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도심 지키는 인생빵집, 동인천 '브레드 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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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도심 지키는 인생빵집, 동인천 '브레드 파파'
  • 김찬미 시민기자
  • 승인 2019.01.05 15: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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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부부 15년째 한 자리, 동구의 '유기농 건강빵집' 으로 자리잡아


 


인천시 동구 운교로6 '브레드 파파'. 빵집이다. 동인천 화평철교 부근에 있어 가는 길에 그냥 지나치기 쉽지만 들어가보면 사뭇 놀라움을 감출 수 없다.

첫번째는 푸짐한 시식코너에 놀란다. 거의 모든 빵마다 한 번씩 먹어볼 수 있도록 빵이 잘라져 있다. 그런데다 빵을 꽤 큰 크기로 잘라 놓아서 마음도 푸짐해진다. (한 번 먹고 맛있어서 또 먹다보면 나 혼자 빵을 거의 다 먹은 것 같은 미안한 마음이 들 정도다.)

두 번째는 기존 유명한 메이커 빵집보다 더 맛있어서 놀라게 된다. 사실이다. 세번째는 유기농 밀가루를 비롯, 천연버터, 천연발효종, 국산 쌀가루·팥 등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다양한 종류에 맛있는 빵, 유기농 밀가루까지... 빵 맛은 다 비슷한 줄 알았는데 브레드 파파의 빵을 먹어보고 나서는 ‘맛있는 빵’을 찾는 이유를 알게 된다. 빵들은 비싸지 않아 부담이 없다. 젊은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스타일의 빵집인데도 꿋꿋하게 구도심을 지키고 있는 빵집, 브레드 파파를 소개하려 한다. 

 

 브레드 파파는 15년 된 빵집이다. 동구 구도심을 지키게 된지 15년이 되었다는 의미다. 원래는 '본 베이커리'라는 이름으로 시작했는데 4년 전 브레드 파파라는 이름으로 변경했다. 그 이유는 유기농 밀을 사용하여 '유기농 건강빵집'의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해서다. 이 곳에 가면 다양한 빵의 종류를 볼 수 있다. 조금 단순한 단팥빵에서부터 크림치즈, 마늘빵 등 맛있는 빵들이 많다. 그리고 각종 빵들 앞에는 큼지막하게 빵이 잘라져 있어서 직접 먹어보고 빵을 고를 수 있다.

시식코너를 두는 이유는 두가지인데 하나는, 손님의 입장에 맞추어 자신의 입맛에 딱 맞는 빵을 먹어보고 사게끔 하려는 주인 부부의 배려가 담겨있다. 빵이 맛이 없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입맛에 맞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손님의 입장에 맞추어 시식코너를 운영한다. 두번째는 말 그래도 ‘정’이다. 손님들이 빵을 찾아 들어오셨는데, 빵집의 따뜻한 정을 느끼게 하기 위해서다. 


 

 


 브레드 파파의 빵은 맛이 있어 이 곳은 입소문으로 오는 손님들이 많다고 한다. 지인에게 선물 받은 브레드 파파 빵이 맛있어서 이름을 기억해놓았다가 먼 거리에서도 찾아오는 이들도 꽤 있다. 항상 찾아주는 동네 주민들도 있지만 의외로 멀리서 찾아오는 이들도 많은 빵집이다. 이 근처는 블로그나 SNS를 하는 이들도 많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청라, 송도에서 뿐만 아니라 파주같은 곳에서도 오기도 한다. 

동구의 인구가 신도시로 빠져나가고 있음에도 브레드파파는 매출에 큰 변화를 느끼지 못한다고 한다. 빵에 담겨있는 정성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요즘 같이 브랜드 베이커리가 빵집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요즘 이렇게 굳건하게 구도심을 지키고 있는 빵집이라는 점에서 마음이 간다. 냉동해서 들어온 빵들이 아니라 직접 매일 주인 부부가 구워낸다는 점에서 동인천 주민 입장에서는 오래도록 있었으면 하는 빵집이다. 

 

 이 곳의 주인은 양수향(46), 임은희(46) 부부. 바깥주인 양수향씨는 25년 경력의 제빵사이다. 아들 다섯의 막내 아들으로 태어났다. 형님들은 모두 제빵제과쪽 일에 종사하거나 예전에 종사했다가 은퇴하였다고 한다. 어렸을 때부터 빵을 만드는 형님들의 모습을 보고 자연스레 커서 빵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지금도 명절이 되면 가족끼리 모두 만나서 빵 얘기를 하는 제빵사 집안이다. 안주인 임은희씨는 제빵은 생각해본적도 없었던 커리어 우먼이었으나 IMF시절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다. 그 당시 제빵 제과를 배우며 잠시 일을 하던 제과점에서 지금의 남편을 만났고 그 이후로는 함께 빵을 만드는 일로 뛰어들게 되었다. 

 

서울에 살았던 부부는 지인의 소개와 재료 가게의 위치 등을 고려하여 인천 동구에 자리잡게 되었다. 임대료도 저렴했고 상권도 좋아서였다. 빵의 수준이 옛날스러워도 매출은 유지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이 곳에서 빵의 수준을 높여가며 더욱 좋은 빵을 공급하면 더 높은 매출을 기대할 수도 있었다고 한다. 다양한 빵을 주민들에게 선물해주고 싶은 직업정신이 정성으로 담겨있다.

처음엔 어려움도 많았다. 지금은 꽤 많이 알려져있지만 ‘크림치즈’에 대한 주민들의 이해가 부족해서 상한거 아니냐고, 비싸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그럴때마다 남편 양수향씨는 아내에게 "우리가 조금씩 더 노력해서 이 동네 사람들이 더욱 다양한 빵을 접하고 더 수준 높은 빵을 먹을 수 있도록 노력하자"며 용기를 냈다. 그래서 지금도 주인 부부는 더 많은 빵들을 내어놓고 싶지만, 주민들의 기준에 맞추어 한 두 발 앞에서 더욱 맛있는 빵을 만들어내려고 노력한다. 요즘 서울에서 유행하고 있는 다쿠아즈는 도전하고 싶지만 조금 참고 마카롱을 하는 것처럼 천천히 다양한 빵을 접해보게 하고 싶어서 차근차근 노력하고 있다.

 

 주민들의 삶에 빵을 맞추려는 노력, 유기농 빵에 종류도 다양하게 동네사람들의 입맛에 맞게 변화를 주는 노력. 최신빵과 트렌디한 빵들도 구워내지만 동구에 사는 많은 어른신들의 입맛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옛날 분들을 위한 빵들도 항상 굽는다. 어떤이들은 이런 빵을 아직도 파냐고 말하기도 하지만 어르신들을 위한 추억의 빵도 소중하다고 늘 생각한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여러 사람들이 여기를 '인생빵집'이라고 부른다. 
 
서울이라는 곳에 살다가 왔지만 둘째아이는 이 곳에서 낳아서 자랐고 고향과 같은 곳이라 그런지 이제는 인천시민이라는 마음이 든다고 한다. 동구 구민이라는 것에도 항상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동구를 지키는, 구도심을 지키는 브레드 파파. 사람들은 조그만 행복을 산다는 마음으로 빵집에 들어서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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