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사진전 ‘보다....’를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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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 사진전 ‘보다....’를 보다
  • 이여린 시민기자
  • 승인 2017.05.15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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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공간배다리 개관 5주년 기념전시회, 북성동 갤러리에서 17일까지 전시

볼 수 있는 자들만이 보여줄 수 있는 것일까?


5월 12일 저녁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하게 시각장애인을 위해 사진전시를 하는 ‘북성동갤러리’를 찾았다. 차이나타운의 삼국지 벽화거리. 사람들이 붐비기로 유명한 이곳에서 갤러리는 오히려 한적한 불빛을 내뿜으며 조용히 존재하고 있었다.
 
이 날 전시는 2014년 사진공간배다리(이상봉 대표)가 시각장애인들을 초대하여 전시했던 내용을 모았고 이에 새로운 사진 일부를 포함해서 사진공간배다리 개관 5주년 기념으로 전시하고 있었다.



<갤러리 한 쪽 벽면을 장식하고 있는 전시회 간판이다. ‘보다...’라는 글귀가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이번 전시회가 갖는 의미는 시각장애인들의 예술적 방향선택에 제한을 둘 수 없다는 것이다. 시각을 사용하는 사진예술에 시력에 장애가 있는 시각장애인의 사진 활동이 과연 가능한 활동인걸까 라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사진 분야는 시력을 갖추고 있는 일반인들도 빛의 감도 조절이 어려워 쉽게 취미로 선택하지 못하는 영역인데 오히려 시각장애인들의 도전이라니.
 
일반적으로 사진은 시각을 최대한 이용하는 예술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영역에 시각장애인들이 활동한다는 것이 과연 적합한 것인가. 또는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해내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는데 자발적 작업이라고 할 수는 있는가라는 논제가 있다. 하지만 그런 이유만으로 사진세계를 접하지 못 하게 한다는 것은 이유가 될 수 없지 않을까.

북성동갤러리 이상봉 대표는 시각장애인들이 보다 쉽게 사진예술을 접하고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더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사진을 통하여 삶에 활력을 찾고 사회의 일원으로서 활기차게 동참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프로작가를 배출하기 위한 시도들도 끊임없이 해오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문화된 교육이 우선되어야 하며 전문적 소양을 갖춘 후 자신의 길을 펼쳐나갈 수 있는 방향성을 만들어 줘야 한다고 한다.
 
이미 활동하고 있는 시각장애인 사진작가들을 단체로 구성하고 구조화시켜서 정식으로 출범할 것을 계획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이들을 위해서 더 많은 일들을 해 나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포부를 밝혔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상명대학의 법인 ‘마음으로 보는 세상’과 개인이 설립한 인천의 ‘북성동갤러리’가 있다. 그 외 각 시도의 시각장애인 복지관 중심으로 교육활동이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 개관 5주년을 맞아 특강을 하고 있는 엄상빈 작가의 모습이다. 사진은 보는 것인가? 읽는 것인가? 라는 주제로 다큐멘터리 사진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이상봉 대표는 사진이라는 영역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가 없는 시각장애인들에게 기회라도 주고 싶은 마음이다. 인천 뿐 아니라 전국적인 차원의 도움을 주고 싶어 한다. 아직은 장애인들이 노력해야 할 부분도 있지만 가면 갈수록 좋아질 것이라고 본다. 지금 당장은 기회가 적지만 장애인들이 사진예술을 접할 기회를 확대해 가다보면 재능이나 능력이 있는 이들도 발굴 될 것이라며 밝게 웃어 보였다.

 

< 손으로 감상할 수 있는 작품이다. 손끝의 감각으로 느끼며 읽고 보는 작품이다.>


이날 현장에는 저시력 작가들의 사진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본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하게 되는 시간이었다. 손으로 보는 위 사진을 접하면서 그간 우리가 가진 본다는 것의 의미가 얼마나 좁았던가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었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지혜로운 사람은 미혹되지 않고, 어진 사람은 근심하지 않고, 용감한 사람은 두려워하지 않는다.”
“子曰: "知者不惑, 仁者不憂, 勇者不懼."
(자왈: "지자불혹, 인자불우, 용자불구.")
 
돌아오는 길에 이 문구와 참 잘 어울리는 분들이다 싶은 마음이 든다. 두려움 없이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가시는 분들을 떠올리며 마음으로 응원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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