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사회', 그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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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사회', 그 후
  • 김재용
  • 승인 2011.08.24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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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칼럼] 김재용 / 변호사



1년 전 8.15 경축사에서 ‘공정사회’를 향후 국정과제로 내세웠던 이명박 대통령이 이에 대한 평가가 채 이루어지지도 않았음에도 2011년 올해 8.15 경축사에서 다시 ‘공생발전’을 국정 기조로 꺼내 들었다.   

그러나 ‘공생발전’이라는 말도 ‘공정사회’와 마찬가지로 구체적인 방침이 빠진 추상적인 구호일 뿐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작년에 ‘공정사회’를 외치자마자 유명환 외교통상부장관 딸이 외교통상부 5급 사무관에 특채된 사실을 비롯해 당시 이명박 정부 후반기 내각 중심으로 내세운 김태호 국무총리후보가 거짓말과 말바꾸기 등으로 인해 낙마한 사태 등으로 이 무슨 ‘공정사회’냐는 비웃음만 사고 말았는데, 이번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공생발전’을 내세우면서 동시에 정치권의 복지확대 요구를 복지 추수주의(포퓰리즘)라고 비판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명박 대통령은 8월 24일로 예정된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 부재자투표에 맨 먼저 앞장서서 투표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전면적인 무상급식에 대한 반대의지를 행동으로 보여주기까지 하였다.     

이번에 이명박 대통령이 제시한 ‘공생발전’의 경우 무한경쟁을 바탕으로 한 시장경제와 재정을 무한정 투입해야 하는 복지국가 양자를 극복하는 새로운 모델이라고 설명하지만, 문제는 공생발전 실현을 위해 무슨 방침을 제시했는가이다. 

자본가와 근로자가 공생해야 한다고 하지만 부산 영도 한진중공업에서 정리해고된 근로자들의 목소리에는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고,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면서도 한진중공업 사장이 국회 청문회에 출석하여 정리해고를 철회할 뜻이 없다고 하여도 정부가 나서서 제재할 방도가 없다.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그야말로 말뿐인 것이다.

물론 이명박 대통령이 공생발전을 제시하면서 향후 기업의 윤리경영 및 자본의 책임과 상생발전을 강조하자 마지못해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성명을 발표하여 앞으로 경제계는 공생발전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 투자를 확대하고 공용 창출에 더욱 노력하며 대기업과 중소기업 동반성장에도 적극 앞장서겠다고 하였다. 하지만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정권 말기에 혹시나 권력에 찍혀 폭탄이라도 맞으면 안 된다는 위기의식에서 나온 것이라고 보아도 무리는 아니라고 본다.

8월 24일 무상급식 관련 서울시 주민투표와 관련한 이명박 대통령 시각을 보기만 해도 ‘공생발전’이 그저 공허한 말뿐임을 알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전면적인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를 지지하면서 ‘잘 사는 사람들에게까지 복지를 제공하느라 어려운 이들에게 돌아갈 복지를 제대로 못하는 잘못을 범해서는 안 된다’면서 정치권의 복지확대 요구를 비판한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가 그 동안 유지해 온 정책 기조는 이와 전혀 다르다.    
         
그 동안 이명박 정부는 강남 부자들을 비롯한 부자들을 위한 감세 정책으로 90조원에 이르는 감세를 하였고, 4대강 사업으로 천문학적인 규모의 돈을 쏟아부었다. 반면 김대중 정부 시절부터 시작해 온 저소득층을 위한 복지 확대 정책은 오히려 더 축소되어 양극화가 심화되어 온 게 현실이다. 한 마디로 이명박 정부는 복지 확대가 아니라 복지 축소 정부이며, 그 근간은 신자유주의 정책이다.

그런데 이번에 ‘공생발전’을 하면서 상생번영, 일자리 늘어나는 성장, 자본가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 등을 외친다고 해도 그 기조가 바뀌지 않는 한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하다.

오히려 이명박 정부의 현실 정책은 재정 균형을 강조하면서(이 또한 신자유주의 정책 기조이다) 재정 수입을 축소하는 감세 정책을 유지하고 있어 내년부터 소득세와 법인세율 2단계 인하가 실시되면 연간 4조 5천억원의 세수가 줄게 된다. 이에 따라 균형 재정을 위해 저소득층을 비롯한 서민층에 대한 복지 재정 지출은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해마다 8.15만 되면 경축사라는 형식으로 제시해 온 이명박 대통령의 비젼 제시는 올해는 ‘공생발전’이라는 말로 압축되었다. 그러나 곧바로 그 다음에 나온 정책은 복지 추수주의(포퓰리즘) 비판이었다. 그리고 며칠 후 무상급식 서울시 주민투표 부재자 투표장에 나타나 오세훈 서울시장의 전면적 무상급식 반대 주장에 찬성하는 듯한 행동을 보여주었다.

이제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도 1년여 정도 밖에 남지 않았다. 5년 단임대통령 마무리를 위해 정리할 시기이다. 4년전 이명박 대통령 후보는 ‘경제 대통령’이 되겠다고 호소하여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그런데 4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보면 과연 경제 대통령에 걸맞는 정책을 실현했는지 의심되지 않을 수 없다. 경제 대통령이라는 말 속에는 부자들을 위한 경제 뿐만 아니라 서민들을 위한 경제를 살리라는 의미가 들어 있음에도, 그 동안 이명박 정부는 서민보다는 부자들을 위한 경제 정책을 주로 펼쳐왔다. 대기업 건설회사들의 토목공사를 위한 4대강 사업에는 수많은 돈을 쏟아부으면서 가난하고 없는 사람들을 위한 복지 정책은 점점 축소시켜 온 것이다.

대통령의 말 한 마디는 그야말로 천금의 무게와 같다고 할 것이다. 이번에 이명박 대통령은 ‘공생발전’이라는 말을 손수 골랐다고 한다. 그만큼 고심했다는 뜻일 터이다. 그런데 바로 다음 단계부터 이명박 대통령의 행보는 공생발전과는 맞지 않고 있다. 말과 행동이 다르면 신뢰가 깨진다. 국민은 말이 앞서는 대통령보다는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대통령을 원한다. 특히 세계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는 지금에 와서는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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