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갑도 종가집에 시집온 신세대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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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갑도 종가집에 시집온 신세대 여성
  • 류재형
  • 승인 2017.09.20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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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시어머니 밑에서 익힌 문갑도의 전통, 음식과 생활도구


문갑도 김웅현 황순례 부부
 
  
인천은 외세의 문물을 받아들인 초기의 도시이며 일제를 거쳐 해방과 더불어 한국인의 역량을 스스로 발휘하는 시대로 변해 50년대 이후 일대 변혁기를 맞이한다.

60-70년대에 산업도시라 일컬을 만큼 공장이 많아지고 많은 사람들이 인천을 찾게 되는 부흥기를 맞이한다. 인천은 그렇다 하지만 인천의 섬은 어떠했는가? 1970년대까지 바다는 풍요로웠고 고기가 많이 잡혀 섬 생활은 활기찼다. 인근의 섬과 섬 사이에 오가는 배들도 늘어나고 남쪽으로 당진까지 뱃길이 이어져 바다에서도 문물을 교환하고 돈을 벌었다.
섬과 섬 사이에서 총각 처녀들은 결혼을 해 터전을 잡아 살아왔고 가끔 육지의 처녀들이 섬으로 시집와 살았다.
 
승봉도가 고향인 처녀는 이모네 서울 정릉동에 살고 있었다. 문갑도에 사는 19살 청년은 좋은 여자를 소개시켜준다는 친구로부터 서울 산다는 그 처녀의 사진을 건내 받는다. 초등학교 단발머리 모습의 사진인 것이었다.
조금은 황당하였으나 궁금하기도 하고 마음에 끌려 주소만 가지고 섬을 나와 무작정 서울역에 내린다. 날은 어둡고 비는 오고, 생판 모르는 주소로 정릉동을 찾아 가려니 막막해 그냥 섬으로 내려왔다. 그 후 주소를 정확히 받아 편지를 보내기 시작한다. 서울에 사는 승봉도의 색시는 나이가 어려 사귈 생각이 없다는 답장이 왔으나 문갑도 청년은 계속 편지를 보낸다.
 
편지는 자주 오가고 드디어 1년이 지나 서울역에서 만나기로 한다. 그날도 비는 내리고 우산 쓰고 다니는 사람들 속에서 얼굴도 모른 채 한없이 기다리다 낙심천만 포기하기로 한다.

인천 가는 기차를 타려고 건널목에 서있는데 길 건너에서 택시 기사의 큰소리가 들렸다.
“차라리 죽는게 나요!” (청량리 중량교 가요!)
나의 심정하고 똑같이 들렸다. 우울한 마음에 이렇게 들렸던 것이다. 정신을 차리고 바로 택시를 잡아타고 정릉동으로 갔다. 동네에서 석간신문 배달하는 중학생에게 길을 물어 안내를 받고 드디어 집을 찾는다.
요비링(벨)을 누르기가 쑥스러워 한참을 망설이다가 구멍가게에 가서 소주 1병을 나발 불고 다시 올라가 요비링을 누른다.

그러자 아가씨가 나오고 (사실 한 번도 얼굴을 본 적이 없었다.) 예감이 맞는 것 같아 용기를 낸다.
“내가 지면으로 누차 괴롭혔던 문갑도에 사는 김웅현입니다. 황순례씨 맞으시죠!”
 
그 후 계속 편지는 오가고 서울 처녀는 드디어 인천 문갑도에 내려와 2번째로 만난다.
시어머니 될 분에게 인사를 드리니
“아이구 이뻐라, 우리 며느리가 되려고 어디서 이렇게 곱고 예쁜 며느리가 왔을까!” 하고 좋아하셨다.
처음 만난 이후 6개월이 지나 문갑도 청년은 22살 나이에 군에 입대하게 되었는데, 인천 숭의동 공설운동장 집결지에 처녀가 서울에서 내려왔다.
그녀와 헤어져 수인선 기차역으로 단체로 이동해 논산으로 가는 기차를 탄 청년은 밖에서 손을 흔들며 눈물이 맺혀있는 모습의 그녀를 보았다.
 
1년 후 면회를 간다. 짧은 면회가 끝나고 처녀는 아쉬운 이별을 한다.
그 날, 청년은 같이 근무하던 동료의 집인 공주로 외출을 하기로 했고 논산으로 가 영화를 한 편 본 후에 공주가기가 영 마음이 내키지 않아 귀대하기로 한다. 영화가 끝나고 버스정류장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버스가 영 오질 않아 시간도 남고해서 버스 정류장 앞에 보이는 다리로 걸어갔다. 그런데 다리 너머에서 그 처녀가 건너오고 있지 않는가?
처녀는 서울로 가기위해 버스를 타고 지나가던 중이었는데 건너편 버스정류장에 그리던 남자가 서 있었던 것이다. 버스를 세워달라고 했으나 결국은 다음 정류장에서 내려 걸어오고 있었던 것이다.
처녀는 생각했다. 못 보면 할 수 없고 보면 좋다는 생각에 한 걸음에 달려왔던 것이다. 다리의 한 가운데서 둘은 극적인 상봉을 한다. 영화의 한 장면이다. 인연은 따로 있구나 생각했단다. 운명의 만남이란 이런 것이었다.
 
