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 얼마나 사는 세상이라고 그르케들 싸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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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 얼마나 사는 세상이라고 그르케들 싸우나"
  • 김인자
  • 승인 2017.07.21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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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 밤새 쿵쾅거린 윗집
 
"엄니, 얼굴이 왜 그랴?"
밤새 안녕이라고 울 심계옥엄니 얼굴이 푸석푸석한 것이 밤새 잠을 설치셨나보다.
"잠을 못자 그러지..."
"왜요? 엄니 어디 아파요?"
"아파서가 아니고, .. 너는 못 들었냐 그 소리?"
"뭔 소리요?"
"밤새 싸우드만."
"아 윗집? 그르게... 왜케 싸운댜? 기운들도 좋아."
"기운이 좋으면 싸우냐?"
"그러엄. 싸움도 기운도 있어야 하지. 기운이 없어봐 싸움도 못해요. 한창 좋~을 때다."
"좋을 때? 좋은데 왜들 싸우냐?"
"좋으니까 싸우지. 관심 없어봐. 싸움도 안해요."
"그런 말이 어딨냐? 을마나 산다고 사이좋게 살아도 짧은 한세상 왜 그렇게들 투닥거리고 쌈들을 해?
낮에는 애가 쿵쾅거리고 밤에는 으른이 쿵쾅거리고 그 집도 참 낮밤으로다 쿵쾅대니라 다리도 꽤나 아프것다."
"하하 다리가 아프겠다고?"
"그럼. 다리가 아프지.조석으로다가 쿵쾅 댈라믄 을마나 힘들겠냐.보통 힘든게 아닐거이다."
"하하 그렇기도 하겠다.지금은 조용허네."
"다들 자겄지.지쳐서.밤새 그렇게들 붙어 싸웠으니 기운이 남아 있겄냐? 거기다 오늘은 노는 날이니 죙일 자겠구나. 밤새 죽기살기로 붙어 싸웠으니 피곤도 하겄다. 애가 을마나 놀랬을거야그래. 애덜 생각을 해야지.부모라구 다 부모가 아니다.
저 집 우엣집도 죄다 잠을 설쳤을 거야. 난리도 그런 난리가 없지. 좀 참고 살지. 왜 그러구들 살까. 파출소 신고 안 들어왔대냐? 밤이니 을마나 잘 들려 그래."
 



밤새 윗집이 툭탁거리며서 싸우는 소리에 잠을 설치신 울 심계옥 엄니 할 말이 많으신가보다.
"살면 얼마나 사는 세상이라고 그르케들 싸우나그래.
하루 하루 재밌게 살아도 빨리 가는 세상.
잠든 날 병든 날 다 빼믄 사는 날이 얼마나 되나
편안하게 사는 날 얼마나 되나
아웅다웅 살다보믄 남는건 후횔텐데
왜들 모를까
살 날이 얼마나 되나
남은 날이 을마나 되나
금새 가여 허망하지."
 
"어 울엄니 랩 잘하시네."
"랩이 모냐?"
"응 요즘 젊은 애덜이 하는 말 있어여. 노래하믄서 하는 말."
"노래를 하믄서 말을 해? 거 참 요즘 애들은 신퉁하기두하다.
말을 하믄서 으트게 노래를 하냐?"
 
"엄니 입맛이 없어?"
6시 30분 똑딱시계 울 심계옥엄니 저녁 자시는 시간.
문어 데치고 아몬드 잘게 채쳐서 잔멸치랑 볶고 느타리전 부쳐서 오이냉국이랑 드렸다.
근데 안 드신다, 울 심계옥엄니.
"엄니 뭐 딴거 해주까여?"
"새끼가 아픈데 에미만 돼지처럼 먹으라고?"
장이 탈이 나서 요즘 계속 설사를 해대는 딸이 신경 쓰이시는 울 어메 심계옥엄니.
"나 다 낫어... 뭐 해 주까 엄니? 입맛 확 돌게 신김치 송송 썰어 넣고 비빔국수 해주까여?"
싫다, 안 먹는다,먹고 싶은거 읍다시던 울 심계옥엄니
"글믄 허는 김에 신김치 잡아넣고 지짐이나 한 장 부쳐 묵으까" 지나가는 말로 하시길래 냉큼 붙잡아 부쳤다 김치전~~~
"손님 맛 있게 드세요~~~~"
간밤에 잠을 설치신데다 내가 아파 기운이 없으신 울 심계옥엄니 웃으시라고 농담으로 한 말이었는데 울 심계옥엄니 진짜로 김치전 값을 치루셨다.
이천 원.
 
아프지마라. 나는 너만 믿고 사는데... 니가 아프믄 나는 어쩌란 말이냐...
자리끼를 봐드리고 나오는 내 등뒤로 심계옥엄니가 하시는 말씀.
"엄니 오늘은 암 걱정 마시고 푹 주무세요. 제가 불침번 똑바로 설텐께."
"니나 똑 바로 서라. 내 소망은 그거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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