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으로 큰 의사는 나라를 고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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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으로 큰 의사는 나라를 고친다
  • 안명옥
  • 승인 2011.05.05 1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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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in 칼럼] 안명옥 교수 / 차 의과학대학교 보건복지대학원


지난 번 칼럼에 이어 대학에서 첫 번째로 전공했던 학문이며 삶의 길이었던 의사로서의 삶이 정치와 접목되면서 어떠한 사고를 하게 되었으며, 어떻게 제 학문과 경험을 정치에 연결하여 활용했는가를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이러한 경험이 혹시나 여러분이 하시는 일, 생각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한 사람의 모든 경험과 학식은 삶의 터전이 그 어디로 이동을 하여도 몸과 마음과 영혼에 각인되어 움직이지요.

17대 국회에서 4년간 국회에 있으면서 때로는 좌절하며, 마음 졸이기도 하였으나 정성과 열정으로 열심히 일할 수 있었습니다. 놀랍게도 국회의원의 직무를 하면서 순간순간 생명을 살리는 의사, 응급환자와 응급수술로 점철되었던 매일의 훈련이 얼마나 정치활동에 도움이 되는지 절감하는 순간들이었습니다. 히포크라테스 선서(지난달 컬럼)를 감동의 마음으로 새기며 시작한 의사의 직무는 최선을 다하며 생명을 살리는 역할을 끊임없이 천직으로 생각하게 하였고, 그 삶의 자세는 국회에 가서도 변할 수 없는 원칙이 되었습니다.

놀랍게도 '인간적 실수'에는 너그럽게 용서하는 분들도 의사들의 인간적 실수는 용서하지 않는 경향이 많습니다. 의사라는 직업은 어떠한 실수도 쉽게 용납되지 않는 직업입니다. 무결점 주의에의 지양이 생명이지요. 국회에 가서 의사로서의 성찰은 확대되었습니다. 한 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의사도 실수가 용납이 안 되는데 4,800만 전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정치는 더하지요. 

국회의원으로서 그동안 한 인간의 생명을 다루는 의사라는 전문인으로서 추구해왔던 무결점주의를 사천팔백만 국민의 건강과 행복을 책임지는 정치 분야에도 접목시키고자 부단히 노력했습니다. 의사가 한순간의 오판으로 환자를 그릇되게 진단하고 치료한다면 한 생명을 죽음의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는 불행한 사태가 벌어질 수 있습니다.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을 비롯한 행정부의 정책담당자들은 더 막중한 책임이 있다고 봅니다. 정책결정자의 오판과 실수가 4,800만 국민들에게 엄청난 고통을 안겨줄 수 있습니다. 이러한 기본인식 하에 보건의료인으로서 훈련을 받으면서 익혀온 꼼꼼함과 섬세함, 치밀함의 소양들을 정책활동에 접목시키려는 끊임없는 노력의 시간들이었습니다.

또 다른 의료 현장의 덕목에 대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 신뢰와 정직은 의사와 환자와의 관계에서는 기본요건입니다. 신뢰의 가장 밑바탕에는 상대방이 어떤 경우에서도 나에게 정직할 것이라는 점과 그 정직함에 성실함과 사랑을 다하여 나를 대할 것이라는 전폭적인 믿음이 함께합니다. 이 점은 모든 인간관계에서 신뢰의 근본이기도 합니다. 정치가 인간 삶의 기본 배경일진대, 정직과 신뢰가 정치의 또 다른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는 믿음은 정치가로서 삶의 한 축이었습니다.

신뢰와 정직은 환자와의 관계만이 아니고 환자를 치료하는 과정 자체, 그 과정에 동참하는 모든 이들, 즉 팀워크, 팀스피릿의 원칙이기도 합니다. 의료현장은 거대한 팀에 의해 운용됩니다. 검사결과를 못 믿거나 함께 수술하는 팀, 혹은 환자를 돌보는 각 영역에 대한 무한한 신뢰 없이는 원천적으로 치료행위가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환자의 치료에 참여하는 모든 다른 동료들이 성실히 수행한 정직한 모든 일과 과정에 대한 전폭적인 신뢰입니다. 또한 내가 잘 모르는 영역은 바로 잘 모른다 하고 최고의 지식과 지혜를 구하는 자세를 기본으로 합니다. '팀스피릿(team spirit)'의 정점입니다. 함께 하는 팀워크(team work)는 예술적 최고의 가치를 만들어 냅니다. 저는 이 팀스피릿 한가운데서 수십년을 살아 왔습니다. 국회에서 그를 실천하는 것은 제 삶의 당연한 연속이었습니다.

