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지말구 여기 이제 다시는 들어오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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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지말구 여기 이제 다시는 들어오지마."
  • 김인자
  • 승인 2017.01.24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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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 퇴원

"엄마, 배고파."
"뭐라고? 아침 안 먹었어?"
 
심계옥엄니 사랑터차에 태워드리고 병원 가려고 아파트정문앞에서 사랑터차를 기다리고 있는데 아이에게서 전화가 왔다.
간호간병통합시스템이라더니 보호자없어도 된다더니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린가 싶어 심계옥엄니 사랑터 차태워 드리자마자 병원으로 차를 몰았다. 병원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병원앞 김밥집에서 김밥 한 줄을 사서 아이 입원실이 있는 7층에 올라가려다 1층 비뇨기과에 먼저 들렀다. 며칠을 응급실에 왔다갔다하며 시술전에 찍은 ct와 병원에 입원하고 나서 다시 찍은 ct결과를 보려고 담당의사선생님을 먼저 만났다. 쇄석한 결석은 다 빠져 나왔으나 아직 두개가 남았있다한다. 의사선생님께서 퇴원해도 좋다며 6개월 후에 다시 오라신다. 그전에 남아있는 돌 두 개가 내려오면 아플 수도 있고 새로운 돌이 생기면 또 아플테니 참을 수 있는 아픔이 아니니까 아프다고하면 곧바로 병원으로 데려 오라신다.
아이가 입원해있는 7층 병실에 올라가보니 보조침대 (왜 가져갔냐고 화내셨던)할머니가 나를 보자마자 간호사랑 요양사를 이르신다.
"딸 아침밥 못 먹었어."
"왜요? 할머니."
"자서."
(이런, 아이가 밥때가 되었는데도 잤구나)
"근데 .."
"네, 할머니."
"화 안나?"
"네?"
"애가 자믄 깨워서 밥을 먹여야될거 아냐?"
"네, 그렇죠."
"돈은 따로 받으면서 불러도 재까닥 안오고 좀 이상해."
보조침대할머니 말씀에 창문쪽 할머니가 맞장구를 치신다.
"그래도 여기는 양반이야. 요양병원은 하루에 딱 두 번만 기저귀를 갈아준다더만."
"두 번?"
"응, 아침에 한 번, 저녁에 한 번. 요양병원 가기전에 죽어야지 ?"
아이에게 김밥을 먹이던 나는 할머니들 이야기에 깜짝 놀랐다.
"그러다 아침에 기저귀를 채워드렸는데 변이라도 보시면 어떻해요?"
"어떻하긴. 저녁에 기저귀 바꿔서 채워줄 때까지 그냥 있는거지."
우리아이 옆에 계신 고참 아주머니가 이어폰을 귀에서 빼며 끼어드신다.
"우리 보고 뭐라하지마요. 우리는 아이가 자길래 수면제 주사맞아서 자나부다했어. 간호사도 그냥재우고 요양사도 그냥 재우길래. 깨우면 안! 되는가부다했지."
내가 뭐라고 하지 않았는데 고참환자아줌마가 먼저 하시는 말씀이시다.
"네... "
밥먹고 자지.아이한테 작은 소리로 말을 했다.
"나 어제 잠 못 잤어 엄마?"
"그런데 아이밥이 아예 안 나왔어요?"
"아니, 나왔을건데?"
그러자 우리 아이 옆에 계시던 할머니가 그러신다.
"애기가 밤새 잠을 못 잤어. 저 할망구는 소리지르고 똥싸고.저 아줌마는 밤새 코골고 이갈고. 나도 홀딱 샌걸."
"밥도 치워버렸어. 식당아줌마가 저 할망구 보조침대에다가 밥 놓는거 내가 봤는데 ?냄새난다구 옆에 젊은 여편네가 치우는거 내가 똑똑히 봤어."
아이고 울 할무니들 몸이 아프시니까 맘도 여유가 없으신가보다. 모두 모두 이르기 대장이 되셨다.
 
"할머니 저희 이제 퇴원해요."
"벌써?"
"좋겠다."
"나는 은제 우리집에 가나 그래 ..."
"아프지말구 여기 이제 다시는 들어오지마."
할머니들이 한마디씩 하신! 다.
"네, 할머니. 식사 잘 잡숫고 어여 나으셔서 집에 가셔요."
할머니들께 인사를 하고 나오는데 보조침대할머니가 손을 까닥하시며 눈으로 나를 부르신다.
"이거 애기엄마 먹어."
보조침대할머니가 홍시 하나랑 귤 하나를 주신다.
"내가 애기엄마엄마줄라고 안 먹고 뒀든거야."
"두고 할머니 드세요."
"아냐. 나는 입에 뭐 넣기가 싫어."
"그러시면 안돼요 할머니. 잘 잡숫고 잘 주무시고 해야돼요.드시는게 없으니까 변이 안 나오고 그래서 자꾸 관장하느라 고생하시는 거예요."
"먹기가 싫어."
"할머니 제가 처음에 뵀을때 보다 많이 마르셨어요. 할머니 집에 가고 싶으시죠?"
"응, 가고 싶어."
"그러니까 잘 드셔야 돼요.그렇게 안 드시면 오래오래 병원에 계셔야돼요 할머니."
"밥 많이 먹으면 집에 빨리 가?"
"그럼요,할머니."
"고마와.참 좋아 애기엄마... 항상 웃고..인상이 참 좋아. 내가 좀 고약허지. 이해해. 아프니까 다 귀찮아서 자꾸 짜증만 나."
! "네 할머니. 짜증나면 참지 마시고 짜증내세요. 여태까지 참고 사셨잖아요."
"그랬지.여즉 내가 참고 살았지. 그래서 병도 난거고..."
"네 ?할머니 식사 잘 드시고 약 잘 드시면 금방 집에 가실 수 있어요."
할머니의 속얘기를 들어 드리고 싶었으나 짐들고 퇴원하는 길이라 아쉬운 마음을 두고 할머니와 헤어져 오는길.
"응 알았어. 내가 애기엄마말은 들으께." 보조침대 할머니가 잡은 손을 놓지 않으신다.
애기가 되신 할머니를 꼭 안아드리고 나왔다.
맘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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