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오늘 기분 별루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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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 오늘 기분 별루세요?
  • 김인자
  • 승인 2017.09.19 06: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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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 계절이 바뀔 때

"이거 봐라."
심계옥엄니 사랑터 가는 아침.
호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 내손에 꼬옥 쥐어주시는 심계옥엄니 얼굴이 뿌듯함으로 가득하다. 엄니가 꼬옥 쥐어주신 손을 펴보니 종이접기한거다.
"와, 엄니가 접은거야? 이게 뭐예요, 엄니?"
"매미야."
"잘 접었네에. 엄니 잘 잡고 있어보셔요."
"왜?"
"사진 찍어놓게."
"사진은 뭣허게 찍냐?"
"엄니가 만든 것은 기념으로 다 남겨 놓으려고."
찰칵~
"어때, 엄니?"
"에고. 거꾸로 됐네. 눈이 요짝으로 있어야 되는데. 이쁘냐? 붙이고 남은거 줬어."
"붙이고 남은거? 누가?"
"나 다니는 핵교서. 이거 저거 많이 만들었다. 죄 만들어서 어디 갖다가 전시한대. 늙은이들이 이렇게 맹글었습니다 하고 자랑을 한다지. 많이 만들어서 큰 종이에 붙이고 남은거 주더라고 선생님이.하나 빼서 ..."
"얼마나 많이 만들었길래? 할무니들 하나씩 다 돌라주셨겠네."
"아니, 나만 빼서 주더라고."
"하하 선생님이 특별히 엄니가 이쁘신가보네."

"맴맴 이 매미처럼 울더니만 요며칠 안보이네."
"매미처럼? 누구?"
"접때 그 애기말야.어린이집 안간다고 울던 애기."
"그르게. 그날 그러구 안 보이네?"
"그니까 말이다. 에미가 집에 데리고 있으믄 될걸 울면서 가게 만드냐 그래. 싫다고 하믄 보내지말지. 엄마랑 떨어지기 싫어서 그러는걸"

"엄니는 어때?"
"나? 뭐가 어때?"
"엄니도 센터가시는 거 싫어하셨잖어."
"힘드니까 그랬지. 힘들어 아주."
"그럼 엄니도 센터가지말고 집에서 나랑 있으까?"
"니가 집에 있냐? 맨날 전국 방방곡곡 안가는데 없이 댕기면서."
"맨날 가는 것도 아닌데 뭐. 어때 엄니? 센터 안가시고 집에 계시겠다고 하믄 내가 일 모두 접고 엄니랑 집에 있으께요."
"됐다. 하루종일 집에 있는게 얼마나 지루한데. 시간이 안가. 거기서는 이거저거 선생님들이 허래는거 하믄 금방 하루가 가는데 집에 있으믄 하루가 아주 길어. 지루해."
"그래두 엄니 힘들잖어."
"집에 있으믄 안 힘든가? 이제 갈때 되서 그런걸. 어지께는 그짓말 선생님이 그림을 그려갖고 와서 색칠하래."
"뭘 색칠하래?"
"징녀와 갠우. 색칠해서 집에 갖구가라구했는데 나는 안 갖구왔어."
"왜 안갖구 오셨어? 매미는 갖고 오셨으면서?"
"싫어서."
"왜 싫어 엄니?"
"헤어지잖아, 갠우랑 징녀랑."

"어르신, 어서 오세요."
사랑터차가 왔다.
"어, 오늘 우리 심계옥어르신 기분이 왜 별루실까요?"
요양사 선생님 말씀에 맨날 그렇죠 뭐 하시며 차에 오르시는 심계옥엄니.
"어르신, 오늘 기분 별루세요?" 요양사 선생님이 내게 물으신다.
"견우랑 직녀가 헤어지는게 싫으셔서 그러시대요."
"견우와 직녀요?"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듯 요양사 선생님이 웃으시고 심계옥엄니 차에 올라가셔서 맨뒤로 가서 앉으신다.
다녀오겠습니다 하며 요양사 선생님이 차에 오르시고 사랑터 봉고차문이 닫힌다.
까맣게 썬팅하지 않은 사랑터 봉고차 창문으로 쓸쓸한 심계옥엄니의 얼굴이 보인다. 맘이 안 좋다. 손을 들어 과장되게 막 흔들었다. 엄니 잘 다녀오셔요 하면서. 그러자 심계옥엄니 대신 엄니 옆에 앉아계신 박봉남할머니가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주신다.

가을이다.
심계옥엄니 쓸쓸해 하시는걸 보니.
계절이 바뀔때 마다 많이 힘들어하시는 울 심계옥엄니.
오늘 심계옥엄니 사랑터 조퇴시키고 엄니랑 데이트해야겠다. 좋은 곳에 가서 맛있는 밥도 먹고 엄니 좋아하시는 때깔 고운 옷도 사드리고 엄니 기분 좋아지게 해드려야겠다. 이 가을이 다가기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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