승봉도 섬아가씨이지만 뭍으로 나가 서울에서 공부했고 박문여고 졸업한 신세대 처녀가 시할머니와 시부모님, 그리고 남편의 형제(2남3녀)와, 큰 배를 부리고 밭농사도 짓는 종가집 큰 며느리로 오기가 쉽지 않았다. 친정에서는 반대했지만 사랑 하나로 무조건 결정했다.
하이힐에 눈화장까지 한 신세대 여성 황순례씨가 문갑도의 종가집에 시집오게 된 것이다.
신랑이 군에 있을 때 결혼했고 홀로 문갑도에 들어와 살기 시작한다.

 
 


이 사진은 갓 시집와 21살 때 찍은 사진인데, 각각 독사진이었고 신랑 복장도 잠바차림이었으나 사진관에서 몽타주 기법으로 합쳐진 사진이다.

 
신랑도 없이 아침 5시면 일어나 아래 빨래터 우물에서 물을 길어와 아궁에 불 때고 밥을 지었다. 밥을 지으면서 신이 나서 부뚜막을 두드리며 노래도 불렀다.
이렇게 시할머니, 시어머니 밑에서 문갑도의 전통을 배우고 음식을 만들고 행복하게 문갑도에서 살게 된다.
대두 1말, 40k의 보리를 담가서 술밥을 찌고 누룩과 함께 마당의 멍석 위에서 버무려 항아리에 넣어 술을 담았다.
김장도 시어머니와 시누이와 같이 셋이서 어마어마하게 많은 2-300포기 가량 담갔다. 큰 배를 부려 식구가 많았다. 생새우와 고춧가루, 마늘만 넣고 담갔는데 그 김치가 너무 맛있었다고 한다. 생새우는 잡아와 항아리에 넣어놓으면 삭은 후 위의 국물을 사용했다.
집에는 항아리(독)도 엄청 많이 있고, 꽃게 껍질을 밭에 섞어주어 고구마도 실하게 만드는 삶의 지혜도 터득했고 시부모님의 사랑도 독차지했다. 현재 시어머니는 문갑도에서 최고령자 97세이시다.
 
 
 
문갑도 최고령자 97세의 김웅현님 모친이 시집올 때 가지고 온 100년도 넘은 장식장, 아직도 고색창연한 빛이 난다.
 

 
 
잘 하는 음식은 파김치, 바지락 넣은 된장찌개이고 겨울에는 파와 김치 위에 굴을 얹어 넣고 찌는 형식의 찌개를 만들어 먹었다. 특히 간장게장은 일품이었다. 간장을 다릴 때는 북어대가리를 넣고 다렸다.

당시 시아버지가 좋아하셔서 내림술도 담갔다. 가마솥에 물을 붓고 막걸리 찌꺼기를 담은 단지를 안에 넣고 뒤집어 올려논 솟뚜껑 위에는 물을 부어 놓는다, 그리고 불을 때면 솟뚜껑 아래로 서리는 맑은 술을 받았다.

가을이면 누룩도 빗었다. 보리를 찌어다 담근 후 건져서 마른 쌀과 함께 쪄서 누룩을 빗었다. 여기에다 가을 들국화를 베어와 누룩을 싸고 방의 뒤주 밑에다 넣어놓으면 누룩이 국화꽃에 배고 향이 저절로 나온다. 노랗게 뜨면 이것으로 술을 담궜다. 국화주인 것이다.

승봉도에서는 보지 못하던 것인데 시어머니가 가르쳐주신 것이다. 며느리는 이렇게 시어머니와 술을 만들면서 같이 먹어보고 술도 배웠다.

당시 동네에서 술로 인해 시비가 오가니 동네 아주머니들이 술을 파는 곳에 가 술독을 모두 부숴버리고 술을 없앴다. 그래도 시아버지가 큰 배를 부려 선원들이 있었기 때문에 집에서 누룩으로 동동주(막걸리)도 담궈 먹었다.
 
지금은 엄나무순, 취나물을 뜯어와 무치고, 장아찌 만들고, 국을 끓이기도 한다.
문갑도에 배를 부리고 있는 광복호에서 꽃게, 장대, 간재미 등 고기를 샀고 도라지, 우무가사리 등을 채취해 먹는다.
특히 도라지나 더덕으로 만드는 탕은 시어머니부터 내려온 전통의 음식이었다. 굴을 넣고 하얗게 끓인다. 술을 먹은 다음날 해장국으로 그만이라 한다.
손님을 맞으면 매 식사 때마다 정성으로 식단을 바꾼다.
 
대대로 내려온 생활도구들도 100년이 넘었고 아직도 쓰고 있다. 절구, 다듬이돌, 양푼, 밥그릇, 국그릇, 손저울, 시루, 뒤주, 나무절구, 돌괭이(떡 찟는 도구), 얼래미 채, 가마솥 등 생활도구들을 아직도 보관하고 있다.
 
 

100년이 넘은 다듬이 돌
 

얼래미 채

 

 

돌괭이(떡 찟는 도구)


손저울
 

시할머니부터 사용해오던 밥그릇, 국그릇
 

양푼
 

시어머니 때부터 사용해오던 독들, 가운데 보이는 것이 술독
 

2014년 추석에 내려온 가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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