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 활성화를 위한 금융적 실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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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회 활성화를 위한 금융적 실천
  • 양준호
  • 승인 2011.03.0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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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시평] 양준호 교수 / 인천대 경제학

시민들이 직접 지역금융 방식을 통제하자!


지역사회에서의 사회적 서비스는 일부 영리 부문에 의해 영위되고 있기는 하나, 기본적으로 영리 사업자는 이익을 창출하는 것을 최종 목적으로 설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역의 사회적 서비스는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부문에 한정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최근에는 이 같은 사회적 서비스를 비롯한 지역사회의 다양한 과제에 대해 지역에서 생활하는 지역 주민들 스스로가 관련 사업을 영위하여 그 문제의 해결을 꾀하고자 하는 NPO 및 사회적기업 등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또 그 수 역시 과거에 비해 크게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지역 NGO 및 지역사회를 거점으로 하고 있는 사회적기업은 규모와 내용 면에서 볼 때 사회적 서비스의 제공 주체로서의 자기 완결성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임은 부정할 수 없다. 즉 이들은 이들이 처해 있는 다양한 문제와 제약으로 인해 지역사회에서 사회적 서비스를 충분히 또 지속가능한 형태로 공급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주체로서 활동하기 어려운 상황에 있다는 것이다. 지역 NGO 및 커뮤니티 비즈니스가 수행하고자 하는 사업경영에 관한 인재 및 노하우 등이 축적되지 않아 그 재생산 자체가 힘든 상황이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들이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충분하게 확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역사회의 다양한 과제에 관한 지역 NGO와 같은 비영리조직의 활동에도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운전자금과 설비자금 등 일정 수준의 자금이 필요하다. 수익활동을 통해 지역사회의 과제를 해결하는 것을 최종 목적으로 설정하고 있는 커뮤니티 비즈니스 활동에 이 같은 자금이 필요하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지역 NGO의 경우, 일정 수준의 자금이 필요하더라도 출자에 의한 자금조달이 불가능하며, 커뮤니티 비즈니스의 주체는 그 개념 자체의 사회적 인지도가 지극히 낮기 때문에 금융기관으로부터 제대로 된 차입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 대부분의 경우, 지역사회의 과제를 해결하고 또 이로 인해 지역사회의 시민사회적 가치를 달성하고자 하는 지역 NGP 및 커뮤니티 비즈니스 주체가 영위하는 사업의 특성상, 그 수익성이 낮을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영리를 추구하는 은행 등 금융기관으로부터 융자를 받는 게 지극히 어려운 상황이다. 바로 이런 자금 제약이야 말로 지역사회의 NGO 및 사회적기업의 사업 활동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이 같은 문제와 관련해서 최근 세계 각 지역에서 나타나고 있는 하나의 실천적 현상으로서, 지역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NGO 및 커뮤니티 비즈니스를 시행하는 사회적기업에 대해 지역 주민들의 예금 또는 저금을 지역사회를 위해 투자하는 금융기관을 예금주인 지역 주민들이 직접 선별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을 거론할 수 있다. 이런 지역주민의 금융에 대한 거버넌스는 예금주로서의 지역 주민이 자신이 맡기는 돈의 행방을 의식한 행동의 귀결로 볼 수 있다. 예금금리의 수준이라는 ‘경제적’ 이익 측면으로만 금융기관을 선택해온 기존의 지역 주민의 지극히 ‘개인적인 행동’에서 자신의 예금이 ‘사회적’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관점에서 자신이 이용하고자 하는 지역의 금융기관을 선택하는 ‘공동체적인 행동’으로의 진화로 이를 파악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지역주민의 지역 금융에 대한 사회적 관점에 의거한 선택 행동 중에는 무기를 제조하거나 글로벌 차원의 환경 파괴를 일삼는 거대기업에 대해 지역 금융기관이 융자하는 것을 집단적으로 반대하거나 기피하는 움직임마저 나타나고 있을 정도이다. 도가 지나친 글로벌화에 의한 지역경제의 피폐화와 지역주민의 생활기반의 붕괴 현상에 대해 일반 시민이 문제의식을 가지고 이에 대해 소액에 불과하더라도 그들 스스로 지역문제에 대한 의지를 예금에 실어 금융기관을 통제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는 자신의 돈을 금융기관에 맡김으로써 지역 주민이 그 자금의 용도에 대한 발언권을 의식하여, 나아가 자금의 회수 가능성에 대해서도 주의를 기울이는 행동이다. 이와 같은 의미에서, 기존의 기부와는 확연히 다른 시민에 의한 새로운 형태의 금융활동이자 금융적 실천이라고 할 수 있다.

단 이런 실천적 움직임이 활발하게 나타나고 있는 세계 각 지역의 경험에서 볼 때, 시민의 의지를 반영하여 금융을 중개하는 기관도 또 그 시스템도 현 시점에서는 아직 불완전한 단계에 있는 것 역시 사실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시민의 자연발생적인 금융에 대한 새로운 움직임은 결국 지역사회 그 자체를 활성화하고 미래의 풍요로움을 높이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임에 틀림없다. 따라서 이런 움직임을 지역주민 개인의 선의에 입각한 행동으로 축소 해석하지 않고, 이에 공공성 또는 공익성을 전제로 하는 정책 면에서의 인센티브를 부가하여, 더 큰 차원의 사회적 움직임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 이 같은 대응은 지역주민 개인의 정서적 풍요로움을 높일 뿐 아니라 지역사회를 신자유주의의 거센 압력으로부터 자유로운 진정한 ‘사회적 공간’으로 지켜낼 수 있다. 아울러 말로만 지역밀착형 금융기관이라 떠드는 저축은행과 같은 제2금융권의 PF대출로 인한 부실 역시 막아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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