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가스가 끊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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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가스가 끊겼어요!
  • 강영희
  • 승인 2011.07.14 15: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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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필수품을 연락(유선)도 없이 끊어요"
비가 많이 내리는 요즘, 어머니 가게는 10여분 거리.
어머니가 비를 맞고 집에 오셔서 샤워를 하려고 하는데, 뜨거운 물이 안 나온다.
아랫집 언니가 올라왔다. 가스가 끊겼다고 어쩔 줄 몰라하면서.
내민 종이엔 '가스 공급 중단 통보'.

어떻게 이런 일이…. 열 받아서 전화를 하려고 했지만, 중단통보지에는 연락처도 없고, 계좌번호는  잘리고.

독촉장을 2회에 걸쳐 보냈다고 한다. 나는 못 받았는데. 붙이고 갔단다. 이상하다. 그랬으면 냈을 텐데…. 돈이 없는 것도 아니고. 

상담원 왈. 3회 체납이 아니라 3개월 이전에 못 낸 게 있으면 잘린다고. 3개월 체납이 아니라 3개월 전?

"어, 그건 좀 말이 안 된다. 상식이 아니잖아요?"라고 했더니
"규정이 그렇습니다" 하더군요.
도대체 상식을 벗어난 그 규정은 언제부터? 그랬더니 처음 만들어졌을 때부터라고 한다.

"그럼 사람들 항의가 없었어요?"
"많은 분들이 그런 항의를 하셔요."
"그런 사항을 윗선에 올리지 않나요? " 했더니
"당연히 올리지요"라고 한다.
"그럼, 올려도 안 하는 거네요?" 
"그럼 민원이 올라가도 안 하는 거네요?"
"……"
"이건 상담원 잘못이 아니라 윗선이 잘못하는 거네요."
"……"

"인천도시가스가 공사가 아니었나요?"
"예, 아닙니다."
"아, 민영화됐구나. 난 민영화도 반대했단 말이에요! "

나도 모르게 상담원에게 화를 냈다. 비를 맞고 오신 어머니가 차가운 물에 샤워하시는 게 너무 속상했거든요. 
"민영화한 지 10년도 더 됐잖아요?"
"네"
"그런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항의했겠어요? 그런데도 '규정'이 그렇다는 건 말이 안 되잖아요? 그건 확실히 '규정'이 잘못된 건데요. 게다가 유선연락도 없이 당사자도 없는데 끊었어요. 말이 되나요? " 
"두 번 독촉장을 붙여두었는데…."

"일단, 붙어 있는 거 못 봤어요. 게다가 요즘같이 우편물 분실사고도 많고, 비 때문에 제대로 된 문서를 받기도 어려운데, 어떻게 유선연락도 한 번 없이 끊을 수 있죠?"
"연락처가 제대로 기재되어 있지도 않고, 그런 규정이 없어요. "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세요? 요즘같은 시대에 연락처가 없어서 연락 한 번 안 하고 가스를 끊어요? 유선 연결 한 번  없이 끊는 건 상식이하 거든요."

"그게 규정대로 처리한…."
"규정? 상식 이하 규정이 잘못된 거죠. 만약 겨울이었으면 어려운 사람이 얼어 죽었을 상황이예요."
"……"
"물론 상담하시는 분 잘못은 아니네요. 들어보니 사기업이 돈 없으면 사람이 죽어나가도 상관 없는 거네요. 이게 민영화의 폐해예요. 민영화할 게 따로 있지. 생필품에 속하는 가스를 민영화하다니…."

"납부할 게요. 그런데 겨울 난방비가 너무 많아요. 요즘 서민들-아마도 상담하시는 분도 그럴 테지만, 가게에 적지 않은 부담인데…. 지난번에 분할납부 안 된다고 하던데 아직도 그런가요?"
"네."

"인천도시가스 주식회사. 사기업에 독점업체. 상담하시는 분도 알아두세요, 국민의 생필품이 독점으로 되고, 개인에게 넘어가면 어떤 일이 있는지. 전기가 끊어지거나, 가스가 끊어지면 그것으로 냉온방을 하던 사람들, 특히 어린이나 노인들은 쉽게 죽을 수 있어요. 그게 말이 됩니까?  저보다 더 가난한 분들 얼마나 힘들게 사시겠어요. 저는 돈 빌릴 데라도 있지, 없는 사람들은 어떻게 해요? 그냥 죽으라는 소리잖아요? 이건 아니잖아요?" 
"……"

상담원도 나도, 그리고 1천만에 이르는 비정규직 노동자,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노동자, 착취당하는 청소년노동, 등록금 버느라 공부도 제대로 못하는 대학생들…. 이 나라가 과연 지속될 수 있을까를 묻지 않을 수 없다.

14일자 경향신문 첫 면에 '대기업 의존 경제 위험'을 이야기하고 있다. 기업은 나라가 없어도 글로벌 기업 어쩌구 하면서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이나라에서 한 치도 벗어날 수 없는 '국민'. 심지어는 '정치인'들조차도 '국가의 국민'이다. 어쩌란 말인가?

21세기, 사람들이 살아가는 데 필요불가결한 요소가 있다. 그것은 그냥 '사람'이 아니라 한 나라가 유지될 수 있는 '국민' 또는 '시민'의 요소이기도 하다. 사람으로서 생존하는 것, 국민으로서 사회인으로서 살아가는 최소한이다. 생존-집, 먹을거리-연료(전기, 가스), 옷, 난방과 냉방, 교육과 의료, 통신(전호,핸드폰), tv, pc… 상식적인 수준에서 필요한 최소한이다.

한나라당이 백날 부자나 기업들 편 들어봐야 나라에는 사실상 도움을 못 준된다. 국가 수출의 '25%'를 차지하던 핀란드 대기업 노키아가 흔들리자 '핀란드'라는 국가가 흔들렸다. 우리나라 10대 그룹자산이 국내총생산(GDP)의 75%, 주식시장의 50%를 차지하는 대기업 편중화 상황에서 '국가 기반'의 정당은 어디에 있어야 하는가? 한나라당은 '대기업당'인가? 아무리 보수적인 정당이라도 그 정당은 국민을 위해 존재해야 하는 게 아닌가? '돈' 있는 5%가 아니라 95% 국민, 노동자를 위해서 말이다.  

인천도시가스주식회사의 '규정'은 '독점'이라는 데서 낳은 폐혜다. 게다가 '국민의 필수품을 민영화'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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