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로하우스 여성 자활지원 반대청원 '조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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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로하우스 여성 자활지원 반대청원 '조직적'
  • 배영수 기자
  • 승인 2018.08.16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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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추홀구 입법예고 직후 ‘생식기가 벼슬’ 여혐 표현까지 등장


 
숭의동 옐로하우스 성매매 종사자들의 자활지원을 반대하는 글이 청와대 국민청원에 계속 올라오고 있다. 13일부터 같은 내용의 청원이 계속 올라오고 있는데, 기자가 확인한 것만 10개가 넘는다.

 

미추홀구 숭의동 옐로하우스에서 성매매에 종사하던 여성들의 자활을 위한 지원을 반대하는 청원이 청와대 국민게시판에 계속 올라오고 있다. 그간 관할 미추홀구 역시 같은 내용의 민원을 계속 받았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여혐정서 확대’ 및 ‘공동체 의식 부재’ 등의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지난 13일부터 현재까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숭의동 옐로하우스 성매매 종사자들의 사회복귀 지원 계획을 반대하는 청원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이들 청원을 올린 게시자들은 “그 누구도 성매매를 강요하지 않았고 스스로 쉽게 돈을 얻기 위해 본인들 자의로 성매매를 한 것인데 없어진다고 지원하는데 시민 혈세를 이상한 데로 새게 한다”고 주장했다.
 
또 “세금 잘 내는 성실납세자의 세금이 왜 이런 데에 쓰이냐”, “정상적으로 돈을 버는 여성들을 모욕하고 무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른 게시자는 “성매매 여성들이 사회에 나와서 할 수 있는 일 많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특히 13일부터 이러한 청원글이 계속 올라오고 있어 자활지원을 반대하는 이들이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이 청원글이 올라오는 시점에 맞춰 ‘오늘의유머’, ‘인벤’, ‘뽐뿌’ 등의 커뮤니티에서 ‘창녀’, ‘생식기가 벼슬이냐’ 등의 제목이 달린 글들이 올라오고 있어 확인한 결과 옐로하우스 성매매 여성의 자활지원을 반대하고 있었다.
 
남성 위주로 구성됐다는 이 커뮤니티들을 통해 이러한 글들이 올라오는 것을 감안할 때 이전부터도 이들 커뮤니티에서 종종 나타났던 ‘여혐’의 정서가 조직화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배경은 지난 13일 미추홀구가 이들의 자활 지원계획을 발표한 것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날 미추홀구는 옐로하우스 종사자 자활 지원계획을 포함한 ‘성매매 피해자 등의 자활 지원 조례 시행규칙’ 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에 따르면 미추홀구는 오는 2019년부터 2022년까지 매년 10명씩 총 40명에게 각각 연간 2,260만 원 범위 안에서 자활 비용을 지급하게 된다. 생계비 월 100만원, 주거지원비 700만원, 직업훈련비 월 30만원 등이 지원 내용이다.
 
다만 여기엔 전제사항이 붙는다. 향후 성매매를 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탈성매매 확약서’와 자활계획서를 구청에 제출해야 한다. 지원받은 후 성매매 행위가 확인되면 그 즉시 지원받은 금액을 모두 반납해야 한다.

 
올해 1월 미추홀구의회(당시 남구의회)에서 개최한 탈성매매피해자 자활지원 대책마련 간담회 모습.
 

이같은 자활지원에 대한 내용은 미추홀구의회에서 옐로하우스 철거 이후 대책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시민사회단체들과의 간담회 등에 이어 남구의회에서 조례 제정까지 된 것으로, 이른바 ‘사회적 합의’가 이미 완료된 사항이라는 점이다.
 
올해 초 미추홀구의회(당시 남구의회)는 성매매 종사에서 벗어나려는 여성의 사회정착을 위해 간담회를 연 바 있다. 간담회 이전 구의원들의 공동발의가 배경에 있었던 이 간담회에는 구의원들과 공무원들은 물론 희희낙락상담소,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등 단체들이 참여해 실효성 있는 방안 등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이후 구의회가 지난 3월 제231회 임시회 2차 본회의를 통해 이같은 자활지원의 내용을 담은 ‘인천시 남구 성매매 피해자 등의 자활지원 조례안’을 원안 가결했고 여기에 지역사회 전반에서 “이같은 결정을 환영한다. 다만 실효성을 보다 높이라”는 등의 주문도 요구될 정도로 잘한 결정이라는 평가가 높았다.
 
이미 사회공동체의 협의 하에 진행되고 있는 행정에 대해 남성 커뮤니티에서 갑작스레 여혐 정서를 폭발시키며 청와대 청원게시판까지 이용해 딴죽을 걸고 있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지역사회는 대체로 어이가 없다는 입장이다. 미추홀구 관계자는 “그간 이와 관련한 민원들이 계속 들어왔었다”면서 “향후 도시개발이 진행될 이 곳에서 갈 곳이 사라지는 여성들이 나옴에 따라 이들의 건전한 사회 복귀를 돕기 위해 마련된 지원책에까지 딴죽을 걸고 있는 것”이라 말했다.
 
성매매문제 해결을 위해 움직이는 단체들 역시 “성매매 피해자 자활 지원은 성매매 근절을 위한 여러 대책 중 아주 부분적인 행정에 불과하다”면서 “지난 2004년 성매매특별법 제정 초창기에 성매매에 대해 사람들이 갖고 있는 기본적인 오해와 편견이 여전히 편견의 장벽으로 남아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숭의동 옐로하우스는 1900년대 초 인천항 주변에서 일본인을 상대로 영업하던 홍등가 부도 유곽을 시초로 형성됐다가 1962년 지금의 숭의동으로 옮겨져 이후 1990년대 말까지 30여 개 업소가 성업을 이뤘다.
 
이후 2004년 성매매방지특별법 시행과 2006년 숭의동 도시주거환경정비 사업계획 수립 이후 업소가 줄어 현재 16개 업소에서 70여명이 종사하고 있으며, 현재 이 구역에 진행되는 지구정비사업(숭의1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에 따라 이르면 올해 중 사라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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