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할머니, 통장 며느리 한테 빼앗겼어...이자 늘려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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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할머니, 통장 며느리 한테 빼앗겼어...이자 늘려준다고"
  • 김인자
  • 승인 2017.07.28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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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 이작도 해양생태관 할무니2


 
"아들이랑 사니까 좋아요? 할무니 든든해요?"
"든든하긴 한데 구찮을 때도 많아."
"구찮아요? 예를 들면 어떤 때요?"
"예를 들면? 여기 말고 인천에 집이 또 하나 있어. 애들 공부 가르칠라고."
"아~손주들은 거기 있고요?"
"응, 손주 하고 며느리하고는 거그 가 있어. 아들은 여기 있고. 근데 인제 토요일 일요일에는 며느리가 애기들을 데리고 여기를 또 와."
"애기들은 몇 살인데요? 어려요? 손주들이요?"
"2학년."
"아, 초등학교 2학년이여?"
"응, 초등학교 2학년, 어린이집."
"아이고 어리구나~"
"이렇게 다녀."
"아이고 두 집 살림을 하려니 힘들지이."
"인천서 해. 두 집 살림을 하는거야." "왔다갔다. 그니까 며느리도 토요일 오늘 와야하는데 여태 인천서 못들어오고 있는거야."
"으응.안개때문에 여즉 못들어오는거예요?"
"응 맨날 그래."
"매주 와요?
"응, 매주 와."
"아아 도와주러오는 거예요?"
"응, 도와주러오는거야. 도와주구. 또 가구. 토요일 되믄 또 오고. 일요일 되믄 또 가구."
"에구 그러니 며느리가 얼마나 고단해."
"고단허지."
"애키우랴 여기 매주 오랴 그게 사실 쉬운 일은 아니죠."
"쪼끔 고단허지. 근데 그게 애기들은 좋다 그래."
"네, 애들은 좋아요. 이렇게 좋은데가 드물죠."
"그치. 내가 애들헌데 니덜 여기 시골오기 싫지? 하고 물어보믄
"아냐. 시골 오기 좋아."하고 말해."
"그러엄. 얼마나 좋겠어요. 애들은 이런 자연을 봐야되고 할무니 할아부지 사랑도 뜸뿍 받아야 되고.아이들은 복 받은 거죠."
 
