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을 해결하고 싶을 때 '史記'를 펼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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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을 해결하고 싶을 때 '史記'를 펼쳐"
  • 박은혜
  • 승인 2012.07.12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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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8회 인천경영포럼 - 김영수 전 영산원불교대학 교수

사마천 <사기> 강연을 시작하는 김영수 교수

중국이 정부차원에서 전략적으로 실행하고 있는 '소프트파워 전략'이 있다. 전 세계에 문화, 의식, 역사를 전파시키기 위한 전략(중화전략)이 그것이다. 인적 근거로는 공자를, 문헌적 근거로는 사마천 <사기>를 받들고 있다. 최근 인문경영과 인문학 열풍이 불면서 동양사상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경영전략이 등장한다. 어려울 때일수록 적절한 기준과 가치가 필요하다. <사기>를 통해 인간의 본질과 조직경영을 돌아보자.

사마천 <사기>를 25년동안 연구한 김영수 전 영산원불교대학교 교수(현 영산선학대학)를 강사로 268회 인천경영포럼이 열렸다. 12일 오전 7시 30분 송도 라마다호텔 2층에서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사기를 알아야 난세를 경영한다-사마천 사기로 풀어본 21세기 조직경영'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사기>의 가치와 <사기>의 명언을 통한 인간통찰을 통해 나와 조직을 경영하는 리더로서 덕목을 살펴보았다.

<사기>의 가치는 크게 7가지로 나눌 수 있다. △3천년 통사 △치열한 현장정신 △언어의 소금 △인간정신의 승리 △완벽한 체제 △인간학의 교과서 △중국 소프트파워 전략 근원지다

중국 역사를 알려면 선택의 여지 없이 <사기>를 봐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3천년 역사를 통틀어 볼 수 있다. 사마천은 10대 때부터 아버지를 따라다니며 직접 현장을 다니고 체험한 후 50대가 넘어 <사기>를 완성했다. 48세 때 왕에게 바른 말을 고하다가 '사형' 선고를 받았지만, 스스로 거세해 살아났다. <사기>를 완성하지 못했기 때문에 죽을 수 없었던 사마천은 인간정신의 승리로 살아남아 <사기>를 완성했다. 이 시기를 통해 <사기>는 내용이 바뀌었다는 평이 있다. 사마천은 <사기>를 완성시킴으로써 시대의 굴욕을 표출하고 왕에게 복수했다.

<사기>의 명언을 통한 인간통찰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오늘 강연에서는 9가지로 크게 나누어 보았다.

첫째, '기질과 운명'이다. 多多益善(다다익선)은 표면적으로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사자성어이다. 속뜻이 '한 순간 우쭐거림이 자신과 조석을 해칠 수 있다'는 뜻임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한신과 유방의 대화에서 나온 이 말은 한신이 우쭐거림을 통해 유방의 비위를 거스른데서 나온 성어이다. 유방이 "나는 몇 명의 군사를 거느리면 좋겠는가?" 물었을 때, 한신은 "10만이면 족합니다"라고 답했다. "그러면 너는 몇 명의 군사를 거느리면 좋겠는가?"라고 다시 묻자, 한신이 "다다익선"이라고 답했다. 그러자 유방이 비위가 상해서 "그렇게 유능한 군사가 왜 내 밑에 있느냐?"고 하자 한신이 아차 싶어 "왕은 군사 위의 군사이십니다"라고 했다. 하지만 때는 늦었다.

또 한 예로, 젊은 날 진시황제 행차를 본 두 사람의 반응이다. 항우는 "저 놈 자리를 내가 뺏어야지"라고 하며 현상에 집착했다. 유방은 "남자가 저 정도는 되어야지"라며 현상을 인정할 줄 알았다. 훗날 항우는 유방에게 굴복하게 됐다.

둘째, '새로운 인재관'이다. 三不如(삼불여)는 '한 인재의 중요성을 자각하라'고 한다. 인재는 데려다 쓰는 존재가 아니라 모셔야 하는 존재다.

셋째, '인간관계의 경지'이다. 伯牙絶絃(백아절현)은 '귀족출신인 백아가 절친한 친구인 농부 출신 종지기를 위해 거문고 줄을 끊었다'는 뜻이다. 나이가 들면서 격을 생각하게 된다. 어떤 사람을 친구로 두고 있느냐를 생각해 봐야 한디. 인간관계 경지에서 최고의 두 글자는 知慾(지욕)이다.

넷째, '리더'는 조직 내 상하관계의 모습을 통찰해야 한다. 복숭아와 배나무가 크고 탐스러우면 자연스레 사람들이 많이 찾아 길이 나게 되어 있다.

다섯째, '진퇴의 지혜를 얻어라'이다. 물러나야 할 때가 중요하다. 아마 한국 사회에서 가장 중요하고 취약한 점이 아닌가 싶다. 정치가나 직장인 등 모든 경우에 해당한다. <사기>에는 시기를 알아서 물러난 사람의 이야기와 시기를 놓쳐서 망친 사람의 이야기가 나온다. 멈출 줄 알아야 한다.

여섯째, '나눔'이다. 김 교수는 종종 "삼국지 열 번 읽고 좋은 대학 가려고 하지 말고, 사기 열 번 읽고 좋은 사람이 되라"고 이야기한다. 더 착한 세상을 위해 살아야 한다.

일곱째, '약속'이다. 한 번 약속이 백금보다 무거워야 한다고 했다.

여덟째, '공사분별'이다. 사리사욕을 극복하라. 한 사람의 이익을 위해서 천하가 손해를 볼 수 없다.

아홉째, '진정성'이다. 명품백은 1%를 위한 명품이지만, <사기>는 만인을 위한 명품이다.

김 교수는 강의를 마무리하면서 "휴가철이니 만큼 시간적인 여유가 있을 때 <사기>를 일독해 보는 것을 권한다"면서 "우리나라는 개방 이후 오랫동안 서양 문물을 들여와 받아들이다 보니, 동양고전을 접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젊은층에게 더욱 그렇다. <사기>에 나오는 1,200개 사자성어를 통해 통찰력을 키워서 고민거리를 명쾌하게 해결하기를 바란다."라고 했다.

사자성어를 통한 명쾌한 답변의 예로 한국의 비행사가 중국 노선을 광고할 때, 오늘의 성공에 안주하는 그대에게 한비자 왈 '國不常强 無常弱'이라고 했다. 따로 풀이를 하지 않고 한자로 보여주고 중국어로 읽어주는 광고를 통해 궁금증을 자아냈다. 국부상강 무상약(영원히 강한 나라도, 영원히 약한 나라도 없다.)

200여 명의 경영인들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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