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 이혜정 기자
인천시 계양구 다남동 '유기동물보호소'. 4800㎡ 규모의 보호소 안으로 들어서면 어두운 공간에 새까만 눈망울을 반짝이는 '견공' 200여 마리가 있다.
보호소 문으로 들어서자 여기저기서 유기견들이 "멍~멍" 하고 짖어댄다. 이곳에 있는 '반려(伴侶)동물'들은 대개 연수구, 남동구, 남구, 옹진군 등 인천시내 전역에서 '데리고 온' 개와 고양이다.
오랫동안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아서인지 초라한 모습을 띤다. 하지만 이곳 개들은 대부분 이름 있는 종이다. 쉬즈, 말티즈, 포메리안, 미니핀 등…. 중・장견으로는 코카스파니엘, 슈나우져, 진돗개, 골드리퍼 등이 있다.
이들 유기동물은 주인을 찾지 못하거나 다른 가정에 분양되지 않으면, 대부분 폐사하거나 안락사를 당할 처지에 놓여 있다.
윤재원 인천시수의사회 야생동물 및 유기동물보호소 소장.
유기동물보호소를 관리하고 있는 윤재원(42) 소장은 "몇 년 전부터 애완동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키우고 있지만, 기르는 데 어려움이 따르면 물건을 내팽개치듯 내버리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며 한숨을 쉰다.
대개 가정집에서 이들 '반려동물'을 내버리고 나머지는 농장(개 농장), 애견센터(사설포함), 도시외곽 등에서 발생한다고 한다.
이유는 사육비용이 많이 들거나, 소・대변을 가리지 못하는 경우, 애완동물에 대한 변심, 이웃과의 관계, 임신 등 다양하다. 물론 부득이 애완동물을 잃어버리는 경우도 있지만, 버려지는 게 대부분이다. 특히 휴가철인 여름에 유기동물이 급증한다.
윤 소장은 "겨울철에는 보호소에 들어오는 유기동물 수가 조금 줄어드는 편이지만, 여름 휴가철이 되면 반려동물을 버리는 경우가 많아 하루에 최대 인천지역 자치구당 100여 마리의 유기동물이 생기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윤 소장과 함께 보호소를 운영하는 이명순(49)씨는 "이곳 장소는 한정돼 있는데, 유기동물은 지속적으로 늘어나 걱정"이라고 했다. 그는 "보호소에 들어오는 유기동물은 개(犬)가 많지만, 최근 들어 개는 줄어들고 고양이 수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며 "개와 달리 번식력이 빠른 고양이가 유기될 경우 사회적 비용이 더 많이 발생한다"라고 지적했다.
일반 동물은 배란-교배-임신 과정을 거쳐 번식을 하지만, 고양이의 경우 교배-배란-임신 과정을 거쳐 번식하기 때문에 번식력이 훨씬 강하다고 한다.
이씨는 "현대사회에서 애완동물은 반려동물이라고 불릴 정도로 사람과 아주 가까운 관계"라며 "말 못하는 생명을 물건처럼 사고 버리는 사회적 풍토가 하루 빨리 바뀌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 유기동물보호소는 구조한 유기동물 한 마리당 9만원씩 연수구와 남동구, 남구, 옹진군에서 지원을 받는다. 하지만 이는 열흘간 보호비용뿐이다. 보호소에서 열흘이 지나 유기동물을 안락사시켜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곳 유기동물들이 그나마 안락사를 당하지 않는 것은 '애견가'들의 기부금 덕이다.
"이곳 유기동물들은 따뜻한 가정에서 주인의 사랑을 받았던 동물이라 대부분 건강상태가 괜찮은 편이다. 이런 생명을 며칠간 유예기간을 두고 안락사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 다시 새로운 가족을 만날 수 있을 때까지 보호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윤 소장의 얘기다.
윤 소장은 계양구가 최근 이 보호시설의 일부 건물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원상복구 시정조치를 내린 상태라 고민이 많다고 전했다. 이 보호소는 지난 4월 동물보호시설로 허가를 받아 사용하고 있다. 매년 증가하는 유기동물을 보호하기 위해 기존에 있던 비닐하우스 건물 내부를 정리해 사용하고 있으나, 이를 불법행위로 취급한 것이다.
윤 소장은 "매년 늘어나는 유기동물 수를 감당하기 어려워 하나의 방편으로 버려진 비닐하우스를 정리해 사용하고 있으나, 내부 철망 설치가 불법이라며 철거 조치가 내려진 상태"라며 "이곳을 폐쇄할 경우 또 다른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기동물보호소는 계양구에 위치하고 있지만 정작 지원금은 연수구, 남동구, 남구, 옹진군에서 받아 운영되고 있고, 계양구로부터는 어떠한 지원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매년 늘어나고 있는 유기동물
인천시 2010년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 요구자료에 따르면 버려진 애완동물(유기동물)이 2007년 4천729마리, 2008년 4천667마리, 2009년 4천917마리에 이른다. 올해는 6월말 현재 2천563마리로 지난해 유기동물 수의 과반수를 넘어섰다.
이중 버려진 개는 2007년 3천932마리, 2008년 3천630마리, 2009년 3천502마리로 점차 줄어들고 있다. 반면 버려진 고양이는 2007년 772마리, 2008년에는 999마리, 2009년 1천785마리로 매년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구조되거나 포획된 유기동물 수에 대한 통계일 뿐, 실제로 발생한 유기동물 숫자는 이보다 훨씬 많다는 게 관련 전문가들의 말이다.
또 유기동물들이 보호소에 간다고 해도 수난이 끝난 게 아니다. 열흘 이내에 주인을 찾지 못하거나 분양되지 않으면 안락사 처리되기 때문이다.
인천의 유기동물 안락사 건수를 살펴보면 지난해 2천846건으로 2008년 2천755건보다 3.3% 증가했다. 올해 6월말 현재는 1천484건으로 폐사 719건, 안락사 765건으로 나타났다.
이런 현상은 1차적으로 사람의 잘못에서 비롯하지만, 문제는 사회전체로 확대되면서 유기동물들이 도시의 큰 골칫거리로 될 가능성이 높다.
유기동물은 지자체가 위탁을 준 기관인 지역 내 7개 유기동물보호소에서 10일 동안 보호받다가 주인을 찾지 못하면 안락사를 시킨다. 이들을 보호하고 안락사를 시키는 비용은 2007년 3억9251만원, 2008년 4억433만원, 2009년 4억2957만원에 이른다. 올해는 5억원의 예산이 잡혀 있고, 이중 6월 말까지 2억3292만원이 쓰였다. 이 비용은 매년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유기동물은 대부분 밖에서 헤매던 동물이기 때문에 겉모습이 허름하고 털이 엉켜 있거나 피부병 발생 등 다양한 문제를 지니고 있어 분양될 확률도 상당히 적다.
윤재원 소장은 "유기동물도 생명체로서 특별히 질병이 있거나 성격이 난폭하지 않을 경우 안락사를 시키지 않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면서 "유기동물을 줄이기 위해서는 애완동물을 무조건 키우기 말고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인천시는 올해부터 가정에서 기르는 애완동물을 관할 군・구에 등록하는 '애완동물등록제'를 시행하고 있으며, 8월 현재 2만2천546마리가 등록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