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포동에서의 멋진 회전, 초밥집 '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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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포동에서의 멋진 회전, 초밥집 '히로'
  • 문미정
  • 승인 2017.03.02 07: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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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집세 텃세 극복하고, 제대로 살아남다

[마실나가기]는 '가까운 우리 동네의 멋진이야기'입니다. 바로 마을 주변에서 숨은 이야기가 있는 가게를 찾아 그곳에 녹아있는 스토리를 담아드립니다. 필자는 사회복지사이면서 <인천in> 시민기자로 활동해온 문미정입니다. 아이 둘 가진 엄마의 따뜻한 눈으로 아이들과 함께 다니며 알게 된 마을 이야기를 일상의 소비생활을 중심으로 엮어갑니다. 숨은 이야기가 있는 곳의 제보도 받습니다. 
 
중구 신포동 일대에는 유명한 음식점과 까페가 많다. 지난 회에 이어 신포동의 '오래된 젊은 가게'를 찾아 나섰다. 신포동 일대는 젠트리피케이션이 점점 심해져 떠나는 점포들도 생기지만 그래도 여전히 오래도록 사랑받는 가게들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회전 초밥집 '히로'다. 히로는 젊은 사람들에게 꽤 인기가 있는 신포동에 처음 생긴 회전 초밥집이다. 텃세도 집세도 심한 신포동에서 자리 잡은 비결과 숨은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 언제나 우렁찬 소리로 손님을 맞이하는 두 주방장, 오른쪽이 히로 대표 '김상기' 씨 / 참고사항:둘은 형제가 아님>
 
가게에 들어서면 젊은 두 건강한 남자의 우렁찬 소리가 들린다.
“어서옵쇼!”
입구를 바라보게 설계된 주방에서 손님이 들어오는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구조로 만들어 져 있어 초밥을 만들면서 힘차게 손님을 맞이한다.


# 원래 초밥 집을 하려던 게 아니었어요.

그가 처음 신포동에 자리 잡은 것은 지난 번에 연재된 하재무의 돈가스가게 자리다. 11년 전 신한은행 주차장 쪽 골목에 처음 자리 잡았던 때, 초밥집을 한 것이 아니었다. 일본식 선술집을 오픈하였으나 그 때엔 일본식 주점이 인기도 없었고 신포동도 지금과 같은 활기가 없었던 시절이었다. 결국 1년 만에 술집을 회전 초밥 집으로 바꾸어 운영하게 되었는데 지금의 ‘히로’까지 오게 된 것이다. 생각해보니 그 당시 간판도 가게도 온통 까만색이어서, 필자가 "가게가 너무 어두워 밖에서 있는지 없는지 잘 모르겠으니 간판색을 바꾸라"고 조언한 기억이 있다. 그래, 그 가게는 원래 술집이었던 것이다.

 
# 원래 초밥 값을 올리려던 게 아니었어요.

그리고 몇 년 후인 2011년, 첫번 째 가게에서 입소문에 손님이 많아지자 근처, 신포동 주민센터 뒷골목에 조금 더 큰 가게 터를 얻어 가게를 다시 오픈했다. 손님들이 기다리고 되돌아가는 게 미안해서 큰 가게로 옮긴 것인데 첫 번째 가게에서 1,000원 하던 가격으로는 도저히 유지가 될 상황이 아니었다. 사장 부부는 ‘가격에 맞출 것인가? 질에 맞출 것인가? 고민하게 된다. 주방장을 맡고 있는 남편의 성격 상 초밥의 질을 떨어뜨리는 것은 용납이 안되었다고 한다.(아내는 카운터를 지킨다.) 그래서 결국 조금씩 조금씩 초밥 값은 올라갔지만 손님은 줄지 않고 더 늘어 갔고 메뉴도 그만큼 더 다양해 졌다. 첫 번 째 가게를 추억하는 사람들은 다양해진 메뉴에 깜짝 놀랄 만하다.

 
# 원래 뷔페를 하려고 했었어요.

계속 손님이 늘어나고 꿈이 생긴 부부는 2014년 뷔페를 해볼 생각에 더 큰 가게 터를 물색하다가 지금의 자리로 오게 된다. 하지만 뷔페를 하자니 지금보다는 질이 떨어지는 싼 식자재를 써야 하는 고민에 다시 봉착했다고 한다. 부부는 다시 주저했지만 좋을 질을 유지하기로 하고 뷔페집의 꿈은 접는다.
게다가 주 6일 오픈하던 가게는 월, 화 휴무로 주 5일만 연다. 식당 업계에서는 조금 드문 일이지만 하루 종일 서서 초밥을 만들던 건장한 남편의 손과 발이 좀 휴식을 취해야 할 시점이 왔는지 손이 좀 아팠다고 한다. 덕분에 직원들도 젊은 부부의 가족도 휴식을 취할 수 있게 되었다. 10여년간 쉬지 않고 달려온 턱에 이제야 좀 사람답게 살고 있는 것 같다는 뒷얘기도 들을 수 있었다. 



< 가게 전경 >


# 손님들과의 추억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첫 가게 손님들이 세 번째 가게까지 계속 오세요. 그 때에는 학생이었던 손님이 이제는 군대에 가서 휴가 나왔다가 들르기도 하고, 어떤 어머니는 아들 면회 간다면서 이른 아침에 포장을 해가기도 하시죠. 이런 분들이 꽤 많아요. 그리고 손님처럼 식구를 하나씩 불려서 오는 분들도 계세요. 첫 번째 가게에서는 둘이 오더니 세 번째 가게에는 세 명이 되고, 네 번째 가게에는 네 명이 되서 오시더라구요. 한 번 더 옮기면 다섯 식구랑 오실 건가요? (다같이 웃음)”

 
< 가게를 옮길 때마다 같이 늘어 가는 아이들 손님 >


오래된 가게는 늘 이렇게 추억을 안겨 준다. 필자에게는 가장 추억이 많은 첫 번째 가게이다. 연애 시절에 다녀서 그런 것이기도 하지만 그 가게에 가면 또 다른 존재를 만날 수 있었다. 그 시절 그 가게는 2층짜리 가게였지만 1층만 운영을 했었고, 2층에는 늘 강아지 같이 사람을 잘 따르는 장난꾸러기 고양이가 있었다. 무슨 고양이가 강아지처럼 사람을 잘 따르냐며 주인과 고양이 얘기를 더 많이 하며 가게를 드나들었던 기억이 있다. 가게 자리를 옮기면서 이제 고양이는 가게에 둘 수 없게 되었지만 고양이 안부를 묻는 손님들은 늘어나고 있다. 지금은 두 마리의 길고양이와 한 마리의 유기견도 입양해 늘어난 손님만큼 집 식구도 늘었다. 가게 식구들도 처음 3명에서 지금은 11명이나 된다. 그만큼 책임이 무겁다. 이젠 가게가 망해서는 큰일이다. 세무서에서는 이대로 운영하다가는 망한다는 협박을 자주 한다고 한다. 하지만 고집스러운 이 젊은 부부의 미래는 ‘히로’처럼 탄탄대로가 되길 마음속으로 빌어 본다.
 
가게 : 히로 (회전초밥집)
전화 : 772-0022
주소 : 인천광역시 중구 우현로 356번길 16
휴무 : 월,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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