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교육의 진정성으로 ‘교실혁명’을 만들어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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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교육의 진정성으로 ‘교실혁명’을 만들어 가자
  • 고보선
  • 승인 2017.06.13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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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논단] 고보선/ 인천석남중학교

모든 흥행 기록을 갈아치웠던 영화 [명량], 관객들은 뻔히 알고 있는 결말에도 눈시울을 적시며 감동에 젖는다. 이순신의 모습에서 오늘날 한국 사회에 부재한, 그러나 너무나도 절실하게 필요한 진정한 지도자의 참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충은 임금을 향하는 것이 아니라 백성을 향하는 것이다”라고 말하는 그의 올곧음에 우리는 매료된다. 그가 모리배들의 정치적 모략과 선조의 질투에 의해 숱한 고초를 겪는 최악의 상황에서 결코 포기하지 않고 나라와 백성을 위해 싸울 수 있었던 원천은 바로 그 가슴 깊이 자리 잡은 진정성의 힘일 것이다.
최근 개봉된 다큐 영화 한편이 다시 온 국민을 울리고 있다. [나는 노무현입니다]가 그것이다. 영화가 상영되는 내내 관객들은 흐르는 눈물을 참을 수 없다. 후반부에서는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가슴이 먹먹해지다 못해 큰 소리로 오열하는 관객도 있다. 국민들이 이 영화를 보며 오열하고 노무현이라는 사람을 존경하는 이유는 국민을 진정으로 사랑했던 노무현의 진정성을 기억하기 때문일 것이다.
 
진정성이란 그런 것이다. 아주 작고 느려 보이지만 한 사람의 마음을 타고 흘러 수많은 사람의 무심한 마음을 움직이고 마침내는 도도한 물결을 만들어내는 힘. 그런 의미에서 변치 않는 진정성이야 말로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가장 작지만 큰 씨앗이라 할 것이다.

지난 5월 27일 서울 대학로에서는 전국에서 모인 현직교사 5,000여명이 전교조 결성 28주년을 맞아 비민주적 비인권적 교육적폐 청산과 법외노조 철회를 촉구하며, 그들과 28년을 함께한 노래 “참교육의 함성으로”를 주먹 불끈 쥐고 불렀다.
 
굴종의 삶을 떨쳐 반교육의 벽 부수고
침묵의 교단을 딛고서 참교육 외치니
굴종의 삶을 떨쳐 기만의 산을 옮기고
너와 나의 눈물 뜻 모아 진실을 외친다.
 
보이는가. 강물 참교육 피땀 흐르는
들리는가. 함성 벅찬 가슴 솟구치는
아 우리의 깃발 교직원노조 세워
민족 민주 인간화 교육 만만세

 



소리 없지만 큰 울림으로 번져가던 참교육의 함성, 떨리는 가슴으로 참교육의 깃발을 처음으로 들던 시절이 떠오른다. 지난 1988년, <교육민주화와 참교육 실현을 위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처음 결성되었을 때 노태우 정부는 전교조를 승인하지 않고 불법단체로 간주해 탄압했다. 이에 굴하지 않고 전국의 전교조 교사들은 합법성 쟁취와 참교육 실현을 위한 투쟁을 전개했고 1,500여 명의 교사들이 참교육의 깃발을 들었다는 이유로 교단에서 쫓겨나 냉혹한 거리를 떠돌아야 했다. 그리고 무려 십여 년의 세월이 지난 1999년에야 전교조는 겨우 법의 테두리 안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이후 전교조는 한국 사회의 대표적인 교육운동 단체가 되었다. 그러나 그런 만큼 전교조는 보수언론과 보수정치인들에게는 눈엣가시가 되어 공공연한 해체 대상 1호가 되었다. 심지어 19대 대선에 출마한 자유한국당 후보는 공약으로 “전교조를 때려 잡겠다”(오마이뉴스. 2017.5.13.)라고 공언한 적이 있다.
그들이 결코 전교조를 용인할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전교조가 ‘너와 나의 눈물 뜻 모아 외치려던 진실’이다. 전교조가 수십 년간의 탄압 속에서도 결코 놓지 않았던 것은 아이들에 대한 진실교육, 곧 참교육의 열망이다.

전교조 교사들이 외쳤던 ‘참교육’은 ‘19세기 교실에서 20세기 교사들이 21세기 아이들을 교육시킨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열악한 교육환경에 대한 문제제기였다. 또한 ‘촌지’로 대표되는 교육계의 부조리에 대한 비판이었으며 교육을 권력유지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에 대한 저항운동이었다. 전교조의 깃발은 입시위주의 비인간화 교육 등 교육현실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비민주적, 반인권적 학교문화를 혁신하고 학생들이 정직한 사회인으로 더불어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우리 교육을 일구어 가고 싶은 열망이 일으켜 세운 빛나는 우리 교육의 지향점이었다.
전교조의 지향을 좀 더 구체화하자면 민족· 민주 인간화 교육이라 말할 수 있다. 민주교육은 ① 자유와 평등, 인간의 존엄성을 인식할 수 있는 교육, ② 민주적인 것과 비민주적인 것을 구별할 수 있는 안목 배양 ③ 권위주의에 순응하지 않고 참된 자율과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교육 이며, 인간화 교육은 ① 나만을 위하기보다 우리를 위할 줄 아는 교육, ② 땀 흘려 일하는 삶의 보람을 가르치는 교육, ③ 점수로써 학생들을 평가하지 않고 참된 사람들을 소중히 여기는 교육을 의미한다.
우리 아이들이 인간답게 자유롭고 평등한 삶을 구가하기를 바라는 소망, 우리나라가 그런 아이들의 꿈을 지켜줄 수 있는 나라가 되기를 바라는 바람, 우리 모두의 가슴 속에 소중히 자리 잡고 있는 꿈이 전교조의 지향인 것이다.

