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의 기록'을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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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의 기록'을 돌아본다
  • 김주희
  • 승인 2010.12.19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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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도 주민들의 찜질방 피란생활

취재:김주희 기자

지난달 23일 북한군의 포격으로 연평도를 떠난 주민들이 '인천 찜질방'에서 보낸 피란생활은 많은 기록을 남겼다.

1950년 한국전쟁 이후 처음이자 최장 기간, 최대 규모로 19일 현재까지 27일간 진행된 피란생활 기록들을 숫자로 풀어보자.

포격 다음날인 11월24일부터 18일 밤까지 집계된 찜질방 숙박 인원은 1일 평균 260명이 넘었다. 적게는 157명에서 많게는 521명이 숙박했다.

1일 숙박인원을 토대로 주민들이 주로 생활했던 찜질방 2층 대형홀(약 1천485㎡)에서 1인당 개인 공간을 살펴보면 최소 2㎡, 최대 9㎡에서 증감을 반복했다. 사람이 붐빌 때는 1인당 3.3㎡(1평)의 공간도 차지하지 못했다.

찜질방에서 식사를 해결한 주민은 임시거주용 아파트로 이사하기 전 19일 아침 식사까지 2만7천명이 넘었다. 1명당 50㎝ 간격으로 줄을 세우면 길이 13km가 넘는 어마어마한 인원이다.

제공된 식사량도 엄청났다.

식사에 들어간 쌀만 4t에 육박했고 매일 반찬으로 나온 배추김치는 2.4t 이상 소비됐다. 이 때문에 인천시 옹진군이 피란 이후 첫 4일간 숙식비로 찜질방 업체에 지급한 돈만 3천만원에 이른다. 1일 평균 식비는 500만원, 숙박비는 200만원을 넘었다.

연평도 피란민을 돕기 위한 각계 온정도 꾸준히 모여 들었다.

옹진군이 접수한 구호금은 24억여원에 달했다. 구호품은 12만여점에 이르고 종류만 100종이 넘었다.

배식, 청소 등 봉사활동을 펼친 단체만 해도 48개, 2천26명으로 기록됐다.

전국에서 123만명의 자원봉사자가 모인 2007년 12월 태안 기름유출 사고와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1일 75명이 연평도 주민 돕기에 자발적으로 참여한 셈이다.

찜질방 생활이 장기화하면서 환자도 속출해 찜질방에 마련된 옹진군보건소 임시진료소에서 진료받은 인원만 3천800명을 넘어섰다.

주민들은 이날 오후 3시부터 버스 8대, 화물차 2대를 이용해 임시거처가 마련된 경기도 김포시 LH아파트로 옮겨 앞으로 2개월간 살게 된다.

옹진군 관계자는 "6.25 이후 이토록 대규모로, 장기간 피란이 진행된 것은 처음"이라며 "그동안 찜질방에서 고생한 주민들이 김포 아파트에서는 조금 더 편하게 생활할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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