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상가 권리금’의 진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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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상가 권리금’의 진실은?
  • 배영수 기자
  • 승인 2019.01.29 16: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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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상가 전대차계약 폐지하려는 인천시... 반발하는 상인단체


인천시 중구의 한 지하상가 ⓒ배영수

 

인천지역 지하상가의 불법 전대차계약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행안부와 감사원이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는 만큼 시에 개정압박을 넣고 있고 인천시도 의지가 있으나, ‘사실상 운영권’을 쥐고 있는 상인단체들이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엄연히 ‘공유재산’에 해당하는 지하상가를 장기간 사유화하고 있는 것을 넘어 법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권리금까지 오가는 등 노골적인 사유화가 장기간 이어져옴에 따라 개혁 수준의 움직임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시 내부 및 시민사회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29일 인천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 23일 지하상가의 전대차계약을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조례 개정과 관련해 시민단체 및 상인단체, 시의회 등과 시민협의체 2차 소위원회를 진행했다. 이들은 이날 의견차를 별달리 좁히지 못했다. 시는 현재 올해 3월까지는 조례를 전면 개정할 것이라는 계획 하에 이같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 ‘중복재위탁 - 중복재임대’로 점철된 지하상가의 현 주소
 
지난 2002년 제정된 조례는 지하상가 임차권을 양도하거나 전대할 수 있고 임차인 선정 시 기존 계약자에 우선권을 주고 상가법인이 부담해 시설을 보수한 경우 들어간 비용만큼 임차 기간을 연장한다는 등 양도와 전대를 모두 인정하는 내용을 적시하고 있다. 물론, 이는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이라는 상위법을 위반하고 있어 지속적으로 문제가 됐다.
 
그간 시는 이 조례에 따라 인천시가 인천시설공단에 지하상가 관리를 위탁하고, 공단이 민간법인에 상가 운영을 재위탁하면 이 법인이 상인들에게 점포를 임차하면서 이들 상인들이 다시 전대하는 것을 허용해 왔다.
 
법적으로는 시가 시설관리공단에 위탁하는 것 혹은 시가 시설관리공단을 배제하고 민간법인에 위탁하는 것 정도만 허용되어야 한다. 특히 법인으로부터 1차 임대자가 이를 임대받고 이를 상가를 직접 운영하는 2차 임대자에게 재임대하면서 여기에 권리금 등을 붙여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재위탁에 재임대 등이 얹혀지다 보니 지금은 시가 사실상의 정확한 임대료를 알 수도 없는 형국까지 됐다.
 
시는 이런 식의 전대계약이 성행하면서 공식적인 임대료의 최대 10배 이상의 부당이득이 생긴다고 보고 있고, 이런 식의 부당이득  임대 행위가 인천 내 지하상가 점포(총 3,580개 정도)의 80% 정도인 약 3천여 점포가 해당된다고 추정하고 있다.

그러자 지하상가연합회가 “시가 조례 개정을 추진할 경우 권리금 등 피해 규모가 9천억 원 규모에 이른다”는 등의 주장을 하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시의 조례를 믿고 2002년부터 장기적으로 8백억 원 대의 금액을 투자(주로 리모델링 등)해 왔다고 주장하며 권리금 등도 보호받아야 한다는 입장에 있다.
 
 
◆ 대한민국은 공유재산의 권리금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런데 엄연히 ‘공유재산’에 해당되는 지하상가에 권리금이 발생한다는 이들의 주장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현행법은 공유재산에 대한 권리금을 보호하지 않기 때문이다. 권리금이라는 것이 개인의 사유재산 영역에서 발생되는 것인 만큼, 공유재산은 권리금이 발생할 주체가 아니라고 보고 있으며 이같은 논리에 따라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아래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5 내용이다.
 

제10조의5 (권리금 적용 제외)

제10조의4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상가건물 임대차의 경우에는 적용하지 아니한다. <개정 2018. 10. 16.>
 
1. 임대차 목적물인 상가건물이 「유통산업발전법」 제2조에 따른 대규모점포 또는 준대규모점포의 일부인 경우(다만,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 제2조제1호에 따른 전통시장은 제외한다)
 
2. 임대차 목적물인 상가건물이 「국유재산법」에 따른 국유재산 또는 「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법」에 따른 공유재산인 경우
 
[본조신설 2015. 5. 13.]

 
따라서 공유재산인 지하상가를 놓고 권리금을 포함해 거래했다고 하면 ‘공유재산을 사실상 사유화했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인천시도 이에 근거해 개정안을 추진하려고 한다. 시 관계자는 “그간 시가 조례를 통해 공유재산에 대해 양도와 전대를 허용한 것은 사실이나, 이는 사용권 및 운영권으로 돈을 걸고 허용한 것이 아니다”라며 “일부에서 권리금을 동반한 거래를 확인한 만큼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이들이 주장하는 피해 규모에 대해서도 시는 의문을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시 관계자는 “이들의 9천억 원 주장은 권리금뿐만 아니고 개보수 비용 등도 포함이 된 것으로는 알고 있는데, 근래 했던 공청회에서도 당시에 5천억 원 정도 주장했던 기억이 있다”고 밝혔다.
 
