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비자림 - 세계 최대 비자나무 군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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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비자림 - 세계 최대 비자나무 군락지
  • 이창희
  • 승인 2012.04.13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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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 신비의 숲'을 보호하자

제주 비자림은 세계 최대 비자나무군락지 유명하다. 제주시 구좌읍 평대리 평대초등학교 남쪽 5.5km 지점에 위치해 있으며, 수령 500~800년인 오래된 비자나무 2,800여 그루가 하늘을 가리고 있는 독특한 숲이다. 제주도에서 처음 생긴 삼림욕장이며, 단일수종 숲으로는 세계 최대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숲의 가장자리에는 비자나무 할아버지로 불리는 '천년의 비자나무'가 있는데, 키 14m, 가슴높이둘레 6m, 수관폭 15m이다. 수령 820년 이상으로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비자나무로 알려져 있다.

비자나무숲은 겨울에도 잎이 떨어지지 않아 연중 푸른 숲을 유지하고 있다. 녹음이 짙은 비자나무숲 속 산림욕은 피톤치드로 알려진 물질이 나와 혈관을 유연하게 하고 정신적, 신체적 피로와 인체 리듬을 안정시키는 자연건강의 치유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자나무숲 속 오솔길을 따라 걸으며 숲을 되돌아 나오는 데는 두 가지 길이 있다. 40여분 걸리는 짧은 코스와, 1시간20여분 걸리는 긴 코스가 있다. 짧은 코스는 유모차와 휠체어 통행이 가능하여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 없이 만끽하고 있다.

비자림은 천연기념물 374호로 지정, 관리되고 있다. 그렇다면 과거 이 비자림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비자나무란 주목과 침엽수로 우리나라 남부와 제주도, 일본 중남부에 분포한다. 느리게 자라기로 유명해 100년 지나야 지름이 20㎝ 정도밖에 크지 않는다. 대신 목재 재질이 치밀하고 고와 건축, 가구, 바둑판 등의 고급 재료로 쓰였다. 비자나무 씨앗은 구충제로 요긴하게 쓰였다. 백양사, 금탑사 등 사찰의 비자림은 모두 주민에게 구충제로 쓰기 위해 조성한 것이다. 동의보감엔 '비자를 하루 일곱개씩 7일간 먹으면 촌충이 없어진다'는 처방을 하고 있다.

고려와 조선에 걸쳐 비자는 주요 진상품이었고 이에 따른 애환도 많았다. 특히 조선 후기 세제가 문란해져 흉년과 풍년에 무관하게 일정량의 비자를 징수하자 견디다 못한 주민들이 비자나무를 일부러 베어버려, 구좌읍 등 일부 지역에만 남았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제주시 한경면 저지리의 저지오름 숲길은 걷기 편한데다 자연성을 간직해 탐방객이 몰리고 있는 곳이다. 높이 239m의 봉우리로 제주도에서는 흔히 보는 오름이지만, 숲길에 접어들면 전혀 딴 세상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준다.

오름에는 등고선을 따라 두 개의 둘레길이 있다. 숲길 들머리의 현무암 계단을 올라 1.5㎞ 거리의 둘레길을 걸으면 오름의 아랫부분을 한 바퀴 돌아 제자리에 돌아온다. 곰솔 낙엽이 깔려 푹신한 산책로 양쪽엔 담팔수, 자금우, 소태나무, 예덕나무, 보리수나무, 꾸지뽕나무 등의 난대식물이 자라고 있다. 

오름의 분화구에 오르면 다시 둘레길이 펼쳐진다. 이곳엔 난대림이 더욱 빽빽하게 우거져 숲 터널 밑으로 좁은 보행로가 나 있다. 둘레길에서 다시 나무데크를 타고 내려가면 분화구 안 전경을 볼 수 있다. 1950년대까지 무, 보리, 감자를 재배했던 분화구 안과 사면은 덩굴식물로 뒤덮여 원시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자녀와 함께 숲길을 찾은 이정열(68)씨는 "걷기 편하고 자연을 잘 살렸다는 느낌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저지오름은 5개 자연마을 한 가운데 있다. 유명해진 아름다운 숲이 주민들에게는 자랑거리다. 한경면 주민자치위원회에서 쓰레기와 부러진 나뭇가지 등을 치우는 자원봉사를 하던 조점례(62)씨는 "숲길은 저지 얼굴로 됐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곳에서도 숲의 관리는 난제이다. 송악, 상동나무, 청미래덩굴 등이 곰솔을 휘감아 죽이는 일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어른 손목 굵기의 송악에 감겨 고사한 곰솔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김씨는 "한 두 그루면 자연성을 위해 그대로 두겠지만 결국 일부는 제거해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저지오름 소나무숲은 언젠가 난대림으로 바뀔 수밖에 없다. 하지만 사람이 관리하는 숲길에서 곰솔과 덩굴식물의 공존은 쉽지 않은 실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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