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고·취업난에 자살 대학생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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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고·취업난에 자살 대학생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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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02.20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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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268명… 경쟁, 취업난 심화

1997년 이후 불어닥친 경제난이 대학 졸업생들의 취업난으로 이어지면서 대학은 더는 진리의 상아탑이 아니라 치열한 생존경쟁의 장으로 변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쏟거나 캠퍼스의 낭만과 여유를 누리는 대신 학점을 비롯한 '스펙' 관리와 매년 오르는 등록금 때문에 스트레스를 감당하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학생도 늘고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17일 경찰청에 따르면 2009년 대학(원)생 자살자 수는 268명으로 자살 사유는 정신적ㆍ정신과적 문제가 31%(84건)로 가장 많았다. 그 외에는 남녀 문제(56건), 가정 문제(33건), 경제생활 문제(16건)가 뒤를 이었다.

2008년에는 전체 대학생 자살자 332명 중 염세, 비관, 낙망 등의 사유가 175건으로 절반을 넘었고, 2007년에는 232건 중 65%인 153건이 같은 이유였다.

◇오르는 등록금ㆍ생활비에 "벌써 빚이 천만 원"
 
"학자금 대출을 세 번 정도 받았더니 졸업도 하기 전에 벌써 내 이름으로 빚이 1천만 원이에요."

중앙대 휴학생 박모(25)씨는 "취업을 해도 그렇게 큰 돈은 못 번다는데 사회생활 시작하기도 전에 이런 짐을 안고 간다"며 "대출금 갚아야 한다는 생각에 갑갑하다"라고 말했다.

상명대생 이모(24)씨는 "은행에서 다섯번 학자금 대출을 받았는데 원금, 이자를 합해 월 50만원을 갚는다. 아르바이트를 안할 수가 없다"며 "한꺼번에 갚기 어려워 몇년 나눠 상환하게 설정했는데 10년은 더 갚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건국대생 지모(22)씨는 "집 사정이 어려워 제대하기 전에 직업군인을 해서 돈을 벌어야 하나 고민했다"며 "결국은 휴학계를 내고 공장에 취업해서 한 학기 등록금과 집 보증금은 모았지만 생활비가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아르바이트를 못구했거나, 집안 형편상 부모에게 손을 내밀기도 어려운 처지의 대학생들은 말 그대로 사지에 몰린 위기감마저 느낀다.

한양대생 박모(27)씨는 "지난해 여름 방학에 아르바이트를 구하지 못하고 모아둔 돈도 떨어졌을 때 가장 힘들었다"며 "제2금융권 대출도 알아봤지만 조건이 되지 않아 친구들에게 돈을 빌렸는데 무척 우울했다"고 말했다.

◇겉으론 웃어도 '넌 경쟁자'
 
1970~80년대 대학생에게 친구는 '이념의 동지'였지만 지금은 경쟁자일 뿐이다.

학부제 도입으로 선후배, 동료 의식이 학과제 때보다 엷어지면서 고민을 털어놓을 친구를 만나기 쉽지 않고, 지도교수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어렵다는 게 학생들의 얘기다.

"친구가 항상 학교 끝나면 어디를 가기에 놀러다니는 줄 알았어요. 알고 보니 혼자서 장학금 주고 챌린지 프로그램 지원해주는 센터에 응모해 시험을 치르고 있었더라고요. 내가 알면 같이 응모해 경쟁상대가 될까 봐 얘기 안 해주고 합격하고 나서야 알려준 거죠."

서울에 있는 한 사립대에 다니는 지모(21·여)씨는 "친구들과 함께 참여하면 더 재미있고 좋을 텐데 하도 '스펙, 스펙' 하다 보니 이런 작은 일에도 인심이 팍팍해지는 것 같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지씨는 "고등학교 때는 입시 공부하느라 친구들과 어울려 놀지 못해서 대학에 오면 즐겁게 지내고 싶었는데 막상 와보니 겉으로는 웃으며 친해 보여도 뒤에서는 피가 튀는 경쟁이 치러지는 전쟁터"라고 말했다.

부산대 이모(23)씨는 "친구에게 노트를 빌려 여러 명이 복사를 했는데 빌려 준 친구가 중요한 부분은 형광펜으로 적어 놔 복사가 되지 않았다"며 "빌린 입장에서 어쩔 수 없었지만 씁쓸했다"고 말했다.

서울대 대학생활문화원 권석만 원장(심리학과 교수)는 "급속한 경제발전 과정에서 오직 돈만이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이 됐다"며 "물질적 성취에 거는 부모와 자신의 기대는 높아져만 가고 경쟁과 취업난도 함께 심해져 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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