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강사 지원사업 놓고 ‘갑론을박’ 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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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강사 지원사업 놓고 ‘갑론을박’ 혼란
  • 배영수 기자
  • 승인 2017.09.18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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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 영역 정부지침 어긋나 한계점 도달... 정부가 책임있게 입장 밝혀야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얼마 전 민간단체 대상으로 추가공모를 마감한 내년도 ‘학교 예술강사 지원사업’의 주체와 방식을 두고, 관계자들이 큰 혼란을 겪고 있다. 인천문화재단이 공공의 영역을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과, 법규지침을 어기면서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 학교 예술강사 지원사업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하 진흥원)에 따르면, ‘학교 예술강사 지원사업’은 전국 초·중·고 학생들의 문화예술교육 활성화를 위해 지역 별로 공모하거나 광역 문화재단 산하 지원센터가 사업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현행 음악, 미술 학교교육의 사각지대에 놓였다고 볼 수 있는 국악, 애니매이션, 미디어문화 등의 분야를 담담한다.
 
이 사업은 당초 지난 이명박 정부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인 진흥원에서 했던 사업이었다. 그런데 짧은 기간에 사업 규모가 커지면서 중앙정부 차원에서 감당이 불가능해지자, 당시 해결책으로 광역단위 별 지원센터를 설립해 지역 차원에서 콘트롤할 수 있도록 했던 것이다. 인천의 경우 인천문화재단 산하에 ‘인천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에서 사업을 진행하도록 했다.
 
현재 표면적으로는 재단이 사업을 직접 할 수도 있고, 진흥원이 공모를 할 수도 있다. 광역문화재단이 주관하게 되면 해당 지역은 공모 대신 재단이 진행하게 되고, 만약 재단이 하지 않으면 진흥원이 지역 별로 공모하게 된다.
 
재단이 하지 않는다고 해서 지역에 돌아갈 지원금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예산은 문체부와 교육부가 매칭을 하는데, 광역단위 재단이 주관할지 여부의 결정 이전 시점에 이미 이를 지역별로 할당을 하고 여기에 인천시도 일부 예산을 지원하면서 지원 규모는 같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내년도 학교 예술강사 지원사업 공고문 일부.

 

◆ 예술강사들의 불만
 
지역단위 차원에서 외형적으로 보면 이것이 재단이 하던 공모가 되던 크게 불만일 이유는 없다. 그런데 이걸 자세히 뜯어보면 개인 예술강사들에게는 불만이 될 부분이 생긴다.
 
인천문화재단이 사업을 직접 진행하면 자신들은 재단이 고용한 사람들이 되지만, 진흥원의 공모로 인해 ‘민간위탁’의 방식이 됐을 때는 결과적으로 민간단체에 기대어야 강의에 나설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공공기관인 재단의 소속이라면 사업의 지속성에 대해 크게 걱정할 부분이 없겠지만, 민간단체들에게 '생계'를 기대어야 할 경우 불만과 불안이 나올 수 있다.
 
때문에 개인예술강사들은 ‘공공성’과 ‘지속성’ 등의 이유로 인천문화재단이 사업을 주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올해 이 사업 위탁에 선정된 단체와 계약돼 있다는 한 개인예술강사는 “우리 강사들은 이전까지 공공의 영역인 지원센터에서 지속돼 왔던 것을 인천문화재단이 포기하면서 민간에 입찰공고를 하고 있는데 이는 절대 정상이 아니며 예전처럼 재단이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매년 민간에게 공모를 할 경우 공공성도 떨어지고 지속성도 결여되어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히고 있다.
 

◆ 인천문화재단은 ‘자발적인 포기’를 한 것일까?
 
이 사업이 2010년 지정된 후 이듬해부터 재단 산하 지원센터에서 담당해 왔는데, 강사들과 근로계약을 해 이 강사들이 건강보험을 제외한 4대보험에 들면서 노사관계가 생성되고 자연스럽게 노사교섭이 되어야 하는데, 현재의 인천문화재단으로서는 그 교섭 자체가 아예 불가능하다.
 
인천문화재단 문화교육팀 관계자는 “전국 문화재단은 문체부 지침을 따르도록 돼 있다”며 “이 지침에는 강사의 1년 강의시간과 급여 등이 모두 규정돼 있고 재단이 이를 지침으로 따르도록 돼 있는데, 노사교섭을 해야 한다면 급여와 복지수준 등을 협의해야 하고 실제 예술강사들의 요구도 있었는데, 재단이 지침에 의거해 움직여야 하다 보니 노사교섭 그 자체가 안 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다보니 나중에는 ‘공공기관’인 인천문화재단이 예술강사들을 직원으로 쓰는 상태의, 즉 사실상의 ‘회사 혹은 고용주’ 개념으로 가는 것이 맞느냐는 문제도 자연스럽게 나오게 됐고, 그래서 그런 고용주 같은 역할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에 전국 문화재단에서 문체부에 문제 제기를 하고 있는 것이 지금의 상태”라고 전했다. 이어 “그렇게 되면 아예 이 사업 자체는 중앙에서 예술강사들과 직접 계약을 하던가, 재단이 고용주가 될 수 있는 역할을 부여하던가 해야 하는데, 지금으로서는 어떤 방법도 취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 말했다.
 