지난 겨울, 엄동설한에도 목 놓아 불렀던 노래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우리는 포기 하지 않는다.’라는 노랫말의 울림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되고 있다. 연간 누적 인원 1,500만 명, 전 세계를 놀라게 한 위대한 촛불집회를 통해 우리 국민은 대한민국의 진정한 주인이 누구인지를 깨닫게 되었다. 그 국민의 힘으로 만들어낸 새로운 희망의 정부, 그 정부가 내세운 교육공약, 그 속에 깃든 우리 교육의 바람을 주목해야 한다.
 
현 정부가 전면에 내세운 교육공약은 ‘교실혁명’이다. 교실수업 그리고 학교문화의 혁명적 변화 없이는 미래교육을 말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 나온 정책이라 본다. 현재 우리의 교육은 아이들 각자가 가지고 있는 다름의 차이와 능력의 가치를 끄집어내고 높이는 것에 두지 않고, 드러난 성적을 비교적 우위에 두고 있다. 학교 성적, 특목고, 사회적 명문고, 이름 있는 대학, 좋은 직장 등 겉으로 나타나는 외부적 기준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한줄 세우기 교육을 하고 있다. 지금 우리 교육은 ‘내 안에 있는 것이 무엇일까’를 궁금해 하고 찾아갈 수 있게 하는 교육이 아니라, ‘네 안에 무엇을 넣어 주면 성공하는 사람이 될까’’를 끊임없이 주입하는 교육을 하고 있다. 이런 교실, 이런 학교에서 4차 산업 사회를 살아갈 우리 아이들에게 창의성을 말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문재인 정부의 교육공약은 이러한 학교교육의 불합리와 우리 사회의 불평등을 해소하여 성공한 ‘교실혁명’을 통해 희망의 대한민국을 실현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는 21세기 사회에 20세기 교실에서 19세기 수업을 여전히 하고 있다. 이 시간에도 교실에서는 대화와 토론은 사라지고 문제풀이가 지속되고 있다. 공교육 내실화, 사교육 감소라는 명분을 내걸고 과거 수많은 교육정책이 쏟아져 나왔음에도 여전히 우리 교육은 대학입시와 학부모의 교육열로 인해 초등학생 때부터 입시경쟁과 사교육으로 학생들을 내몰고 교육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으며, 연간 20조가 넘는 사교육비가 지출되고 있다.
 
정직과 책임과 사랑을 가르쳐야할 교단 교사에게 거짓과 비리, 폭력이 진실인양 호도하고, 권력의 하수인 역할을 한 교육 관료들을 진정 교육자라 말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 세월호의 아픔과 진실, 역사교과서 국정화의 진실과 저지, 한일위안부 합의 진상과 소녀상 건립을 추진하며, 정의와 진실을 말한 사람들은 교단의 교사들이며, 이들 교사의 중심에 참교육을 외친 전교조 교사들이 있다.
이제는 교육개혁, 교육혁신을 넘어 ‘교육혁명’이 필요할 때이다. 사회 환경과 제도 개선, 국민의 인식 변화, 학부모와 학생, 학교가 함께 교육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혁명적 지원과 노력을 기대한다.
현 정부에서 내세운 교육공약인 “교실혁명”은 우리교육의 창의성을 살리고 미래로 나가는 혁명적 교육정책이라 감히 주장하고 싶다. 하지만 아무리 완벽하고 온전한 정책이라도 현장교사의 자발적 참여 없이는 실현 불가능하다는 것을 솔직하게 전하고 싶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의 교육 공약이 성공할 수 있는 관건은 엄청난 자신의 불이익을 감소하면서 오직 정직과 정의, 민주와 자존감을 키워주는 민주적 학교교육을 위해 희생을 감수하며, 교실혁명을 외치는 전교조 교사들을 포용하고, 현장교사들의 참여를 통해 교실혁명, 학교 혁명을 그려 나가야 한다.
 
지금 우리나라는 가장 중요한 핵심자원인 인적자원을 개성과 창의성으로 키우지 않고는 대외적으로 밀려오는 파고와 어려운 난관을 극복할 수 없다. 새로운 도약을 위한 교육혁명을 지금 당장 준비해야 한다. 국민 통합과 ‘함께 가자’를 정책 기조로 추구하고 있는 현 정부는 전교조 교사들의 당면 현안인 법외노조를 시급히 해결해 주어야 한다. 그리고 교실혁명을 위한 새 길을 함께 이끌어 나가야 한다.
지난 촛불 혁명 과정에서 우리 국민들은 새로운 희망을 보았다. 새로운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는 광범위한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정부의 교실혁명과 전교조 교사들의 참교육 운동은 이러한 조건에서 새로운 동력을 얻어 교육의 도약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희망으로 이끄는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 입시경쟁교육, 교원평가와 성과급 등 교육 적폐를 청산하고 정직과 정의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교육체제를 통한 교육혁명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 그것은 또한 촛불 광장의 요구인 새로운 나라를 만들어나가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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