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업도, 무질서 야영족에 몸살... 지천이 ‘뒷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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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업도, 무질서 야영족에 몸살... 지천이 ‘뒷간’
  • 배영수 기자
  • 승인 2016.08.12 17: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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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설물’은 기본, 불법 화기사용까지... 섬주민들 ‘부글부글’
굴업도 개머리초지.사진은 특정 사실과 관계없음. ⓒ이재은
 

굴업도가 백 패킹(Backpacking-‘짊어지고 나른다’의 어원으로 1박 이상의 야영 생활에 필요한 장비를 꾸려 자연경관을 자유롭게 떠돌아다니는 여행을 말함)족들에 의해 몸살을 앓고 있다. 이들에 의해 버려지는 각종 오물들이 천혜의 자연환경을 훼손하고 있음에도 관할 구청이 오염의 정도조차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인천지역에서 활동하는 사진가와 예술가 등에따르면 “굴업도가 백 패킹족들의 낮은 질서의식과 무질서함에 마구 훼손되고 있다”면서 “이들 백 패킹족들이 다른 섬의 배편까지 매진시켜 인근 섬에 민폐를 끼치는 상황에서 이중으로 섬사람들을 괴롭히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에 따르면 굴업도의 명소 중 한 것으로 넓은 초지가 펼쳐져 있어 야영객들이 자주 텐트를 치며 휴가를 보내는데, 개머리언덕에 이러한 오염이 집중되고 있다.
 
◆ 사람은 이름을, 굴업도 야영족은 ‘변’을...
 
굴업도는 서해안의 여러 섬들 중에서도 희귀동식물의 보고로 불린다. 때문에 자연을 지키기 위해 화장실은 섬 내 해수욕장과 마을에만 설치해 놓았다. 당연히 개머리언덕에는 화장실이 없는 상황인데, 문제는 이 백 패킹족들이 화장실까지 가기 귀찮다는 마음에 인근 초지와 숲에서 가리지 않고 용변을 보고 이를 처리하는 휴지 등도 모두 초지와 숲에 버려 심각하게 자연이 훼손된다는 것이다.
 
실제 사진작업 등을이유로 굴업도를 방문했다는 사람들을 대부분 백 패킹족들의 오염을 모두 우려하고 있다.
 
최근 굴업도에서 영화작업을 했다는 백승기 감독은 “가보니 완전 배설물 천국이었다”면서 “어떻게 자연을 즐기며 캠핑을 한다는 사람들이 이럴 수 있느냐”며 혀를 찼다. 
류재형 사진작가는 “이미 굴업도를 가본 사진예술가들 사이에서 굴업도는 ‘배설물 섬’으로 불리고 있다”면서 “엄청난 자연훼손이 일어남에도 관할 구가 신경도 안 쓰는 걸로 보였다”고 안타까워했다.
 

CJ그룹이 본격 손을 뻗기 전까지의 굴업도는 희귀 동식물의 보전 및 조수간만의 차에 따른 변화무쌍한 자연의 모습을 보여주는 인천의 보물섬 중 하나다. 그러나 최근 이 섬이 심각하게 더럽혀지고 있어 지역사회 전반에서 이를 우려하고 있다.
 

◆ 불법 화기사용 화재위험까지... 굴업도 야영장은 ‘무법지대’
 
문제는 또 이들 백패킹족들이 위험천만한 환경도 만들며 놀다 간다는 것이다. 현행법상 산림이나 초지 등지에서 텐트를 치는 정도의 캠핑은 허락되지만, 화기 사용 및 취사 전반은 명백한 불법이다. 그러나 섬이다 보니 단속이 힘든 상황에서 캠핑족들이 섬을 ‘무법천지’로 만들고 있다는 게 큰 문제다.
 
특히 천혜의 자연환경이 그대로 있었던 굴업도의 경우 수십 명의 백패킹족들이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는 것 자체가 섬의 생태계에 위협을 가할 수도 있는 상황. 또 화기 사용을 하다 자칫 이들 초지를 모두 불태울 수도 있다. 산림이나 초지의 화재가 작은 불씨부터 시작된다는 점을 전제하면 더욱 우려스러운 부분.
 
최근 굴업도를 방문했다는 한 언론인은 “차라리 배설물만 있으면 다행”이라며 “먹다 남긴 음식물 쓰레기와 술병들, 그리고 초지에서 큰 화재로 번질 수도 있는 모닥불까지 피우는 등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면서 “굴업도에서 휴대용 버너 등을 사용해 취사를 하는 등이 모두 불법임에도 캠핑족들이 난리를 치고 있었다”고 증언했다.
 