지난 7대 시의원으로 당시 지하상가 전대차계약 금지를 골자로 개정안을 상정한 바 있는 이한구 전 시의원도 “(시의원 활동 당시) 진행했던 간담회 등에서 이들이 주장하는 바를 기억하기로는 그 액수(9천억 원)는 아니었다”고 전했다.
 
이 전 의원은 “지난 2015년 시의회 문화복지위원장을 했을 당시 지하상가 내용을 포함해 위탁사무에 대한 행정사무조사 특위가 가동됐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 이 계약에 대한 자세한 거래 내역들을 확인하면 전대차계약 폐지 시 혹시 생길수도 있는 선의의 피해자 등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도 확인할 수 있기에 이 내역 등을 포함한 자료 제출을 요구했지만 당시 돌아온 답변은 ‘개인 간 거래 문제라 자료제출 의무가 없다’는 거부의 메시지였다”고 밝혔다.
 
이 전 의원은 “그 이후 건설교통위원회로 옮긴 후 전대차계약을 폐지하는 조례 개정안을 상정했는데, 당시 일부 지하상가 쪽 관련자들이 다른 시의원들을 통해서 상정 및 안건심사를 못하게 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면서 “그런 과정에서 간담회도 한 차례 있었고 그때 지하상가연합회 측에서 자료를 만들어 와서 피해 규모 등을 주장해 오기에 그 근거를 제출하라고 했는데, 결국 요구한 자료가 오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지하상가 상인들의 직접적인 피해가 있다면 피해규모를 입증할 객관적 근거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전 의원이 전한 당시의 정황에서 상인 측 연합회가 주장하는 피해 내용에 대한 의구심이 생길 수 있는 부분이다.
 
이 전 의원은 “현행 조례에도 상인들이 임차를 받을 때 계약서를 법인 이사회에 제출하게 돼 있다”며 “그렇다면 법인 이사회가 상가 계약서들을 다 갖고 있다는 얘기가 되고 그 내용에 따라 실제 계약과 일치하는지도 확인이 필요하고, 물론 상위법도 그렇지만 시 조례도 권리금을 인정하지는 않고 있는데 계약서 등을 토대로 검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천시의회 건설교통위원회.

 
 
◆ 공유재산 일반재산으로 돌리자 주장도... 시 ‘어불성설’ 일축
 
이런 가운데 일부 인천시의회 의원은 이같은 전대차계약을 아예 합법화시키자는 주장도 펼치고 있다. 지하상가 리모델링 등 비용을 인천시가 민간에 전가해 놓고 조례 폐지를 통해 상인들에게 피해를 주려 한다며 이를 일반재산으로 돌려 전대를 허용하자는 것이다.

안병배 시의원은 “처음 지하상가가 조성될 때 민간자본으로 추진돼서 기부채납하고 상가로 쓰고 있고, 조례도 일반재산에 준용해서 만들어졌으며 시의 묵인 하에 거래돼 왔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이를 다시 일반재산으로 돌려서 전대차계약을 합법화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으로 법적으로 문제없이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역시 논란의 여지가 있다. 민간의 제안 등으로 추진돼 조성하고 상가를 운영한 것을 인정한다고 해도, 20년이라는 장기간을 무상으로 사용한 뒤 기부채납된 엄연한 ‘공유재산’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실제 부평지하상가를 예로 들면 부평역사에 포함된 일부 구역이 최근 그런 식으로 운영된 뒤 넘어왔고, 다른 구역들은 이미 2000년대 초반 넘어온 공유재산이다.
 
또 전대계약의 형태가 겹겹이 쌓여 권리금까지 끼어 있는 임대료가 천정부지로 오른 것이 사실이라면 여기서 직접 장사를 하는 영세상인들이 전대계약 폐지를 통해 임대료를 적잖이 낮출 수 있다. 그런데 이를 공유재산이 아닌 일반재산으로 넘겨 전대가 성행토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겠냐는 것이다.
 
시 관계자는 “일부 시의원들 사이에서 그런 주장들이 나오는데, 지하상가는 엄연한 행정재산”이라며 “이미 20년간 운영권이 민간에게 있었고 이후 기부채납이 된 것이며, 공유재산인 지하상가는 (모두에게 열린) 일반 입찰이 원칙이어야 한다”며 그런 주장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이한구 전 시의원은 “정상적인 일반상가들도 임대차보호법에 의해 5년을 보호 받을 수 있는데, 그런 측면에서 보면 조례가 개정된다고 그들이 바로 내쫓기는 게 아니다”라며 “개보수 비용 등 문제에 대해서도 그걸 부담한 주체도 확인(법인 주체가 냈는지, 혹은 상인이 직접 냈는지)을 해봐야 하고, 그래서 시가 책임질 부분과 대부자(법인주체 등)가 책임질 부분을 법과 절차대로 해야 하는 것이 옳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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