"손주들이 또 매주 들어왔다 나가믄 할무니가 또 꼬박꼬박 용돈을 주실꺼잖아요. 여기저기 힘들게 일하셔서 퍼주시라 할아버지 할무니 두분이 열심히 버신 120만원 금새 다 달아 나겠네."
"아냐.나 용돈 안줘."
"안줘요.진짜?"
"응, 진짜. 안줘.주지말라고 며느리하고 아들하고 하두 성화들을 해서 그래서 안줘. 애들 일찍부터 돈 줘버릇 하지말라고. 그래서 안줘."
"그건 잘 하시는거에요.손주들은 남매예요?"
"아니,딸만 둘."
"아들 손주 없으셔서 서운하셔요, 할무니? 할무니들은 딸만 둘이믄 서운해하시던데."
"글쎄, 지금은 뭐 키우구 그래서 이쁜데 나중에 장래를 생각하믄 키워서 다 시집들 가버리구 나믄 서운하지 않으까? 하는 생각이 들긴 허지."
"요즘은 딸들이 더 잘해요."
"잘 하겠지. 근데 내가 생각을 해보믄... 이것도 내 생각이지. 다른 사람들은 그르케 생각 안하겠지만서두. 지금 민박집하고 내가 살림하고 사는 집하고는 내가 먼저 들어와서 만들었어. 그랬는데."
"사서여? 할머니가 여기서 사서 만드셨어요?"
"아니 여기 땅이 있었어. 우리 할아버지 고향이니까."
"아 땅은 있으셨구나. 그럼 집만 지으신거예요? 얼마전에? 한 20년 전?"
"아니. 한 15년 전에."
"네.."
"그랬는데.."
"애들 다 인천에 살게 해놓고?"
"응, 다 해놓고."
"그게 할머니 몇 살 때 셨어요?"
"그때가 오십 일곱. 정확하게 오십 일 곱. 그때 내가 여길 들어 왔어.오십 일 곱에.
"아 오십 일 곱. 정확하게 기억하시는구나. 아 대단하셨다.우리 할머니."
"그때 들어와서 민박집을 짓고 살림집을 졌어. 그때 당시는 15년 전이니까 좋게 못지었어.일자 창고 마냥 지었어. 그걸 아들이 물려받아서 하고 있는데 그걸 아들이 잘해. 근데 내가 죽고 아들도 딸만 둘인데 애둘이 시집을 가버리믄 아들도 지 집이 있고 재산이 있는데 딸 둘한테 주며는 남한테 넘겨주는거 아냐?"
"아 남한테 주는거 같아요? 아 우리 할머니 그런 생각이 드시는구나아?"
"응 그런 생각이 들어. 그전에는 그런 생각을 안해 봤는데 요즘은 자꾸만 나이가 드니까 자꾸만 그런 생각이 들드라구."
"아 없어진다는 생각이 드시는구나."
"그렇지. 그런 생각이 든다니까.
아쉽다. 자꾸만 그런 생각이 들어. 나도 모르게."
"아쉬우세여 할무니?"
"그래 어트게? 지금 하나 만들어서 나라고 하까? 으트하까?"
"에이 안나.훨씬 잘할거예요. 손녀들이."
"응."
"그리구 할무니 절대로 다 물려주지마세요."
"응, 안물려줘. 나는 우리 할아부지한테도 그랬어. 나죽을때 까지 꽉 쥐고 있을거야. 안 물려줘.나도 쥐고 있어야겠다는 생각은 가지고 있어."
"그거 잘하고 계시는 거예요."
 
"근데 할무니 민박일 하시는 것도 힘드신데 여기 와서 또 일하신다고요?"
"응 여기서 또 일해. 청소 같은거."
"힘드시지 않으세요?여기서 일하시고 또 얼마를 받으셔요?"
"여기서 받는거는?"
"이십만원? 일자리창출?"
"응, 노인 일자리 받지뭐.
"이십만 원?"
"아니. 여기서는 노인 일자리도 많이 줘요. 한 40만원."
"와~우리 할무니 부자시네. 잘하시는거예요. 집에 가만히 있으시면 병나세요.조금씩 움직이시는게 좋아요."
"내가 돈을 벌잖아? 주머니에 돈이 있으면 나도 모르게 어깨가 쫘악 펴져.근데 조심해야돼. 내가 여기서 가만히 보잖아. 노인네들도 돈 관리를 잘해야돼. 잘 못하믄 자식들한테 죄다 뺏겨.그러니까 나증에 치매에 걸리더라구. 아 저렇게 해서는 안되겠구나. 내가 그런걸 느꼈어."
"왜요,할머니?"
"말짱한 할머니고 돈이 얼마있고 그런걸 다 알고 은행가서 돈 찾아쓰고 그런 할머니였는데 통장을 뺐겼어."
"왜요? 누구한테 통장을 뺏겨요? 할무니?"
"며느리한테 뺏겼어."
"며느리한테요? 왜요? 왜 뺏겨요?"
"늘려준다고. 이자 너서 늘려주겠다 그래서 뺐겼어. 그 뒤부터 자꾸 헛소리를 하데. 할무니가 그러다 돌아가셨어. 치매가 와서 돌아갔어.
내가 그래서 그런거 보믄서 생각이 참 많아.
 
아 저기 우리 영감왔어.12시 됐다고 밥먹으러 가자고 나 실러왔네.
이쁜 색시 고마와여. 내 얘기 들어줘서 고마와. 오랜만에 얘기하니까 좋으네.이런 얘기는 자식하구두 못하는 얘긴데 참 고맙네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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