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좀 꺼주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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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좀 꺼주실래요?
  • 강영희
  • 승인 2011.09.22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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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은 '금연 중', 거리는 '흡연 중'

오늘(21일)은 구름 한 점 없는 그야말로 전형적인 가을하늘이 펼쳐졌습니다. 기분 좋게 싸늘함을 즐기며 걷는 아침, 코끝에 밀려오는 연기에 켁켁거리기 일쑤입니다. 한 청년이 앞에 걸어가며 담배를 피우기 때문입니니다. 그 옆으로 자동차 대리점 앞에는 하얀와이셔츠 차림을 한 회사원 세 명이 역시 모여서 담배를 피웁니다.

숨이 막히고, 목이 너무 아파서 눈물이 날 뻔 했습니다. 앞에 가던 청년은 빨리 따라잡기도 어려운데 담배를 계속 피웁니다. 건널목에서 기다리는 중. "SAY NO!" 목까지 올라왔지만 혼자서 투덜거릴 뿐인데, 켁켁거리며 괴로워하는 모습을 봤는지 슬그머니 담배를 끄네요. 

제 출퇴근 길이 부평 다운타운 한 가운데입니다. 부평먹자거리거나 로데오거리(상점거리), 진선미예식장길…. 사람들이 가장 많이 다니는 길이고, 가게도 제일 많은 길입니다. 아침에는 출퇴근하는 분이나 공사를 하는 분들 담배연기에 고통스럽고, 낮에는 상가 앞에 나와서 피우는 담배연기에 그 길을 다니고 싶지 않습니다. 그래서 택한 방법이 두 정류장 반밖에 안 되는 거리를 버스를 타고 다닙니다. 하지만 그것도 힘든 게 버스정류장에서 담배를 피우는 분들도 적지 않다는 점이죠.

"담배 좀 꺼 주실래요?"

그 말을 건네기가 사실 쉽지 않습니다. 나뿐 아니라 임산부나 어린이가 있을 때는 말하기가 쉬운데, 혼자서는 그 연기를 피하려고 노력할 뿐입니다. 게다가 잠시 짬이 나는 시간에 휴식처럼 피우는 사람들-그런 사람 중에는 지인들도 적지 않지요- 마음을 모르는 바는 아니니 말입니다. 나름 자유요 휴식이라는데, 언젠가부터 실내 금연을 하는 곳이 많아지면서 건물 밖에 나가서 담배를 피우는 분들이 많아졌습니다. 그런데 공기가 적은 걸까요? 담배연기를 피할 길이 없습니다. 앞서가는 남성들의 발걸음을 따라잡기도 힘들거니와(이럴 땐 차라리 서서 피우는 사람이 감사하고ㅡ.) 겨우 따라잡아서 피했다 싶으면 그 앞에 또 있습니다. 아는 분들과 함께 있을 때는 당연히 담배를 돌아가며 피우거나 꺼달라고 부탁드리고, 대부분은 그 고통을 이해해주십니다만. 

"정신건강엔 필요한데…."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제가 담배연기에 큰 고통을 느끼지 않았습니다. 영화감상모임에서 자유롭게 담배를 피우고 술을 마시며 영화를 보는 분위기를 즐기기까지 했었거든요. 하지만 2007년 겨울, 갑자기 담배연기가 큰 고통으로 다가왔어요. 이상하지만 정말 그랬고, 담배연기가 그렇게 힘든 줄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지인들에게는 미안했지만 너무 아파서 함께 자리를 할 수도 없었습니다. 이 아이러니한 상황을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흡연도 권리기는 하지만 생명권이 우선되니 모든 공공건물에서는 금연을 해야 한다는 법규가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흡연자들은 종종 "정신건강엔 필요한데"라고 말을 합니다. 제가 비흡연자인데도 사실 이 말에는 약간 동의를 하는 편입니다. 현대인의 가장 큰 질병 원인이 스트레스라는 걸 감안한다면 흡연권을 인정해줘야 한다는 거지요.

중고등학교가 있는 동네 골목골목에도 종종 담배연기가 피어오릅니다. 청소년 흡연율이 높아가는 데 대해서는 그들이 받는 입시 억압에 대한 방증이 아닐가 싶기도 합니다만, 결코 이들에게 바람직하지 않지요. 하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불편한 진실'인 거죠. 흡연으로 사회적 비용-건강질환 등-이 너무 많이 발생해 금연이 당연시 되었고 그것은 바람직하다고 여져집니다.  

거리에는 흡연 영역을, 건물에는 흡연구역을…  

몸에 나쁜 줄 알면서도 피워야 하는 담배, 원하지 않는데도 그것을 흡입할 수 밖에 없는 사람들…. 하지만 매일매일 고통스럽게 담배연기를 맡으며 거리를 걸어야 하는 사람으로서, 지독한 스트레스 속에 담배 한 대 마음 편히 피울 수 없는 사람들이 또 적지 않다는 것을 아는 사람으로서는 묘안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아는 분이 필리핀에 다녀왔는데, 거기서는 거리의 지정된 장소에 재털이가 있고, 그 주변 반경 얼마 안에서만 담배를 피도록 하는 규정이 있다고 합니다. 최소한 이것부터는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렇다고 가둬놓듯이 흡연구역을 설치하면 흡연자들도 담배연기 맡으며 흡연하기 싫다던데요. 

그리고 또 하나 요즘엔 건물 내 흡연이 금지되어 있어서 거리 흡연이 늘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는 건물 안에 흡연이 가능한 공간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제발, 화장실은 안돼요. 여성흡연이 쉽게 용인되지 않다 보니 여자공중화장실에 언제나 담배연기가 적지 않습니다.) 사교의 장소로, 적당히 쾌적한, 아니면 흡연을 경계하는 사진을 잔뜩 붙여놓은 공간을 마련해 담배를 줄이도록 하는 노력과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장소를 고민해야 합니다.

"흡연매너 좀 지켜주세요"

유모차를 끌고 다니며 담배를 피우는 할아버지를 본 적이 있습니다. 참 기가 막혔지만 뭐라 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냥 좀 부탁드리고 싶어요. 담배를 꺼낼 때 주변에 아이가 있는지, 연기 때문에 괴로워하는 사람이 있는지 한 번쯤은 둘러봐주시구요, 담배꽁초는 작은 통하나 들고다니면서 담아두면 어떨까요? 그리고 참 멀쩡해 보이는 사람-남자든 여자든-이 침이나 가래를 뱉는 모습은 정말 시쳇말로 '깬다'입니다. 스타일 다 구겨요. 손수건, 휴지 뭐하러 갖고 다니냐구요? 이럴 때 쓰라고 갖고 다니는 겁니다. 불편하시겠지만 매너있는 흡연자가 되어주세요. 어쩔 수 없다면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고민하는 게 맞지 않겠습니까. 끊는 게 더 좋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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