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문화·예술 꽃을 피우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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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문화·예술 꽃을 피우려면…
  • 이혜정
  • 승인 2011.10.19 1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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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in-인천문화재단 공동기획] '바이브무용단' 김희진 대표


'바이브무용단' 김희진 대표.

인천in-인천문화재단 공동기획 연재
'2011 인천문화·예술을 일구는 사람들'
 
'살기 좋은 도시 인천' '살고 싶은 도시 인천'으로 나가기 위해선 문화·예술적 창조도시를 지향점으로, 창조적인 문화·예술 행위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는 의견이 일고 있다. 인천에서는 그동안 다양한 장르에서 예술성 혹은 대중성을 내건 활동들이 펼쳐져 왔다. 예술의 가치를 확산시킴으로써 살고 있는 도시의 가치를 높인다는 진정성으로 살아온 이들이다.
 
<인천in>과 인천문화재단은 지역 내 문화·예술인들에게 다가가 집중 인터뷰를 통해 열정이 담긴 창작물을 보여주겠다는 취지를 걸고 기획연재 '2011 인천문화·예술을 일구는 사람들'을 시작한다. 매주 화요일마다 릴레이 형식으로 진행하는 이 코너에서는 인천문화재단의 '공연장 상주단체 육성지원 사업'에 선정된 6개 단체를 비롯해 2011년 하반기에 활동하는 문화·예술가(혹은 단체)들을 독자들에게 알리고자 한다. 이번에는 '바이브무용단'을 이끄는 김희진 대표를 소개한다.

취재: 이혜정 기자


'길모퉁이를 돌면'의 한 장면.

기억을 통해 미래를 구상하는 나, '기억공연'

사람은 누구나 다양한 기억을 간직하고 산다. 하지만 바쁘게 움직이는 현실 속에서 시간 저편에 있는 기억들을 다시금 꺼내 돌아보기란 그리 쉽지 않다. 멀리 또는 가까운 과거를 회상하며,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는 시간을 표현하는 이는 '바이브무용단' 김희진 대표다.

김 대표는 기계적이고 반복적인 일상생활을 살아가는 현대인을 위한 공연을 마련했다. 건조한 일상에 단비 같은 일탈을 꿈꾸는 현대인들. 이런 일탈을 눈과 마음으로 느낄 수 있는 '기억공연'이 오는 11월 4~6일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에서 열린다.

"빡빡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은 누구나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은 꿈을 꿉니다. 이런 일탈은 내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기억을 통해 편안함과 안정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기억이라는 주제로 주체성을 지닌 한 인간의 모습에서 자기 자신과 타인의 존중을 이끌어내는 자아존중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는 몸의 시각·청각·후각 등의 감각으로 더 정확하고 섬세한 기억을 회상할 수 있다고 한다. 이번 '기억' 작품도 다양한 몸의 기억으로 과거 수많은 역경을 돌아보며 새롭게 적응해 나가는 현대인들을 표현했다.

밤 늦게 도착한 소포의 내용물을 펼치는 순간 찾아온 기억, 어디선가 불어오는 바람을 타고 코끝을 스치는 냄새로 맡는 기억, 물가에 서서 물소리를 들으면서 회상하는 기억 등 갖가지 기억이 펼쳐진다.

김 대표는 "이번 작품을 통해 개개인의 기억을 통해 어떤 과거를 돌이켜봄으로써 앞으로 삶에 새롭게 적용해 보는 여유로운 시간이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길모퉁이를 돌면' 중에서
'바이브무용단'을 이끌어 온 10여 년

인천 출신 무용가인 김희진 대표. 지난 1989년 '바이브(VIBE)'를 창단하고 서울에서 이런저런 활동을 펼쳤다. 그러다가 1998년 인천지역 문화 활성화를 위해 인천에 터를 잡았다. 당시 무용이라는 장르가 인천에서는 다소 생소해 '무미건조'한 문화계에는 핑크빛과 같은 태동이었다.

바이브는 2000년 제10회 전국무용제에서 인천 대표로 참가해 '금상'과 '최우수 연기상'을 받으면서 인천 무용계의 발전가능성을 입증했다. 이후 '바이브무용단(VIBE DANCE GROUP)'으로 명칭을 바꾸고 연간 4~8회 공연을 꾸준히 하고 있다. 무용단은 인천이 낳은 인재들로 구성돼 단원 각각의 뛰어난 기량과 표현을 선보이고 있다.

"알다시피 모든 문화는 서울 편향적입니다. 인천 인재들이 지역에서 기량을 펼칠 수 있는 무대를 마련해 주고자 2000년대 초 인천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인프라가 부족했던 터라 어려움은 많았지만. 지속적으로 노력하다 보면 싹을 틔울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지요."

그는 "예전에 비해 문화 인프라나 인식면에서 많은 변화가 있었다"면서 "하지만 아직까지 문화인식에 대해 부족한 게 사실"이라고 지적한다.

김 대표는 아직 예술가들이 인천에서 활동하기엔 어려움이 많다고 한다. 문화·예술 발전을 위해선 그에 상응하는 예산지원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다소 직설적일 수 있지만 지역 예술·문화가 발전하려면 그만한 예산투자가 우선 필요합니다. 현재 인천에는 경제특구에 많은 관심이 쏠려 있어 매년 예술지원분야 예산은 들쭉날쭉쑥하지요. 10년 전 예산지원 300여만원에서 현재 최고 2천만~3천만원입니다. 세월이 흐른 만큼 물가도 올라가기 마련인데, 예술단체를 운영하는 데에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그는 "이런 턱없이 부족한 예산으로 좋은 작품을 만든다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면서 "더군다나 예술가라면 누구나 작품에 더욱 내실을 다지고 상품가치가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어하는데, 예산지원이 매우 모자라거나 없는 실정이라 제대로 된 작품을 만들 수 없는 구조"라고 강조했다.

지역사회 전반적 노력 필요

전반적인 지역사회 문화예술 인식과 노력이 부족한 상황에 얼마 안 되는 지원만으로 문화예술 발전을 기약하긴 어렵다고 그는 말한다.

"2005년에 인천문화재단이 생기면서 문화예술에 대한 전문성이 나아진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아직 인천지역 문화·예술 분야는 더 많이 힘을 쏟아야 합니다. 예산지원 부족이라는 건 예술가들이 직접 맞부딪히는 현실적인 이야기이고,  근본적으로는 사회 전반적인 인식과 제도적 시스템을 바꿔야 합니다."

김 대표는 정치·경제·교육·문화 등 곳곳에서 어울어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 중에서도 교육분야를 강조한다. 어린이와 학생들에게 교육으로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미디어 산업의 발달로 자극적이고 기계적인 문화에 많이 노출되어 있습니다. 물론 미디어 산업도 필요하지만 사람의 감정을 표현하는 정서적인 문화 역시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군대에서 공연보기 활동, 공교육에서 한 달에 한 번 공연보기 등 다양한 공간에서 자연스러운 교육을 통해 지역 예술단체와 연계해야 문화·예술 발전을 꾀할 수 있습니다."

이어 그는 "흔히 자생력에 대한 문제를 이야기합니다. 자생력을 가질 필요는 분명히 있습니다. 그러나 사회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조성돼 있지 않은 현실에서 예술가가 좋은 작품을 만들고, 관객을 극장으로 끌어들인다고 해도 단기적이고 일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좀더 장기적으로 지역 예술·문화가 꽃을 피우려면 지역사회 모든 구성원이 힘을 모아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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