서울 홍대 등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까지 이 내용을 공유하며, 시는 잘못된 행정으로 지역 망신을 자초하고 말았다.
 
◆ 청년들의 움직임, 기성 및 공직사회는 ‘노동’ 아닌 ‘놀이’로 취급
 
지난 4월 인천시 문화예술과는 ‘황당한 내용’의 공지와 보도자료를 배포했다가 언론 및 SNS 등에서 시민들의 집중 포화를 맞은 바가 있다. 내용인즉슨 “인천 관내 몇몇 지역에 버스킹(거리 공연) 존을 지정하는데 연주할 단체나 개인을 모집한다”였다.
 
겉으로의 내용은 일반적인 수준일 수도 있었겠지만 문제는 이에 참가하는 사람들에게 시가 ‘특전’이라며 제공한다는 내용이 ‘특전’보다 ‘노예 계약’에 가까웠다는 것이다. 당시 공지에 따르면 참여하는 연주자들은 무대 제공 외에 별도의 페이(대가)는 없고, 앰프 등 무대 시설들은 본인들이 직접 들고 와야 하며, 한 달에 한 번씩 의무적으로 무대에 올라 프로그램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내용이 SNS를 타고 공유되면서 지역은 물론 전국 단위의 예술가들까지 시에 항의의 뜻을 밝혔고, 시는 제대로 망신살을 뻗쳤다. 이에 기자가 시 문화예술과에 “의무는 부여하고 대가 지불은 없는 공지는 왜 굳이 해서 안 먹어도 될 욕을 먹는 것이냐”고 묻자 “아마추어들 무대 가지라고 한 것”이라면서 “아마추어에게 페이를 줄 이유는 없지 않느냐”고 답했다.
 
<인천in>이 만난 청년예술가들 대부분은 당시의 논란을 정확히 기억한다고 했다. 그들 역시 당시의 시의 행정에 분개하고 있었던 것이다. 문화공작소 세움의 유세움 대표는 “그때 시 공직자 두 명을 우리 사무실에 불러서 시가 잘못된 행정을 하고 있음을 질타한 바 있었는데, 그들이 예술문화를 하찮은 수준으로 바라본다는 것은 예술 활동을 ‘놀이’나 ‘놀음’으로 본다는 증명”이라며 “엄연히 예술 활동도 ‘노동’에 해당되는 만큼 이를 정당화하기 위해서라도 지역 중심의 문화예술 관련 연대조직을 하나 만들 필요도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요즘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인천in>이 만나본 또다른 청년 예술 종사자들은 “그런 사례들은 심각함의 ‘극히 부분적’인 것일 수도 있다”고 밝히면서 “문화예술 기획도 동력이 없으면 하지 못하는 일인데 그 동력이 제대로 지원될 수 있는 구조를 아직까지 지역과 공직사회가 갖고 있지 못하다”고 말했다.
 
이현정 청년인천 대표는 “예를 들어 1천만 원의 예산을 지원받아 추진하는 기획이 있다고 하면, 먼저 돈이 나오는 게 아니라 기획자가 먼저 자부담을 해서 그 동력으로 예술가들을 섭외하고 무대나 공간 등을 조성하는 비용까지 모두 우선은 자부담을 해야 한다”면서 “그게 끝이 아니라 후에 정산작업이나 보고서까지 다 만들어 제출하는 등 진행상 어려움이 크다”고 토로했다.
 
이 대표는 “예산을 집행하는 기성 공직사회 등이 아직 전근대적인 산업화 시대의 관점을 갖고 있다 보니, 기획을 진행할 때도 기획비(기획자비 포함) 등은 예산에 책정되지 않거나 책정되더라도 아주 적게 책정되는 등의 문제가 생기면서 결국 지원 예산 외 자부담이 추가로 들어가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면서 “결국 그러한 판이 쉽게 고쳐지지 않으니 내 윗 선배들도 동료들도 그랬지만 후배들까지도 소위 ‘돈 돌려쓰기’ 같은 걸 능력껏 해야 한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는데 사실 바람직하지 않은 부분”이라 지적했다.
 

