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삼백 년 인생의 지혜를 읽는다"
상태바
"이천삼백 년 인생의 지혜를 읽는다"
  • 송정로
  • 승인 2012.01.19 16: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우재의 맹자읽기' 발간


맹자가 양혜왕을 만나자, 왕이 말했다. "선생님께서 천 리를 멀다 하지 않고 오셨으니, 그렇다면 장차 내 나라를 이롭게 할 일이 있겠군요?" 맹자가 대답했다. "왕께서는 하필이면 이(利)를 말씀하십니까? 단지 인의(仁義)가 있을 뿐입니다."

'이우재의 맹자읽기'가 발간됐다. 지난 2000년 나온 '이우재의 논어읽기' 이후 12년 만에 발간된 고전이다. 인천 구월동에서 인문학서당인 '온고재' 대표를 맡아 동서양 고전 연구와 보급에 헌신해온 저자의 역작(力作)이다. 저자는 '논어읽기' 다음은 맹자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10년이 넘어서야 그 뜻을 이루게 됐다.

저자는 서문에서 "맹자라고 하면 떠오르는 것은 성선설 외에 인의(仁義)라는 두 글자"라고 강조한다. 그리고 인의는 이(利)와 인류 역사에서 영원히 대립하는 명제가 아닐 수 없다고 말한다.

"지난 세기 말부터 신자유주의가 전 지구적으로 맹위를 떨치고 있다. 동구 사회주의가 몰락한 이후 개개인의 이익추구가 사회 전체의 선으로 된다는 자본주의 교리가 만고불변의 진리처럼 받아들여지고 있으나 불과 20년도 채 안돼 자기 파탄을 드러내고 있다."

이우재는 자본의 무제한적인 이윤 추구는 사회 전체의 선이 아니라, 악이 되었다고 지적한다. 공자는 "이(利)를 쫓아 행동하면 원망을 많이 받는다"라고, 사마천도 "이란 진실로 난(亂)의 시작이며, 모든 사회악의 근원이다"라고 했다. 맹자는 "온 나라가 이를 추구하면 그 이 때문에 나라가 산산조각이 날 것이요, 온 집안이 이를 추구하면 그 이 때문에 부모와 자식이 서로를 내팽개칠 것이다"라고 한 말을 상기시킨다.

저자는 나아가 이제 더 이상 이가 선이라는 사설(邪說)을 용인해선 안 된다며 이 사설을 용인하는 것은 자본의 탐욕에 쓰러져 가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고통을 외면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길이 둘이니 인과 불인뿐이다"라는 공자의 말대로 저자에게 중간의 길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의 길을 물리쳐야 한다고 말할 수 있는 자는 인의의 길을 가는 무리'라고 정의한다. 또 자본의 자선에 기대어 이 현실의 모순을 절충하고자 하는 자는 향원(더러운 세상과 야합하는)일 뿐이라고 설파한다.

2300년 전 전쟁이 무성하던(戰國) 시대, 지독한 난세의 변방에서 모든 백성이 인간답게 잘 살 수 있는 왕도정치를 역설한 맹자. 그의 사상이야말로 이기적인 지금, 현재의 나와 우리를 내려치는 강력하고 따끔한 과거의 죽비라 할 수 있다. 맹자를 통해 독자는 한없이 이기적일 수밖에 없는 나와 우리에 대한 겸허한 숙고와 통찰의 시간을 갖게 한다.

이우재는 1957년 인천 출신으로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성공회대학교 중국학과를 다녔다. 민주화운동과 관련해 1978년, 1980년, 1988년 세 차례 구속되었다.

저자는 일반인들이 읽기 쉽도록 목차별 주제에서 세부적인 번호를 매겨두었다. 한 번호당 2~3장 정도로 나누어 하루에 하나씩 읽어가며 해답을 찾겠다는 자세도 좋다. 구성은 현대적 풀이 / 맹자의 한자 원문 / 한글 해석으로 되어 있다. 884쪽 / 35,000원

차례

1. 양혜왕장구상(梁惠王章句上)

왕께서는 하필이면 이를 말씀하십니까? 단지 인의가 있을 뿐입니다.

2. 양혜왕장구하(梁惠王章句下)

이제 왕께서 백성과 함께 즐기신다면 왕다운 왕이 되실 수 있을 것입니다.

3. 공손추장구상(公孫丑章句上)

그 기는 지극히 크고 지극히 강해서, 이것을 의로써 기르고 해치지 않는다면 천지간을 가득 채울 것이다.

4. 공손추장구하(公孫丑章句下)

장차 큰일을 할 임금은 반드시 부르지 못하는 신하가 있어, 상의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찾아갑니다.

5. 등문공장구상(滕文公章句上)

백성이 살아가는 도는, 일정하게 먹고살 방도가 있어야 떳떳한 마음이 있고 일정하게 먹고살 방도가 없으면 떳떳한 마음도 없는 법입니다.

6. 등문공장구하(滕文公章句下)

자기를 굽히는 사람은 남을 펼 수 없는 법이다.

7. 이루장구상(離婁章句)

공자께서 말씀하시길 '길이 둘이니 인과 불인뿐이다'라고 했다.

8. 이루장구하(離婁章句下)

대인은 말을 했다고 해서 꼭 지킬 것을 기약하지 않으며, 행동을 했다고 해서 꼭 그 결과를 기약하지 않는다. 오직 의(義)만 따를 뿐이다.

9. 만장장구상(萬章章句上)

성인의 행동이 같지 않아, 어떤 사람은 멀리 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가까이 하기도 하며, 어떤 사람은 떠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떠나지 않기도 하지만, 모두 그 몸을 깨끗이 하는 것으로 귀결될 뿐이다.

10. 만장장구하(萬章章句下)

공자를 일컬어 집대성했다고 한다. 집대성이란 금성옥진하는 것이다.

11. 고자장구상(告子章句上)

인은 사람의 마음이요, 의는 사람의 길이다.

12. 고자장구하(告子章句下)

하늘이 사람에게 큰일을 맡기려고 하면, 반드시 먼저 그 심지를 괴롭히고 그 근골을 수고롭게 하며 그 몸을 굶주리게 하고 궁핍하게 하며 나아가 그 하고자 하는 바를 어긋나게 한다.

13. 진심장구상(盡心章句上)

그 마음을 다하는 사람은 그 타고난 본성을 안다. 그 본성을 알면 하늘을 안다.

14. 진심장구하(盡心章句下)

인(仁)이라고 하는 것은 인(人)이다. 합해 말하면 도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