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푸드존', 말로만? … 불량식품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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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푸드존', 말로만? … 불량식품 넘친다
  • 이혜정
  • 승인 2011.04.1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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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 2년 겉도는 단속제도 … 아이들 건강 '위험 주의보'


취재 : 이혜정 기자

초·중·고등학교 주변 200m 내 업소에서 건강저해식품과 불량식품을 판매할 수 없도록 한 '어린이 식품안전보호구역(그린푸드존:Green Food Zone)' 제도가 시행된 지 2년 됐지만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문구점 등 청결하지 못한 환경에서 원산지가 불분명한 재료로 만든 튀김 등 간식류를 파는 것은 물론, 성장기 어린이들에게 해로운 합성착색료(치자계 색소 등)가 포함된 과자류를 버젓이 팔고 있는 것이다.

5일 인천시에 따르면 지난 2009년 3월 지역에서 '그린푸드존'으로 지정된 곳은 초·중·고 475곳 중 439곳으로, 이 구역 내 어린이 기호식품을 판매하는 업소는 일반음식점, 휴게음식점, 제과점, 문구점 등을 포함해 2천179곳에 이른다.

규제 대상은 식품의약안전청이 정한 기준보다 열량이 높고 영양가가 낮은 식품으로 비만이나 영양불균형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어린이 기호식품'이다. 이에 따라 인천시에선 매월 2차례 212명의 어린이 기호식품 전담관리원이 그린푸드존 내 업소를 방문하고 지도와 단속을 병행하고 있다.

그러나 상당수 초등학교 앞 문구점에선 고열량·저영양 제품을 진열하거나 무허가로 조리시설을 차려놓고 간식류를 만들어 팔고 있다.


지난 4일 낮 12시께 서구 D초등학교 정문 앞 문구점. 입구에 아이들을 유혹하듯 알록달록한 팻말을 붙여놓고 만두, 양념너켓, 소세지 등과 같은 음식을 조리해 판매하고 있었다. 심지어는 '라면 있어요'라며 문구점 앞에 붉은 글씨로 써놓았다.

이런 음식을 파는 판매대 위는 비교적 깨끗하게 정리를 하고 있었지만, 언제 넣었는 지 모를 만두는 찜통에서 불어 있고 오전에 조리한 듯 보이는 차가운 양념 너켓 역시 팅팅 불어 입안에 넣는 순간 으스러졌다.

바로 옆 문구점은 경쟁을 하듯 같은 가공식품을 조리해 판매했다. 이곳은 쥐포, 쫄쫄이, 오다리 등과 같은 식품을 즉석에서 조리할 수 있는 간이 구이철판을 마련해 놓았다. 이곳 만두와 양념너켓 역시 상태는 마찬가지. 즉석구이를 위해 사용되는 집게와 가위는 팔고 있는 식품통에 넣어져 있는 등 최소한의 위생수칙도 지키지 않고 있었다.

그럼에도 '입맛에 맞는 것'을 찾는 학생들은 100원~1000원이란 싼값에 이끌려 가게 앞에 앞다퉈 줄을 섰다.

12시 반쯤 학교 수업을 마치고 나온 황모(10)군은 "학교를 마치면 꼭 문구점에 들른다"면서 "1000원이면 문구점에서 파는 음식들과 과자를 많이 사먹을 수 있어 대부분의 친구들도 그렇게 한다"라고 말했다.


동구 C초등학교 정문 앞에는 소다와 설탕을 녹여 만든 '뽑기'를 팔고 있었다. 작은 국자에 설탕(백설탕과 흑설탕이 섞인)을 녹인 후 소다를 넣고 부풀려 납작하게 누른 다음 여러 모양을 찍어 판매하는 뽑기. 대표적인 고열량·저영양 설탕을 이용한 식품이 '추억의 맛'이라며 학교정문 앞에서 버젓이 아이들의 간식거리로 팔리고 있는 것이다.

입에 넣으면 달달한 맛이 나는 뽑기는 학생들을 유혹하기에 적합하다. 뽑기에 찍힌 모양 그대로 뽑아내면 새로운 '뽑기'를 하나 더 주는 맛에 학생들은 그 앞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특히 2개 천원에 팔리는 뽑기는 방과 후 저학년 학생들에게 불티나게 팔리고 있었다.


어린이들의 푼돈을 노리는 100~500원짜리 과자도 문제다.

서구 E초등학교 정문 앞에 나란히 붙어 있는 문구점 두 곳은 40가지가 넘는 초콜렛과 껌, 분사용 사용, 사탕, 스낵류 등의 '불량과자'를 좌판에 가득 펼쳐놓고 팔고 있다.

원산지는 중국산, 인도네시아, 루마니아 등 다양했다. 이 과자들은 대부분 국내 유명제과명을 흉내내거나 포장지를 유사하게 만든 제품들이어서 신뢰성을 의심케 하고 있다. 또 제조일자·원산지 표시 규정 등의 준수 여부도 불투명한 상태.

특히 스낵류나 사탕류는 거의 모든 제품에 합성착색료, 합성착향료, 'MSG'로 알려진 향미증진제(L-글루타민산나트륨) 등을 사용하고 있었다.

정지혜 참교육학부모회 인천지부 사무국장은 "지자체에서 지속적인 단속을 하고 있다지만 단지 점검에만 그칠 뿐 제도가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면서 "아이들에게 불량식품에 대한 위험성 교육을 하고 그린푸드존 내 식품업체들에는 더욱 강력한 지도와 단속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한편 인천시는 지난해 '그린푸드존' 내 2만179개 업소를 점검해 식품위생법을 준수하지 않은 18곳에 대한 행정조치를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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