이어 “물론 중간에 중앙정부에서 직접 챙겨야 한다는 얘기도 나왔지만, 결국 답변은 ‘중앙에서 못 하니까 우리더러 하라’는 문체부의 하달이 전부였고, 이에 전국 광역재단 상당수가 반박의 입장 표명을 하고 올해부터 이 사업에 대해 진흥원에서 공모를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진흥원도 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는 당분간 공모로 진행을 하기로 했던 것으로 영원히 이렇게 하자는 자세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 불거지는 문제 

<인천in>은 최근 이 문제와 관련해 예술강사 일부와 문화재단 관계자 등으로부터 예술강사들 일부가 최진용 대표이사를 비롯한 인천문화재단 직원들과 면담을 했던 바가 있었고, 이 과정에서 몇몇 이야기가 전달됐다는 ‘일련의 과정’을 취재했다.
 
면담 당시 양측은 모두 공모로 진행되는 현재의 상황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부분은 공감했다. 이에 최진용 대표이사는 당시 면담에서 지금의 방향 자체를 개선해야 한다는 점을 언급했다고 한다. 예술강사 일부는 “인천문화재단이 사업을 직접 주관하겠다고 했다가 번복했다”면서 인천문화재단에 공세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실제 인천문화재단은 이 입장을 번복했었다. 인천문화재단 측 관계자는 “당초 재단은 진흥원에 내년도 예술강사 지원사업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가 있었다”고 밝혔다. 그런데 그 이후 “민간이 잘 하고 있는 것을 왜 공공이 다시 뺏어가냐”는 등의 주장이 나왔다고 한다. 일각에 따르면 이 단체 측이 SNS 상에 ‘토사구팽’이라는 단어를 쓰면서 재단에 공세를 취했다고 하는데, 현재는 SNS의 내용이 검색되지는 않았다.
 
이에 재단 내부에서 “갈등을 유발하면서까지 급하게 진행되기는 좀 힘든 면이 있겠다”는 판단이 있었고, 재단은 재차 진흥원에 공문을 보내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보였다는 게 인천문화재단 관계자의 설명이다.
 

◆ ‘두 차례의 공문’에 대한 상이한 해석
 
예술강사들은 이것을 두고 “문화재단이 공공성을 포기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 두 차례의 공문만을 놓고 보면 인천문화재단이 특정 단체의 편에 섰다는 문제 제기도 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인천문화재단이 할 말은 없는 것은 아니다. 만약 내년에 문화재단이 상위 정부지침을 거스르면서 “우리가 맡겠다”고 해도, 근본적인 문제(정부지침과 노사문제의 상충 등)가 해결될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인천문화재단의 한 관계자는 “인천문화재단이 포함된 ‘한국광역문화재단연합회’가 한 차례 문체부장관과의 면담을 했었는데 당시에도 전국 문화재단의 수장들은 문체부가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입장이었고, 실제 진흥원에 두 번 공문을 전달한 이후 최진용 대표이사가 예술강사들 일부와 면담을 하면서 당시에도 근본적인 문제 해결(중앙정부 차원에서 국회와의 협조 등을 거쳐 해결하는 것 등)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던 바가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예술강사들 입장에서 인천문화재단에 아쉬운 소리를 할 수도 있고, 진흥원에 공문을 보낸 것을 두고 무책임하다고 지적을 할 수도 있겠지만 분명한 건 인천문화재단을 비롯한 전국 문화재단들이 문체부에 강력히 문제 해결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정황 상 흘러온 부분을 꼬집어 무책임하다고 얘기하는 건 동의할 수 없다"라고 반박했다.

 
◆ 광역 재단 차원의 해결은 ‘불가능’... 답은 정부가 줘야
 
문체부와 지역 예술강사들에 따르면 최근 문체부와 진흥원, 그리고 전국 재단 관계자들과 예술강사들이 이 문제의 원만한 해결 등을 위한 일종의 ‘상생방안 마련’을 하자는 이야기도 있었다. 그러나 ‘방안’이라 함은 어디까지나 제도 및 지침을 위반하지 않는 선에서 진행되어야 하는 만큼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천문화재단의 한 관계자는 “지금의 재단으로서는 노사문제 등을 두고 재단 스스로가 책임을 질 수 있는 상황 자체가 아닌데, 그걸 무릅쓰겠다는 것을 바람직하다고 하면 그게 맞는 얘기인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재단 내부 직원들 상당수는 지금과 같은 공모 방식이 그렇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고, 대표이사 역시 그렇게 생각한다는 점을 여러 번 얘기한 만큼 재단 스스로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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