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도서관, '법' 바꿔 내실 키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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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도서관, '법' 바꿔 내실 키워야
  • 송은숙
  • 승인 2012.04.22 14: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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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지역 초·중·고 481곳에 사서교사는 32명

 

부흥중학교 학생들이 등교길에 시를 읽는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취재:송은숙 기자

매년 4월 23일은 '세계 책의 날'이다. 1995년 국제연합총회에서 국제연합교육과학문화기구(유네스코)가 세계인의 독서 증진을 위해 정한 날. 정식 명칭은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이다. 책의 날을 맞아 학교도서관 운영 실태를 점검했다. 리모델링으로 외관은 깔끔해졌지만 정작 운영이 부실하다는 지적이 많다.

공공도서관이 늘어나고 지역단체나 교회, 아파트 등에 생기는 '작은 도서관'도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이다. 하지만 학생들이 가장 쉽게 책을 접할 수 있는 곳은 많은 시간을 보내는 학교도서관이다.

현재 인천시 초·중·고등학교 488곳 중 7곳만 제외하고는 학교도서관이 있다. 2007년 '학교도서관진흥법'이 만들어진 이후 일이다. 대부분 학교도서관들이 '리모델링'을 해서 시설 또한 깔끔해졌다.

하지만 과연 내실 있게 운영되고 있을까. "그렇지 못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우선 전문인력인 사서교사의 비율이 낮아 도서관활용수업이나 독서교육, 정보활용교육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기준으로 학교도서관이 있는 인천시 481곳 초·중·고등학교 중 32곳에만 사서교사가 배치돼 6.7% 수준이다. 또한 155곳에 사서직원(정규직 또는 비정규직 사서)이 있다.

군·구 중에서는 연수구의 학교도서관 사서(사서교사와 사서직원 포함) 배치율이 가장 높다. 2010년 48곳의 학교 중 27%만 사서가 있었지만 지난해에는 93%로 높였고, 올해는 98%로 높인다는 방침이다.

참고로 전국 사서교사 배치율은 6.4%이다. 같은 비교과 교사인 보건교사가 60.5%, 영양교사가 37.9%의 배치율을 보이는 것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다.(한국교육개발원 교육통계센터, 2011년 기준)

문제는 사서교사가 아닌 사서직원의 경우 별다른 권한이 없으니 단순한 도서 대출과 반납 업무에만 그치기 쉽다는 점이다. 현실적으로 사서직원이 교사들에게 도서관 연계수업 등을 요구하기 어렵다.

한 비정규직 사서 직원은 "'도서관'의 중요성을 모르는 교장선생님이나 교감선생님이 부임해 오면 학교도서관에 대한 방침 자체가 바뀌는 경우도 있다"라고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또한 일반 교사가 한 해씩 도서관을 맡는 학교도 있다. 도서관운영 컨설팅을 받아도 다른 교사로 바뀌는 다음해에는 다시 원점이다.

이런 이유에서 전문가들은 사서교사 비율을 늘려갸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2008년 6월부터 시행된 학교도서관진흥법의 일부 조항을 개정해야 한다.  제12조 2항 '학교도서관에는 사서교사, 실기교사나 사서직원을 둘 수 있다'에서 '둘 수 있다'가 아니라 '둬야 한다'로 바꿔야 한다. 또한 '사서의 총정원을 학생 1,500명마다 사서교사 1명'이 아니라 '18학급 또는 30학급 등 적정학급 이상 사서교사를 두되, 사서직원을 둘 수도 있다'고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 조항으로 인해 학교도서관진흥법 시행 전인 2006~2008년까지 공립학교 사서교사 연도별 임용현황은 104~154명이었지만, 2009~ 2011년까지는 0~24명으로 크게 줄었다.

사서교사들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연수 등 프로그램도 지속적으로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는 그렇지 못한 실정이다.

학교도서관 활성화를 위해 인천시교육청에서는 사서교사와 공공도서관 사서 등으로 구성된 '학교도서관운영지원단'이 학교도서관 컨설팅을 하고 있다.

또한 사서직원 인건비나 시설비, 명예사서 활동비, 도서구입비, 학교도서관과 공공도서관 협력프로젝트 등 여러 형태의 지원을 하고 있다. 여기에 쓰인 예산은 지난해 5억원이었고, 올해는 이보다 줄어들 전망이다.

이런 지원들은 한정된 예산이다 보니 모두 '공모제' 형식으로 지원 여부가 결정된다. 이 때문에 올해 지원받은 인건비를 내년에 받지 못할 수 있다. 이런 경우 비정규직 사서직원을 쓰던 학교는 인건비 지원이 끊기고 자체 예산이 없으면, '도서도우미' 등 학부모 봉사활동으로 도서관의 도서대출과 반납 기능만 겨우 유지한다.

교육청이 사서직원 인건비(50%)를 지원하는 곳은 올해 60곳. 인건비 지원여부가 결정되는 이들 학교는 비슷한 시기에 사서직원 채용공고를 내지만, 생각처럼 쉽지 않다. 일하던 학교에 인건비지원이 될지 안 될지 모르니 미리 다른 학교로 옮겨가는 경우도 있고, 여러 곳이 한꺼번에 채용하니 골라서 지원하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업무의 지속성과 전문성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학교도서관 활성화를 위해 현장에서 애쓰는 이들도 있다.
 
구훈희 마곡초등학교(부평구 산곡동) 사서교사는 도서교환전이나 책갈피 만들기, 미니북 만들기 등 여러 가지 체험행사를 준비하고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한 ‘책 읽는 어머니회’와 ‘독서동아리’도 만들 생각이다. 지난해까지 4년 일한 부평남초등학교에서는 매년 전교생(1400여명)이 3일 동안 참여하는 ‘독서축제’를 열기도 했다.

허우정 부흥중학교(부평구 부개3동) 사서교사는 교과선생님마다 학기에 1번 이상은 도서관 활용수업을 하도록 하고 있다. 올해 책의 날 행사로는 5일 동안 아침, 점심시간에 ‘교정에서 책 읽기’ 행사 중이다. 청소년 시집 ‘난 빨강’(박성우 지음)에서 시 한 편을 읽고 추첨함에 응모권을 넣으면, 추첨해서 책을 선물하는 것이다. 또한 가장 많은 학생이 참여한 반에는 간식을 배달한다. 독서부 학생들은 지난해 박성우 시인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시를 써보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학생들이 책 읽는 재미를 알아가는 모습을 볼 때가 사서교사로서 가장 보람 있다”는 허우정 선생님은 “주제와 관련해 심층탐색하는 방법도 배우고, 스스로 찾아서 공부하는 습관을 기를 수 있는 곳이 도서관인데 이용하는 학생이 줄어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따라 학교도서관은 단순히 책만 빌려주는 곳이 아니라 학생들이 책과 가 가까워지는 즐거움을 알고, 책을 활용해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는 좋은 장소이다. 이 과정에서 스스로 찾아 공부하는 습관이 몸에 밴다.

 깔끔한 시설도 좋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런 제 기능을 하는 것이 아닐까. 학교도서관이 내실을 다질 수 있는 전문인력과 좋은 책에 대한 지원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이와 함께 학교뿐만 아니라 이용자인 학생들은 물론 학부모의 적극적인 관심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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