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예술·문화 "인프라 구축이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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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예술·문화 "인프라 구축이 먼저"
  • 배영수
  • 승인 2011.07.29 16:0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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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확보도 중요하지만, 지역상권 등과 연계한 '기획력' 절실

인천시립교향악단(감독 금난새)

취재 : 배영수 기자

지난해 7월 송영길 시장 취임으로 막을 올린 민선5기 이후 인천시는 세출 예산을 줄이는 행보를 보였다. 시민 입장에선 달가울 일은 아니지만, 이미 대외적으로 조 단위 부채에 허덕인다는 사실이 알려진 인천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라는 점에서는 일단 받아들인다는 분위기다.

출장 관계로 거의 매일 인천시청사를 출입한다는 추모(34)씨는 "쓸데없는 예산 낭비를 줄이는 건 어쨌든 시민 입장에서는 바람직한 일이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최근 인천시의회는 대외성이 크다 해도 그 의미가 퇴색했거나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는 문화행사 예산을 성격과 진행 상태에 따라 전면 혹은 부분 삭감했다.

시의회는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행사에 대해 과감히 삭감한 것"이라고 밝혔다. 시 관계자는 "서울과 경기도 등지에서도 많이 보러 온다는 '인천재즈페스티벌' 등 몇몇 행사들이 당분간 열리지 않으며, 일부 다른 행사도 재정 영향을 어느 정도는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정상태가 좋지 않은 인천시로서는 사실 문화예산 일부 삭감은 최선의 선택일 수 있다. 인천예술회관 관계자 역시 "예술·문화 향유에 익숙한 시민들에겐 아쉬운 점이긴 하겠지만, 현 상황은 이를 수용하는 게 맞다고 본다"라고 밝혔다.
 
문제는 시민들이 크든 작든 어느 정도 '피해의식'을 가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최근 인천에서 열린 공연 등이 서울보다 훨씬 저렴하면서도 서울에 갖다 놓아도 전혀 손색이 없을 만큼 내용을 담고 있었기에, 어떤 면으로 생각해 보면 그 피해감이 더욱 두드러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2010 인천재즈페스티벌에 출연했던 니콜라스 페이튼. 세계적인 연주자로 명성이 높다.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공연을 자주 보러 온다는 시민 윤모(39)씨는 "작년 인천재즈페스티벌과 커피콘서트 등 예술회관에서 열리는 여러 공연을 친구들과 함께 관람했는데, 가격이나 공연의 질 등이 아주 탁월했다"면서 "얼마 전 시 부채가 당분간 증가할 거란 얘길 들었는데, 만약 이로 인해 좋은 문화생활에 영향이 온다면 슬픈 일이다"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인천지역 공연들 중에서는 웬만한 콘서트 티켓이 10만원을 호가하는 서울 등에 비해 최대 90%까지 저렴한 가격으로 볼 수 있는 게 많았다. 올해 열리지 않는 인천재즈페스티벌은 서울재즈페스티벌 평균 티켓 가격인 10만원 선의 30% 수준인 3만원 선이었다. 한 달에 한 번 종합문화예술회관서 열리는 커피콘서트의 경우 단돈 만 원에 한 시간이 넘는 공연을 관람할 수 있었다. 가격적인 면에서는 가히 '환상적'인 수준이다.
 
클래식도 예외는 아니다. 인천시립교향악단 연주회 역시 일반인 기준 1만원 선 티켓은 공연 내용에 따라 최대 10만원까지도 하는 서울시립교향악단에 비해 훨씬 싸다. 독주회 등 사설공연도 인천에선 대부분 5만원을 넘지 않는다. 오는 30일 열리는 '마에스트로' 정명훈씨와 아시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공연이 그나마 가격이 좀 높은 편. 하지만 이마저도 제일 비싼 좌석이 7만원을 넘지 않는다. 이른바 '정보력'을 갖춘 인천시민이라면 저렴한 가격에 고품질 공연을 마음껏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정명훈씨가 지휘하는 아시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공연 홍보 플래카드.
가장 비싼 좌석이 7만원으로 같은 수준의 서울 공연보다 훨씬 싸다.

