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 중년' - 눈부신 일상을 가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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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중년' - 눈부신 일상을 가꾼다
  • 송은숙
  • 승인 2012.01.19 14: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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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쁘고 즐겁게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
취재:송은숙 기자
 
고개 들어보니 문득 중년의 어느 언저리, 푸른 청춘을 지나 일상에 묻혀버린 '자신'을 발견하고 적잖이 당황스러운 시기이다. 하지만 이 즈음에 더 활기차고 즐겁게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다.
 
"사람들과 어울려 음악을 하는 하루하루가 즐거워요."
조현행(45·서구 공촌동)
 왼쪽에서 두 번째가 조현행 대표이다.
"대학 때 풍물패를 했고 난타를 하기도 했는데, 기타를 제대로 배워보고 싶더라고요. 베이스기타는 배울수록 깊이가 있어서 푹 빠져들고 있습니다. 사람들과 어울려 음악을 하는 하루하루가 즐거워요."

직장인밴드 '빌리지앙'의 대표이자 베이스기타를 맡고 있는 조현행(세무사)씨는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중년을 활기차게 살고 있다.

올해로 4년째 활동 중인 '빌리지앙'은 사회단체인 '희망을 만드는 마을 사람들' 회원 8명이 뜻 깊은 연주를 선보이고자 만든 밴드이다. 평소에는 시간이 날 때마다 연습을 하고, 1주일에 한 번씩 모여 같이 연습을 한다. 8명으로 시작한 멤버는 이제 20명으로 늘었는데, 40대가 가장 많다고 한다.

'빌리지앙'에는 재미있는 이력을 지닌 이들이 많아 여자보컬 이혜정(51)씨는 수지침사로, 기타 조성철(46)씨는 마술사로 활동하고 있다. 드럼을 맡은 김순홍(50)씨는 인천대학교 교수이다.

"올해는 한 방송사의 '탑밴드 시즌2'라는 오디션프로그램에도 참가할 생각입니다. 재능기부 콘서트도 하고 어려운 곳곳을 찾아 노래를 하고 싶어요. 음악으로 지역사회를 좀 더 따뜻하게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운명처럼 마주친 문학, 글을 쓰는 행복"
배천분(54·부평구 산곡동)
마흔 넘어 수필가로 등단한 배천분 씨. 
"시창작 수업을 들으면서부터 열심히 글을 썼고 2000년에 '문예비전' 수필부분에서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했어요. 수필을 쓰다 보면 가식 없이 나를 드러내야 해요. 나를 그대로 드러내는 부끄러움도 있지만 글 쓰면서 웃고, 울고…. 쓰는 게 내 삶이고, 내 삶을 '그냥' 써내려 가는 거죠."

중학교 때 교회 수련회 책자를 혼자 만들어 보고, 고등학교 때는 문예반에 들어가 교지를 만들던 한 문학소녀가 이제는 수필가다. 등단한 수필가이자 순수문학지 발행인, 기자로 '글 쓰는 행복'을 마음껏 누리고 있는 배천분씨가 그 주인공이다.

배씨는 어느새 훌쩍 자란 아들(29), 딸(25)을 둔 엄마이기도 하다. 워낙 적극적인 성격의 그는 아이들이 학교에 다닐 때는 초·중·고등학교에서 운영위원장을 도맡아 했다.

문학에 대한 꿈은 잠시 접어둔 채 서른일곱이 되던 1994년, 인천여성문화회관 시창작 수업을 들으면서 다시 운명처럼 문학과 마주쳤다.

'굴포문학' 회원이자 인천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장, 부평구문화예술인협회 문학분과 회장이기도 한 그는 문학에 대한 지치지 않는 열정으로 부평구의 순수문학지인 '부평문학'도 13년째 만들고 있다.

주안장로교회에서 운영하는 '주안문화센터'와 북인천여중에서 독서논술수업도 지도하고 있다. 초등학생과 중학생들을 위한 수업으로, 그의 수업을 받는 아이들은 틀에 박힌 수업이 아니라 시를 쓰고 토론을 한다. 북인천여중에서 수업을 받은 아이들과는 9개월 동안 공부하면서 쓴 작품을 모아 '채움 늘(부족한 점이 없도록 채워나가라)'라는 문집을 만들기도 했다. 아이들이 읽고 토론한 수업자료와 작가에게 편지쓰기, 주인공에게 하고 싶은 말, 독후감, 직접 쓴 시들을 모아 만든 것이다.

그를 표현하는 또 한 단어는 '기자'이다. 부평구에서 내는 '부평사람들' 기자로 17년째 지역 곳곳을 누비고 있고, 지난해 7월부터는 <인천in> 시민기자로도 활동하고 있다.

올해는 2004년에 처음 발간한 수필집에 이어 두 번째 수필집을 준비하고 있다. 인천문화재단에 지원금을 받아 발간하려고 몇 번 신청했는데, 쉽지 않았다고 한다.

"예전에 하던 기타밴드 활동도 다시 시작하고 싶어요. 여행도 많이 하고 싶고…. 아직 하고 싶은 일이 무척 많아요."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바느질 공방을 열어요."
장미영(46·동구 도원동)
 언젠가는 책도 내고 싶다는 장미영 씨.
올해로 23년차 베테랑 주부, 세 아이의 엄마인 장미영씨는 몇 년 전부터 자신을 위한 시간을 만들기 시작했다. 지금은 도원동에 바느질과 뜨개질, 재활용 작품 전문공방을 열기 위해 바삐 뛰어다니고 있다.

집안살림을 하면서도 환경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2009년 '지구와 마을을 살리는 엄마학교'라는 주부 대상 프로그램에 참여해 1년 가까이 수업을 들었다. 이후에는 관련 활동가들과 자주 만나고, 나중에는 재활용 분야의 강의를 맡기도 했다.

"이때 강의를 하면서 자신감을 얻었어요. 원래 결혼 전에는 연극과 뮤지컬을 하는 게 꿈이어서 탈춤도 배우고, 소리를 배우기도 했어요."

어려서부터 뜨개질을 잘하던 그가 뜻이 맞는 이들과 배다리에 바느질 공방, 마을사진관, 갤러리가 모여 있는 마을문화 공동체 공간을 만든 것은 2010년 1월의 일이다. '꽃그늘에서 바느질'이라는  네이버 블로그도 운영 중이다.

"작품 창작활동을 열심히 하고 지역주민들과 함께하는 기회도 많이 만들어야죠. 뜨개질도 새 실로만 하는 게 아니라 헌 실, 버리는 옷을 잘라 만든 재활용 실로도 할 수 있고 방법이 많아요. 또 어릴 적 이야기를 하면 사람들이 재미있다고들 해서 언젠가는 책도 한두 권 쓰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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