지난 9월 청년 문화기획자들을 중심으로 열린 집담회 현장. 당시 참여한 청년들은 물론 인천 관내에서 크고작은 활동을 하는 청년들이 열린 소통을 통해 기성단체의 움직임과는 다른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배영수
 
◆ 청년세대 초점으로 하는 사회시스템의 변화 있어야
 
도서출판 ‘다인아트’ 관계자는 “지금의 2030 세대의 청년들이 자신들의 영역 구축을 하고 이를 통해 큰 목소리를 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면서 “만약 청년들을 중심으로 독자적인 영역 구축에 성공한다면 지역 정치권에서도 분명 간과하지 못할 지점을 만들 수 있을 것 같고, 그렇게 되면 지금과 같이 특정 기성단체에게 대부분 흘러들어가는 공적자금들을 젊은 세대에게도 끌어올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지역의 청년 예술가들 역시 비슷한 의견들을 피력하면서 자세를 취해 오고 있다. 락캠프의 정예지 기획실장은 “사실 내 꿈은 부평의 아이돌 같은 게 되는 것인데, 내가 일하는 락캠프가 소재한 부평구가 60만 명 인구를 가진 걸로 아는데 그중 청년 60명만 모여도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을 것 같다”면서 “그렇게 청년 문화를 모아서 하나의 동향을 만든다면 지역 문화도 충분히 변화의 바람을 맞이할 수 있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의 사회시스템 변화가 일종의 ‘과제’로 남게 된다. 청년문화기획자들에게 긍정적인 부분으로 작용하기 위해서는 기성세대에게 중심이 모두 맞춰져 있는 사회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자명’할 수밖에 없다.
 
장한섬 플레이캠퍼스 대표는 “최근에 지역사회에서 논란이 된 아트센터 같은 존재들이 앞으로도 청년들의 문화기획에 적잖이 장애가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최근 유정복 인천시장이 문화예산을 일반회계 대비 3%까지 올려놓는다 했지만, 그렇다 해도 그게 결국 막대한 운영예산이 들 것으로 보이는 아트센터 등의 투입에 쓰이게 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이라고 근심했다.
 
또 그는 “지금과 같이 기성단체에게 공적자금 다수가 흘러가는 시스템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결국 그만큼 늘어난 예산은 그만큼 기성단체들에게 들어가지, 청년문화단체 같은 곳에 배분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면서 “시에서도 요새 ‘지속 가능성의 문화’를 많이 이야기하지만 잘 살펴보면 결국 기성세대들을 반영한 지속 가능성에 불과해 사회시스템이 바뀌지 않는 한 결국 지속되는 것은 젊은 세대에 대한 불평등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비록 직접적인 연결 고리는 아니지만, 요즘 정치권에서 많이 이야기되는 기본소득제 도입 같은 것은 분명 저성장시대가 도래한 시점에서 분명 청년 기획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만한 제도”라며 “문화 카테고리 뿐만 아니라 사회의 여러 면면들이, 이미 경제적 안정권에 들어선 기성층보다는 아직 삶의 불안감이 큰 젊은 세대들을 향해 포커스를 맞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10월 8일 열렸던 월드뮤직그룹 세움의 ‘Korean Breath’ 공연을 마친 세움 일원들이 관객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있다. 인천 출신인 세움이 해외 공연 및 유럽 음반 레이블과 계약을 하는 등 일련의 거둔 성과는 “서울이면 되고 인천은 안 된다”는 해묵은 논리와 관계없이 독자적인 예술 영역을 위해 노력한 결과로 평가받고 있다. ⓒ배영수
 