그렇다면 이처럼 '착한 가격'에 질도 좋은 문화행사 중 일부가 '안 해도 그만'이라는 인식을 심어 예산삭감의 철퇴를 맞게 됐을까?

대중음악 칼럼니스트 주성용(35)씨는 "부족한 인천의 문화 인프라가 좋은 품질의 공연을 받쳐주지 못했다는 데서 답을 찾아야 한다"라고 말한다.
 
주씨는 <인천in>과의 전화통화에서 "지난해 열렸던 인천재즈페스티벌을 관람하려고 인천을 찾았는데,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페스티벌이라고 하기엔 부족한 부분이 많아 보였다"라고 했다.
 
그는 "매년 열리는 성격과 '국제적'이라는 대외성, 그리고 상권지역에서 열리는 점을 생각했을 때 주변 상권과 연계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상품화하는 방안 등 여러 가지가 있었을 텐데 인천은 이러한 예술축제 진행에서 미숙한 부분들이 보여 아쉬웠다"면서 "국내외 좋은 사례들을 연구해 보는 작업도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밝혔다.
 
그는 "펜타포트 페스티벌도 마찬가지겠지만 작년에 열렸던 인천재즈페스티벌만을 사례로 들자면, 출연했던 니콜라스 페이튼과 미구엘 제논 등 세계적 지명도를 가진 뮤지션들이 인천에서도 명불허전급 공연을 유감없이 펼쳐줬다"면서 "이러한 공연을 완전히 꽃 피우게 하는 기획력이 인천으로서는 절실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인천시의회 입장도 문화산업 전문가인 주씨외 비슷했다.

시의회 문화복지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강호 의원은 "펜타포트 페스티벌을 비롯해 인천에서 열리는 여러 음악축제가 가진 대외적 강점으로 인해 다른 시·도에서 인천의 이미지를 좋게 보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인프라 구축 부재로 인한 효율성을 문제삼지 않을 수 없어 일부 행사와 공연에 대해 예산 삭감을 결정했지만 향후 잘 구축될 수 있다는 전제 하에선 이번에 중단했다 하더라도 이후 다시 살려내는 게 맞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아울러 "시 재정이 좋지 않아도 할 건 해야 한다는 게 의회의 기본 입장"이라며 "지금은 공연이나 행사 자체보다는 그것을 위한 기반을 조성하는 게 먼저이지 않겠느냐"라고 덧붙였다.


비교적 잘 치른다는 평가를 받는 펜타포트 페스티벌 역시 매년 운영상 지적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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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호 2011-07-28 15:51:11
정확하고 핵심적인 지적을 하시네요. 또한 이러한 공연 이면에는 지역 풀뿌리 기획사의 아사도 병행되고 있습니다. 지난 4-5년간 수십억원의 시민혈세를 사기형태로 가지고간 행사인데...다른 신문도 아닌 인천인에서 이러한 논조의 기사가 나오는 것에 무척 실망스럽습니다. 

ㅂㅍㅇ 2011-07-28 09:50:50
인프라 구축이라고 해서 또 뭐 짓는 얘긴 줄 알았네요..인천&아츠가 전임 시장과 고교 동창인 정명훈의 형 정명근이 주도하는 CMI에게 막대한 예산을 집행하여 진행되어왔고(재즈페스티벌은 정명훈 아들과 그 인맥의 연주자들이 단골로 출연, 아시아필하모닉은 1년에 한번 모여 몇 번 연주하고 마는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로서 인천 문화예술의 토대 강화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 대표적 행사임. 커피콘서트 정도가 그에 따른 비난으로 겨우 생색내는 행사로 보이며 예산집행내역 공개하라고 해도 거부하였음.), 그것이 송도에 1조 가까운 예산으로 짓는 아트센터와 관련되어 있으며, 거기에 상주할 단체라는 아시아필하모닉이 1년에 단 1/3 정도만 인천에 체류하며 연주할 예정임(타국의 연주자가 많으므로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는 구조임)이 이미 공개석상에서 밝혀져 서울시향에서 모든 영예를 다 누리며 인천에선 '돈'만 뽑아간다는 자조가 나온지 오래인데..이런 논조를 시민이 만든 언론사가 갖는 게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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