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노밸리 참사와 세월호에 드리운 전쟁의 그림자
상태바
테크노밸리 참사와 세월호에 드리운 전쟁의 그림자
  • 지창영 시인, 번역가
  • 승인 2014.10.20 02: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쟁이 난 후 어느 누가 대한민국호의 콘트롤타워라고 나서겠는가?"
JTBC뉴스 캡쳐 화면 

불의의 사고로 고인이 된 분들을 추모하며 슬픔을 담아 글을 시작한다. 판교 테크노밸리 야외 축제 현장에서 공연을 보다가 환풍구 덮개가 무너져 16명이 사망하고 11명이 다친 사고는 우리 사회에 또 한 차례 내리는 경고의 채찍이다.
 
세월호를 외면한 우리 사회에 내리는 채찍
 
그 끔찍한 세월호 참사를 겪고서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한국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사건이다. 세월호 참사에서 우리가 해결해야 할 과제는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다. 진상을 제대로 규명하려니 수사권이 보장돼야 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려면 기소권이 보장돼야 한다.
 
지극히 단순하고 당연한 일인데도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제자리만 맴도는 것은 해결의 열쇠를 쥔 정부와 새누리당이 열쇠 쥔 손을 절대 펴지 않으면서 이 핑계 저 핑계로 세월만 보내기 때문이다. 야당마저 문제 해결에 소극적인 가운데 서로 옥신각신 실랑이만 계속되는 사이 6개월이 흘렀다. 급기야 다시 한 번 경고의 채찍이 떨어졌으니 그것이 이번 붕괴 사고가 아닌가.
 
안전을 위한 사회 시스템은 작동하지 않고 있었다. 경찰 한두 명만 배치하여 위험 지역을 통제했어도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가는 길을 막을 때는 구름떼처럼 몰려들던 경찰들은 다 어디 가고 그 위험한 현장을 외면하고 있었단 말인가. 공권력의 사명은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는 일이지 국민의 입을 틀어막는 일이 아니다.
 
테크노밸리의 희생자들은 현란한 축제 공연을 보다가 그만 발밑의 위험을 보지 못하고 안타깝게 사망하거나 다치고 말았다. 이는 우리 사회의 던지는 또 하나의 메시지다. 이제는 우리 발밑의 위험을 봐야 하지 않겠는가. 그 위험을 똑바로 보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 갈 때 비로소 참사를 막을 수 있다. 그것은 바로 세월호 유가족들의 외침이기도 하다.
 
거듭되는 경고를 무시하는 정권
 
거듭되는 경고를 무시하다 보면 결국 벌을 받게 마련이다. 이 정권에서 염려되는 것은 거듭되는 경고를 무시한다는 점이다. 거듭되는 사고를 보면서도 세월호의 진상 규명을 어떻게든 회피하려 하고 유가족들의 뜻을 왜곡하기만 한다. 그 버릇이 남북 관계에도 그대로 이어지는 것을 보면서 우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작금 남북 관계는 위험천만한 지경에 이르렀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연평도 포격이라는 비극을 맞이했고, 박근혜 정부 들어 삐라를 겨냥한 총탄이 내륙에 날아들었다. 남북 관계는 환풍구 덮개처럼 잔뜩 휘어져 있어 언제라도 무너져 내릴 위험을 안고 있다. 이 심각성을 대한민국호의 선장과 승무원들은 과연 아는지 모르는지 만날 남 탓만 하고 있다. 안으로는 국민 탓이요, 밖으로는 북한 탓이다.
 
어디 그뿐인가. 현란한 빛과 소리로 국민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제 기능을 잃은 언론이 그 앞장에 서 있다. 안전한 사회를 위한 세월호 유가족들의 정당한 외침은 법체계를 뒤흔드는 무리한 요구로 둔갑시키고 심지어 배후에 종북세력이 있는 것처럼 허상을 만들어 낸다. 북에 대해서는 만날 체제가 위태롭다느니 최고지도자의 건강이 악화되어 통치가 제대로 안 된다느니 하면서 허풍을 떤다. 금방 들통 날 거짓이거나 그다지 중요하지도 않은 일을 과장한 경우가 허다하다. 정작 남북 사이의 위험을 제거하고 함께 살 길을 모색하는 일은 철저히 외면한다. 이와 같은 무책임한 태도에서 전쟁의 그림자를 본다.
 
정부와 새누리당이 거짓과 왜곡으로 국민의 눈과 귀를 사로잡고 있는 한 국민은 발밑의 위험을 볼 수 없다. 거짓 세력의 현란한 춤동작과 어지러운 조명 그리고 확성기 소음에 사로잡혀 있다 보면 발밑이 붕괴되는 것도 모른다. 넋을 잃고 있는 사이 안으로는 사고가 줄을 잇고 남북 사이에는 총포탄이 오가는 것이다.
 
도망친 대통령, 콘트롤타워가 없는 한국
 
기본으로 돌아가 원칙과 상식의 눈으로 전후좌우를 살피고 발밑도 보아야 한다. 결국 다시 세월호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세월호는 곧 대한민국호다. 세월호를 제대로 해결하지 않고는 우리 사회는 물론 남북 문제도 제대로 해결하기 어렵다. 우리 사회는 사고의 연속일 것이며 남과 북은 끝내 전쟁의 불구덩이에 빠질 수도 있다.
 
전쟁이 난 후에 과연 어느 누가 대한민국호의 콘트롤타워라고 나서겠는가? 이에 대한 대답은 이미 이승만 대통령이 일찍이 보여 주었다. 전쟁이 터지자 한강 다리를 폭파하고 홀로 도망친 것도 모자라 녹음 방송으로는 거짓말을 늘어놓았다. 서울은 안전하니 가만히 있으라고…. 홀로 도망치면서 승객들에게는 가만히 있으라고 한 세월호 선장의 태도와 무섭게 닮아 있지 않은가.
 
우리 시대의 참사에 대하여 청와대는 스스로 콘트롤타워가 아님을 선포하였다. 결국 안전은 우리 국민 스스로 챙길 수밖에 없게 되었다. 정치권이 외면하고 눈속임을 하는 가운데서도 우리가 정신 차리고 세월호 문제의 해결에 더욱 매진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현재 이 나라에는 참사를 부르는 정권은 있어도 국민의 안전을 지켜 주는 정권은 없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