◆ 지역 청년문화에 대한 희망, 그리고 남겨진 이 세대의 과제
 
그럼에도 다행인 점은 지역의 청년문화기획자들 다수가 인천의 문화예술에 대한 가치를 높게 보고 있고, 희망과 가능성을 아직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견디다 못해 홍대나 강남 등 시장성이 보장된 서울로 떠난 경우도 없지 않지만, 적어도 지역에서 활동하는 기획자들은 “인천은 뭘 해도 안 된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조윤상 라벨엔터테인먼트 대표와 정윤호 꿈꾸는문화놀이터뜻 대표 등 지역의 청년 예술가들은 “우리 같은 경우는 인천에도 훌륭한 문화예술의 유산들이 있고 그것이 서울 못지않은 자랑스러움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서울로 굳이 가지 않고 여기 남은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조 대표는 “물론 기득권의 문제도 있겠지만 지역에 있다가 떠난 청년예술가나 기획자들은 인천에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개인적으로는 그들이 좀 비겁해 보였다”면서 “요즘은 인천뿐만 아니라 서울도 어렵고 다 어려운 시기인데, 굳이 인천이라서 안 된다는 생각을 할 필요도 없고 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화공작소 세움의 유세움 대표는 “‘인천 기획자’라는 타이틀을 굳이 강조하고 다니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인천 출신’이라서 안 된다는 생각도 한 적이 없다”면서 “현재 우리 소속의 월드뮤직그룹 세움이 유럽의 여러 레이블과 음원계약 등도 맺으면서 해외 공연도 다니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는데, 이는 우리가 어디 소속이라서 된다 안 된다 같은 생각을 한 게 아니라, 최대한 열심히 작품 활동 하고 마케팅도 하면서 이뤄낸 것”이라고 말했다.
 
이규영 루비레코드 대표는 “과거 우리는 인천에서 공연장까지 하다가 잘 안 돼서 서울로 올라갔는데, 지금의 서울은 젠트리피케이션이 너무 극대화돼 있어 우리 같이 어느 정도 자릴 잡은 사람들에게도 쉽지 않는 상황”이라면서 “인천에 소재하면서 얼마든 성공한 문화기획자, 예술가들이 많은 만큼 굳이 지역 탓을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물론 이들도 스스로 풀어야 할 과제들은 산적해 있다. 청년기획자들도 그들 사이에서 나름의 ‘패권주의’가 형성돼 있는 건 아니냐는 의혹이 비교적 최근 시점부터 따라다니고 있는 것도 부정할 수는 없는 부분이다.
 
한 지역신문 기자는 “청년들의 주도로 이루어지는 각종 문화행사나 포럼 같은 것들을 취재하다 보면 동일한 인물들을 계속 만나게 되는 부분들이 있다”면서 “일신상 이유로 여기저기 다녀 보면 그들과 교류가 아직 없을 뿐이지 끼와 아이디어가 다분한 청년들이 많은데, 정작 그들도 끼리끼리 어울려 패거리를 만드는 건 아닌지 하는 의구심은 좀처럼 지울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인천in>이 만나본 청년기획자들 역시 어느 정도 이런 부분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노련함이 부족한 청년들에게서 나타날 수 있는 그러한 과제들을 풀어줄 ‘멘토’들이 지역사회에 없다는 것도 문제다.
 
이현정 청년문화 대표는 “나도 그렇고 타인들도 그렇지만 본인들과 다른 색을 갖고 있다는 이유로 감싸지 못하는 부분들을 많이 보게 된다”면서 “사실 기성세대야 타성에 오래 젖어서 그렇다 치더라도 우리는 좀 달라야 하는데, 모든 걸 나를 비롯한 본인들 위주로 생각하는 습관들이 있어서 그런지 극복이 쉽지 않은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지역의 한 문화계 인사는 “얼마 전 내년부터 임기가 시작되는 신임 인천문화재단 대표가 인천이 아닌 외부에서 오랜 활동을 한 사람으로 뽑힌 데에 대해 논란이 많은데, 사실 인천 내 저명한 인사들이 모두 특정한 패권을 대표하거나 특정 패권에 소속된 경우여서 어느 누가 해도 바람직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역의 기성 문화예술 인사들이 결국 패권주의를 극복하지 못한 상황에서 이를 청년 세대에게 고스란히 물려준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청년들 사이에서도 벌써 그런 패거리 움직임이 보이고 있는데 절대 선배들의 잘못된 점을 배워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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