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터 봉고차와 어린이집 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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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터 봉고차와 어린이집 버스
  • 김인자
  • 승인 2017.09.14 05: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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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 까맣게 썬팅한 차창


"어제 안간다고 그렇게 울더니 오늘은 진짜 안가려나보다."
"누구? 아..."

심계옥엄니 사랑터가는 아침.
심계옥엄니 타고 가시는 사랑터 봉고차보다 5분 쯤 먼저 오는 어린이집 버스.
어린이집 선생님이 차에서 내려와 걱정스런 얼굴로 아파트쪽을 바라보며 계속 전화를 건다.
"에그, 선생님이 애간장이 다 녹겄네. 안 보낼꺼믄 안 보낸다고 애엄마가 미리 전화를 해주든가 허지... 아침부터 여러 사람 힘들게 하는구나."

같은 시간 어제 아침.
아파트 정문에 서있는 어린이집 버스 앞에서 너 댓 살 먹은 사내아이가 차에 타지 않으려고 엉덩이를 뒤로 빼고 있다.
"에구, 어린이집에 가기 싫은가보다. 저렇게 가기 싫어하는데 뭐하러 억지로 보내나 그래."
심계옥엄니 안스럽게 아이를 쳐다보시며 말씀하신다.

"가기 싫어도 가야 돼. 친구들은 모두 어린이집에 가는데 너 혼자 집에서 뭐 할거야?"
아이 엄마가 아이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툭치며 말한다.
"엄마랑 놀거야."
아이가 두 주먹을 꼭 쥐고 말하는 걸 보니 안스러운데 그 모습이 귀엽다.
"어린이집 가서 친구들하고 놀아. 어서 가. 선생님 기다리시잖아. 어서 빨리 안가?"
아이 엄마가 이번엔 아이 손을 거칠게 잡아끌며 무서운 얼굴로 말했다. 그러자 아이가 큰 소리로 운다. 다섯 살 쯤 되었겠다.
아이가 울자 당황한 선생님이 아이를 번쩍 안는다. 그러자 아이는 얼굴을 잔뜩 찡그린채 두 주먹을 꼭 쥐고 어린이집 버스에 타지않겠다고 선생님한테 안겨서 발을 마구 내찬다. 할 수 없이 선생님이 아이를 땅에 내려 놓자 아이는 냅따 아파트쪽으로 뛰었다. 난감한 엄마는 울상이 되어 아이를 쫒아가 잡아 왔다. 엄마손에 끌려오며 아이는 계속 운다. 에고 안스러워라.

"나 안갈거야. 나 엄마랑 있을거야."
"가야돼, 가야돼. 선생님 힘들어." 하며 아이 엄마는 안타깝지만 매몰차게 말하며 아이를 차안으로 밀어 넣는다.아이는 힘이 센 선생님한테 번쩍 들어올려져 차에 실리고 이내 어린이집 버스 문이 닫힌다. 아이 엄마는 한 발 뒤로 물러서 깨끔발로 창문 너머에 있을 아이를 찾는다. 그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창문을 온통 까맣게 썬팅한 어린이집버스가 쌩하며 출발한다.
아이는 차안에서 울텐데... 어린이집차 창문을 까맣게 썬팅한 이유가 있을까? 있다면 저런 이유 때문일까? 아침마다 어린이집에 안가겠다고 떼쓰며 우는 아이, 엄마와 떨어지기 싫다고 발을 뻐대며 우는 아이를 보지말라고,마음 아프니 보지말라고 그래서 그런걸까? 안이 보이지 않게 까맣게 썬팅한 어린이집 버스가 아이 울음소리와 함께 한참을 내맘에 서성거린다.
어린이집 선생님이 우는 아이를 따뜻하게 품에 꼭 안고 갔으면 좋겠다. 아이가 울음을 멈출때 까지만이라도 선생님이 따뜻하게 품에 포옥 안고 갔으면 좋겠다.
혼자 울지 않게 마음에 상처가 되지 않게 선생님이 온 마음으로 꼭 안고 갔으면 좋겠다.
우는 아이를 억지로 어린이집에 보낸 아이 엄마는 쉬 자리를 뜨지 못했다. 어린이집차가 떠난 고자리에 서서 버스가 떠나간 쪽을 바라보며 한참을 꼼짝도 하지않고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고개를 푹 숙인채로...

"박봉남할머니 안녕하세요."
창문을 까맣게 썬팅하지 않은 사랑터 차가 왔다. 까맣게 썬팅하지 않은 유리창 너머로 심계옥엄니가 어린이집 버스를 쳐다보시는게 보인다. 사랑터 차 창문을 까맣게 썬팅하지않아서 다행이다. 사랑터 차 첫번째 손님인 박봉남할머니에게 손을 흔들어 드릴 수 있어서 박봉남할머니가 기쁘게 손 흔드는 것을 볼 수 있어서 참으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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