그러나 국회 현장에서는 만사가 그렇지는 않음을 놀라며 확인하게 되는, 놀람의 연속인 경험이기도 하였습니다. 환경이 어떠해도 제 원칙에 어떤 미동도 없었음은 30여년 살아온 의사의 자세로 인한 것임을 고백합니다.

의사와 정치의 관계를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는 의대 1학년 때부터의 제 좌우명을 소개합니다. '소의치병(小醫治病), 중의치인(中醫治人), 대의치국(大醫治國)'. 글자 그대로 "작은 의사는 병을 고치고, 더 나은 의사는 사람을 고치지만, 진정으로 큰 의사는 나라를 고친다"는 뜻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손문 선생님의 말씀입니다. 손문 선생님은 의사출신 철학가이자 훌륭한 정치가이셨기 때문에 이 말씀이 제게 주는 의미가 특별합니다. 특히 정치인이 된 후 저는 이 말을 되새기며 모든 판단과 결정의 지침으로 삼고 행동하였습니다.

정치가 사람을 구하는 일이라는 점에서 의사의 직분과 분명 통할 것입니다. 국회에 가서는 또 하나의 깨달음이 있었습니다. 한 환자를 지극한 사랑과 정성으로 돌보는 의사선생님들 모두가 '대의'이지요. '소의'는 치병만을 하고 '중의'는 치인까지 하며 '대의'는 환자와 가족의 행복을 통하여 결국은 국가를 고치는 일임을 또한 크게 께우쳤습니다. 더욱이 정치인들은 워낙 대의의 소명을 해야 하는 의무와 책임을 국민들한테 부여 받은 막중한 책임감을 느껴야 하는 선택받은 사람들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행정부의 공무원, 특히 고위직 공무원도 그 맥락을 함께 합니다. 조금 더 확대하면 이는 모든 다른 직업인들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모두가 자신의 직분을 열정(passion)과 연민(compassion)으로 임할 때 우리는 모두 '대의(大醫)'로 삶을 삽니다.

의사로서의 냉철한 두뇌와 뜨거운 가슴, 민첩하고 섬세한 손놀림이 동시에 작동하는 멀티 플레이어(multi-player)의 훈련과 성실한 자세가 정치에도 좋은 덕목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더욱이 생명을 살리는 일만 하던 의사는 어떤 환경에서도 도통 나쁜 일에 눈이 가지 않음을 국회에서 온 몸과 마음과 영혼으로 경험하였습니다. 그 결과가 결국, 60년 헌정사에 최고의 의정활동을 한 국회의원으로 기록되는 명예를 갖고 17대 의원을 마감하게 되었습니다. 국회 존재의 이유인 입법활동은 143건의 법안, 의안 발의 중 52건이 본회의를 통과하였습니다. 통권 86권의 정책자료집을 내었고 57회의 공청회 및 토론회를 개최하였습니다. 이 모두가 서로를 신뢰로 한 팀플레이, 팀스피릿의 소산이기도 합니다. 이 자리를 빌려 함께 일하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모두가 생명을 최선으로 생각하고 무결점주의와 정직, 신뢰를 바탕으로 한 직업윤리가 국회 일에 녹아서 이러한 결과를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도출하게 된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러한 태도는 의사만의 전유물이 아닐 것입니다. 모든 삶의 일에 낙천적인 근본 하에 이러한 태도를 지니고 갈 때 자연스럽게 아름다운 결과가 올 것입니다. 저는 참으로. 제 한번 뿐인 소중한 삶을 인간의 고귀함을 갖고 불꽃처럼 환하고 열정적으로 착하게 살다 가고 싶습니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여러분들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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