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도 개발이익 환수 문제, 근본 원인은 '불평등 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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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 개발이익 환수 문제, 근본 원인은 '불평등 계약'
  • 김영빈 기자
  • 승인 2017.09.26 20: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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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층 인천타워 건립 위해 SLC와 불평등 협약 체결한 것이 화근

        


 인천경제자유구역 송도국제도시 6·8공구 34만㎡ 개발사업자인 SLC(송도랜드마크시티유한회사, 미국 포트만과 현대건설·삼성물산 합작 특수목적회사)의 개발이익 환수 문제는 당초 인천시가 SLC와 맺은 불공정, 불평등 협약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26일 열린 인천시의회 ‘송도 6·8공구 개발이익 환수 조사특별위원회’에 출석한 증인들은 SLC와 체결한 협약서는 불평등한 사실상의 ‘노예계약’이었다는 사실을 대부분 시인했다.

 지난 2007년 8월 인천시와 SLC가 맺은 협약은 151층 인천타워 건립에 초점을 맞추면서 토지공급가격, 개발 내용, 사업 일정 등 모든 면에서 SLC에 유리한 내용이었다는 것이 전·현직 인천경제청 고위 공무원들의 한결같은 답변이었다.

 151층 인천타워를 건설하기 위해 송도 6·8공구 651만㎡ 중 도시기반시설 용지 등을 제외한 사업용 토지 228만㎡의 독점개발권을 SLC에 모두 주고 땅값은 3.3㎡(평)당 240만원의 고정가격으로 제공키로 했지만, 인천타워는 ‘2013년 말까지 준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고 명시해 명확한 준공 시점조차 없었던데다 사업이 무산되면 투입비용은 물론 기대 이익까지 시가 물어주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협약 내용 때문에 SLC에 끌려 다닐 수밖에 없었고 결국 사업축소 조정을 위한 협의 4년 5개월 만에 151층 인천타워는 건설을 포기한 채 공동주택용지 34만㎡를 3.3㎡당 300만원에 넘기는 것으로 합의가 이루어졌다.

 송도 6·8공구 랜드마크시티 개발사업은 2009년 7월 계약금조차 없는 토지공급계약에 이어 2010년 5월 실시계획인가를 받았지만 같은 해 7월 송영길 시장이 취임하면서 재정위기 타개를 위한 토지매각을 염두에 두고 사업축소 조정이 논의되기 시작했다.

 사업 축소를 통해 SLC에 공급키로 했던 토지 228만㎡의 일부를 회수하고 매각함으로써 재정위기를 넘기자는 계산이었는데 SLC는 2010년 8월 첫 사업계획조정안을 인천경제청에 제출하면서 인천타워 102층으로 조정, 토지 22만㎡ 시로 환원, 분양수익 3% 제공을 제시했다.

 이후 2011년 5월 2차 사업조정안에서 SLC는 102층 인천타워 3분의 1 인천경제청 매입과 토지 99만㎡ 시로 환원을, 2012년 3월 3차 조정안에서는 인천타워 층수 추가 축소 또는 다른 랜드마크 시설 검토를 제안했다.

 인천경제청은 SLC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는데 2012년 10월 당시 이종철 청장이 토지가격 3.3㎡당 300만원에 일부를 공급하는 방안 검토를 지시했고 결국 2014년 12월 유정복 시장이 3.3㎡당 300만원에 34만㎡를 제공토록 최종 결재함으로써 2015년 1월 사업조정 합의서 체결이 성사됐다.

 이와 관련해 정대유 인천경제청 전 차장은 “2012년 8월 송영길 시장의 ‘송도 6·8공구 문제를 정리하라’는 특명을 받고 인천경제청 도시개발본부장으로 부임해 기본협약, 실시협약, 토지공급계약 등을 검토한 결과 법적 대응이 불가능한 불평등 계약임을 확인했지만 151층 인천타워의 파급효과를 감안해 당시 안상수 시장이 백지위임에 가까운 양보를 한 것으로 이해했다”며 “그러나 송도랜드마크 개발사업의 핵심인 인천타워 건립이 무산된 상황에서 이종철 청장이 토지 일부를 3.3㎡당 300만원에 공급하는 방안을 강요했고 이는 SLC에 수천억원의 특혜를 주는 것으로 ‘배임’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강력히 반대하며 내부고발까지 경고했다”고 주장했다.

 정 전 차장은 “도시개발본부장 부임 4개월 만에 대기발령을 받았는데 이는 SLC에 특혜를 주는 것에 반대하고 국정감사를 앞둔 상황에서 삼성과 현대그룹 회장 국감 증인 채택을 주장한데 따른 보복성 인사로 생각했다”고 밝혔다.

 정 전 차장은 “당시 SLC측이 주장한 투입비용 650억원에 대한 검증을 거쳐 매몰비용을 물어주고 계약을 해지한 뒤 회수한 토지는 감정평가를 거쳐 매각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 청장의 뜻대로 3.3㎡당 300만원에 토지 34만㎡를 SLC에 공급하는 방안이 2014년 12월 유정복 시장의 최종 결재를 받아 2015년 1월 인천경제청과 SLC 간의 사업조정 합의서가 체결됐다”고 경위를 설명했다.

 공동주택용지의 시세를 3.3㎡당 1200만원으로 계산할 경우 SLC에 제공된 특혜는 9000억원에 이른다.

 반면 현직 인천경제청 고위 공무원들은 당시 송도 6·8공구 공동주택용지 공시지가는 550만원, 시세는 600만~700만원에 불과했다고 주장하며 240만원에 토지를 공급키로 한 가운데 SLC의 투입비용과 6·8공구를 지나는 제2외곽순환고속도로의 노선을 해상 쪽으로 조정하면서 추가 비용(2200억원 추정)은 6·8공구 사업시행자(인천경제청과 SLC)가 부담토록 한 점을 고려해 3.3㎡당 300만원을 제시하고 이를 관철시킨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SLC가 주장하는 기 투입비용은 2015년 1월 기준 약 900억원이고 개발면적은 34만㎡로 제2외곽순환 노선 변경에 따른 비용 부담도 330억원에 그쳐 SLC에 과도한 특혜를 줘 시민들에게 재산상 피해를 끼쳤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일부 공무원들의 말처럼 당시 송도 6·8공구 공동주택용지 시세가 700만원이었다고 가정해도 SLC의 땅값 차액만 4000억원이고 아파트를 분양하면 더 많은 수익을 올린다.

 정대유 전 차장은 “시 감사실에 수사 의뢰를 요구했으나 묵살당했는데 시의회 조사특위가 사업조정 합의서 체결 관련 공무원들(업무상 배임)과 업자와 유착된 언론·사정기관(검찰 관련 관변단체)·시민단체 관계자(변호사법 위반 혐의를 지칭하는 듯)를 고발해 달라”며 “이번 문제는 수사를 통해 시시비비를 가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제홍 조사특위 위원장은 “위증 외에는 특위 이름으로 고발은 할 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특위 활동을 통해 범죄혐의가 있다고 판단되고 동료 시의원들이 요청하면 특위를 대표해 개인 자격으로라도 고발할 의사가 있다”고 언급했다.

 정대유 전 인천경제청 차장의 폭로성 글로 인해 촉발된 송도 6·8공구 개발이익 환수 문제가 경찰이나 검찰의 수사로 이어질 것인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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