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운동 아지트’이자 ‘동네의 쉼터’로 자리 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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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 아지트’이자 ‘동네의 쉼터’로 자리 잡다
  • 배영수 기자
  • 승인 2018.07.12 08: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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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방네 아지트]⑥ - 강화 ‘버드 카페’

 ⓒ배영수



지난해 인천문화재단은 주민들이 직접 영유하고 창조하는 생활문화예술 활동을 민간 공간 차원에서 장려해주기 위해 ‘동네방네 아지트’라는 사업을 추진,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인천시는 올해 문화예술과 산하 ‘생활문화팀’을 신설해 예산을 지원하며 직접 사업을 시도하는 등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인천in>은 지난해 동네방네 아지트 사업에 선정된 공간을 비롯해 미선정 공간 혹은 사업에 참여하지 않은 공간 중 생활예술 차원의 문화공간으로서 정체성을 갖고 있는 공간을 소개한다. 


 

버드카페를 운영하는 주유경 대표. ⓒ배영수

 

◆ ‘민간 영역의 환경활동’ 아지트로 자리 잡다
 
강화도 신문리의 동네 골목길에 있는 ‘버드 카페’는 이 일대를 처음 방문한 사람들이 주소(신문길 44번길 5)를 모른 채 제대로 찾아들어가기는 사실 쉽지 않다. 그리고 단순히 관광의 목적으로 온 외지인이라면 이곳을 찾는다는 건 별반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일단 버드 카페의 내부에 들어서면 그 이유가 명확하다는 판단이 바로 설 것이다.
 
이곳에는 강화를 비롯한 인천 서부지역에 찾아드는 새들의 모습을 탐구하고 이 새들을 중심으로 환경과 생태가치를 보존하려 노력해온 일련의 역사들이 사진 및 조형물 등을 통해 기록되고 꾸며져 있다.

주목할 것은 이러한 탐조활동과 생태교육 연구 등 활동이 강화지역의 민간영역에서 먼저 자발적으로 시작됐다는 점이다.
 
지난 2012년 결성 이후 끊임없이 활동해 오며 저어새를 비롯한 멸종 위기의 철새들을 관찰하고 보호하는 운동을 펼쳐온 ‘강화탐조클럽도 이제는 버드카페를 아지트로 삼게됐다. 그들도 기록한 흔적들을 사진전으로도 펼쳐 보이며 어느덧 100명이 넘는 회원들이 참여해 활동하고 있다.
 
강화탐조클럽은 생태지평연구소, 네이처링 등 다른 단체들과 연합해 올해 4월 ‘빅 버드 레이스’라는 이름의 탐조대회를 열기도 했다. 환경부와 인천시도 후원하는 대회로 자리잡았다. 선진국 등 외국에서는 탐조대회가 이미 대중적인 생태 프로그램 중 하나로 자리를 잡고 있는데, 강화 갯벌도 저어새와 두루미, 노랑부리백로 등 철새들이 이동 전 머무르는 기착지인 만큼 국내에도 탐조대회가 자리를 잡았으면 한다는 것이다.
 
또 지난 2016년에는 갯벌과 강화 두루미 등에 대한 모니터링 및 보존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생태교육허브 ‘물새알’이 버드카페를 기반으로 결성돼 현재 강화지역 주민 20여 명이 중심되 돼 활동하고 있기도 하다. 두루미 모니터링은 2015년부터 하고 있었단다.

 

강화탐조클럽이 담아낸 강화지역의 각종 새들의 모습. ⓒ배영수


 
◆ ‘슬렁슬렁’하게, 그러나 ‘의미 있는 움직임’은 계속 확장 중
 
지난해 버드카페는 인천문화재단 생활문화팀의 공간지원사업인 ‘동네방네 아지트’ 사업에 강화지역 대표 아지트 중 한 곳으로 참여했다. 환경생태운동에 앞장서온 경험을 기반으로 ‘슬렁슬렁’이라는 강좌 중심의 프로그램을 운영해 생태강좌 5강, 니들펠트체험 중심의 5강으로 진행해 왔다.
 