◆ 관할 구청은 심각성 아예 몰라
 
굴업도를 다녀온 사람들이 전반적으로 섬의 자연환경 훼손을 우려하는 상황이지만, 막상 관할인 옹진군은 이를 파악조차 못 하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옹진군청사가 현재 육지(남구 용현동)에 들어서 있는 상황에서, 섬사람들이 직접 민원을 보내와야 파악이 가능한데 아직까지 관련 민원을 받지 못했다는 게 옹진군의 입장이다.
 
옹진군 관계자는 “우리가 주민들에게 들어온 민원이 없고 아예 모르는 문제”라면서 “캠핑족들이라면 기본적으로 쓰레기나 배설물 등을 버리는 게 큰 민폐라는 것을 알고 있을 텐데 그런 얘길 들으니 사실 좀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나 굴업도의 백패킹족들이 벌이는 무질서에 대해서는 이미 KBS 등 언론에서도 다뤘던 바 있다. 특히 지난 봄 시즌서부터 캠핑에 의한 열기가 섬 방문으로 이어지고 있고 여름 성수기에 섬을 찾는 관광객들이 평소보다 많아진 상황에서 관할군이 “민원이 없었다”는 이유로 이를 파악조차 하지 않았던 점은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옹진군청(사진) 내부의 담당 부서는 굴업도의 자연훼손 정도를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민원이 없었다”는 게 이유였다.
 
◆ 섬 주민들, “백 패킹족, 사실상 침략자(Invader)” 분기탱천
 
취재 중 기자는 현재 굴업도에 살고 있는 주민들 중 몇몇과 전화통화를 할 수 있었다. 이때 기자는 주민들에게 군에 왜 민원을 넣지 않았는지를 물었다. 한 번에 정확한 답을 들을 수는 없었지만 그중 한 주민이 나름의 이유를 밝혀 왔다.
 
익명을 요구한 이 주민은 “현재 굴업도는 전체 땅의 99% 가까이 CJ그룹이 소유한 사유지”라면서 “CJ그룹에서 그냥 두니까 살고 있는 거지만, 현재 거주민들은 법령 상으로는 주택 임대기한이 지나 그냥 얹혀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니까, CJ 측이 섬에서 만약 이 거주민들에게 나가라고 하면 그냥 나가야 하는 상태인 것. 그러다보니 이러한 영향 때문에 민원을 제기하는 문제에도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주민은 “내가 알기로는 굴업도 주민 전체가 백 패킹족들의 유입을 달가워하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주민의 전언에 따르면, 이들 백 패킹족들이 굴업도에서 경제활동을 하는 게 아니라, 사실상 모든 필요물품을 육지에서 사와서 굴업도에서 벌려놓고 가는 상황이기 때문에 섬의 경제활동에 이들 백 패킹족들은 거의 도움도 안 된다는 것이다.

오히려  쓰레기와 배설물들을 마구 버리고 불까지 피워 땅 이곳저곳에 그을음을 만들고 떠나는 백 패킹족들이 섬 거주민 입장에서는 소위 ‘침략자’와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

 
◆ “섬 입도인들 환경개선부담금 추징해야” 
 
일각에서는 굴업도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에게 환경개선부담금을 전면 부담케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어질러놓는 정도가 심한 만큼 차라리 어질러놓는 값은 지불하라는 논리다. 성격은 다소 다르지만 실제 12일부터 14일까지 열리는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은 이런 논리로 유료 관객은 물론 초대권 관객들까지 하루 기준 기본 2만 원의 환경개선부담금을 내도록 했다.
 
그러나 이를 굴업도에 적용하려 해도 현재로서는 추진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섬 자체가 사유지인 데다, 관련 법령도 적시된 바가 없기 때문이다.
 
옹진군 관계자는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등에 적용되는 환경개선부담금은 근거조례가 있기 때문에 가능하지만, 현재로선 섬 입도인들에게 환경개선부담금을 징수할 수 있는 근거가 아예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조만간 굴업도에 실사를 나가 보고 내부에서 정말 심각한 수준이라 판단이 된다면, 내부에서 검토의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며 향후 가능성이 아예 없진 않다는 점을 밝혔다.
 
백승기 감독 팀이 굴업도에서 영화작업을 하는 모습. 백 감독은 굴업도의 환경오염 정도가 심각한 수준이라며 증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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