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산농산물시장 상인들이 만드는 '따뜻한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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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산농산물시장 상인들이 만드는 '따뜻한 밥상'
  • 정복희 부평사람들 명예기자(9월호)
  • 승인 2011.09.26 15: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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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공무원 정충호씨 '새벽 나들이'가 훈훈한 까닭


새벽 4시. 정충호(65)씨 일과가 시작된다.

추우나 더우나 단잠을 깨 차를 두 번이나 갈아타고 매일 아침 6시에 도착하는 곳은 삼산농산물도매시장.

채소 경매는 새벽 2시에 시작해 4시에 끝나고 과일은 7시쯤 끝난다. 싱싱한 농산물 경매가 마무리될 무렵 그는 수레를 끌고 넓은 시장을 한 바퀴 돈다. 그날 싱싱한 물건을 구매한 상인들은 아직도 쓸 만한 재고들을 정씨에게 기꺼이 내놓는다. 600여 단체를 통해 어렵고 힘든 사람들에게 따뜻한 한 끼 식사가 될 것을 생각해서다.

신문과 방송에 이미 알려진 그는 "허, 뭐 대단한 일이라고…. 정작 훌륭한 분들은 물건을 챙겨서 기탁하는 이곳 상인들과 관리사무실입니다. 나는 그냥 심부름만 할 뿐이고…."라며 겸손해 한다.

하루에 10수레 이상 물건을 담아 모으고 골고루 분배하는 일은 쉽지 않은 '노동'이다. 주중에는 1톤 가량의 물량이지만 주말이 되면 양도 늘어나고 손을 봐야 할 일도 그만큼 많아진다.

삼산농산물시장에서 기능직 공무원으로 근무하던 그는 늘 버려지는 물건들이 아깝다는 생각을 해왔다. 퇴직 후 지금까지 10년이 넘도록 이 일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여느 청년 못지않게 운동으로 다져진 탄탄한 몸과 체력도 있지만, 각 단체에서 물건을 받아가며 "정말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라는 진심어린 말 한 마디 때문이다.

사고로 다리가 약간 불편하지만 그는 개의치 않는다. 진정한 그의 열정에 유태선씨 등 다섯 명의 친구들이 함께하고 있고, 처음에 반신반의했던 상인들도 적극적으로 한 마음으로 뭉쳤다. 얼마 전 미래푸드 이사로 선임된 일은 그의 사회적 봉사에 더욱 힘을 얻게 하는 계기였다.

2008년 기탁 매장품 지원 현황표에는 무려 3억6천여만 원의 물량이 서울과 경기 등 각 복지시설에 유통되었다. 하루 기탁물건과 한 해 현황 등 꼼꼼한 일지 작성이 끝나면 오후 4시.

올해는 긴 장마로 채소파동이 일어나 2월부터 6월까지는 농산물을 직접 구매했다. 늘 찾아오는 복지관계자들을 빈손으로 돌아가게 할 수 없어서다. 정씨는 "아내는 더 부유한 사람도 있는데, 남보다 넉넉한 집안도 아닌 사람이 이런 일을 하는 걸 마땅치 않게 생각한다"면서 소년처럼 웃는다.

무 10박스를 직접 들고 사무실까지 찾아 온 백상현(경인농산)씨는 바빠서인지 머리만 긁적이며 웃음으로 답할 뿐 말없이 돌아서 총총히 사라진다.

그는 힘 닿는 날까지 이 일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누군가를 힘 나고 행복하게 할 밥상을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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