약 350㎢에 달하는 넓은 갯벌과 산과 논, 습지를 모두 가지고 있는 천혜의 생태공간이고 인천과 서울에서도 가까운 편이지만 이러한 자연환경을 제대로 알고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하는 곳은 그리 많지 않다. 또한 지역주민들조차 이를 체감하지 못한 채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는 게 이 프로그램을 운영하게 된 계기다.
 
“이미 버드카페는 물새알과 강화탐조클럽이라는 소중한 운동이 일어나고 있는 곳이예요. 그런데 우연히 ‘동네방네 아지트’ 사업 공고를 봤고, 보다 다양한 사업으로 주민들에게 다가갈 수 있겠다는 생각에 기획하게 된 거죠. 버드카페가 외지인들에게까지 유명하진 않지만, 그래도 우리 동네 사람들이 오가는 길목에 있다 보니 주민들께서 많이 지나가시긴 해요. 그래서 그분들이 말 그대로 ‘슬렁슬렁’ 지나가다 들르는 곳이 됐으면 하는 바람에서 이름도 ‘슬렁슬렁’으로 지은 거죠.”
 
사업 참여가 확정된 후 버드 카페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동네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는 환경교육 작업이었다. 아이들의 과자 속에 들어 있는 식품첨가물의 유해성을 알게 되는 내용부터 핵 문제에 이르기까지 여러 분야의 전문가를 내부에서 엄선해 어느 정도 호응을 얻어냈다. 이후 낮 시간 활용을 잘 하지 못하는 주민들을 대상으로는 니들펠트 강좌도 진행하면서 주민들끼리 커뮤니티도 도모하자는 시도를 했다.
 
“기대보다 많은 사람들이 참여했다고 볼 순 없어요. 강화군청 홈페이지 및 지역에 인쇄물을 배포하기도 했지만 사람 모으는 게 어디 단기간에 가능한가요. 그래도 낮에는 손님이 거의 없던 우리 카페가 한동안 북적대는 경험도 했고, 좁고 푹푹 찌는 곳에서 참가자들이 ‘여기 너무 좋다, 자주 놀러 와도 되느냐’라고 물어보는 것을 경험하면서 ‘그래도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죠. 하나둘 쌓여간 펠트 작품들도 보면 보람도 느끼고요.”

 

‘슬렁슬렁’이 한창 진행되던 지난해 8월 인천문화재단의 ‘동네방네 아지트 산책단’이 버드 카페를 방문해 그간의 생태환경 및 탐조 활동 등에 대해 전해 듣던 모습. ⓒ배영수


 
올해도 버드 카페는 ‘슬렁슬렁’을 계속 진행하고 있다. 이번엔 그 후속 개념으로 소제목을 ‘졸라 만만한 사진 강좌’로 준비하고 8번의 강좌를 진행하며 주민들 스스로 소박하게나마 전시회도 열어보겠단다.

“이번 사업에서 의도한 것은 주민들이 자신의 소소한 일상과 강화의 자연을 담아내는 예술가로서 역할을 하는 것이에요. 사진촬영 테크닉을 익히는 것을 넘어 이를 통해 자신의 주변을 담아보는 거죠.
 
버드 카페는 올해도 강화의 자연을 자랑하고 알리는 다양한 일들이 계획돼 있다. 오는 8월에는 생태교육허브 물새알과 지역의 여러 모임들(강화도시민연대, 섬밀, 메이드인강화, 912공방 등)과 함께 천연기념물 저어새를 알리고 다양한 환경체험공간을 제공하는 저어새축제(Spoon Festival)를 계획하고 있다.
 
또 11월에는 강화의 새들을 담은 전시회도 예정돼 있다. 물론 정기적인 철새 모니터링, 두루미 먹이주기 활동처럼 꾸준히 이어가야 할 일들도 많다.

“환경 모임은 아니지만, 얼마 전부터 버드 카페에서 일본어 모임을 하고 있어요. 저희가 주관하는 건 아니지만, 매주 수요일 일본어를 배우는 사람들이 카페를 들락거립니다. 또 요새도 다른 모임에서 버드카페를 이용하고 싶다고 문의하고 있어요. 동네 사람들이 이용하는 모임터나 쉼터, 놀이터로 천천히 자리잡고 있는 것 같아 그것도 보람이 큽니다. 앞으로도 이곳이 쭈욱 그런 역할을 하길 바랍니다. ‘공동체’라는 개념, 요새 참 중요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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