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자금 55조 필요 - "그래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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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자금 55조 필요 - "그래도 해야 한다"
  • 박은혜
  • 승인 2012.07.26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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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9회 경영포럼, 류우익 통일부장관 초청강연

송 시장 등 200여 명이 참여한 류우익 장관의 강연


작년 정부에서 조사한 결과 통일 초기 자금이 55조원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에 학교와 병원, 도로, 공장 등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대부분 비용이 사용된다. 오는 8월 '통일 항아리' 계정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정부자금이 종자돈으로 유입되고 본격적인 국민 모금활동이 시작된다.

26일 인천경영포럼 269회 강연에 류우익 통일부 장관이 '한반도 정세와 통일정책'을 주제로 강단에 섰다. 이날 송영길 시장 등 각계 인사와 경영인들이 200여 명 참석해 통일에 대한 정부 정책에 대해 유심히 귀를 기울였다.

다음은 류 장관의 강연 요지다.

한국 젊은이 40% 이상은 "지금 이대로도 괜찮은데 굳이 왜 통일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라고 한다. "일에 너무 많은 비용이 들어가서 통일 후 한국이 망한다"라 괴담이 있다. 일제시대에도 이대로 괜찮다는 의견이 있었다. 그들은 해방 후 친일파로 불린다. 지금 통일을 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하는 이들을 통일 후에 뭐라고 부르게 될까?" 일이 통일하기 전에 서독이 동독 때문에 망할 것이라는 같은 괴담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 독일은 어떠한가?

왜 꼭 지금인지, 왜 꼭 통일을 해야 하는지, 왜 벌써부터 준비해야 하는지, 여러 가지 부정적인 의견이 있다. 그럼에도 통일은 미리 준비해야 하고, 다른 사람이 아니라 한국 국민이 동참해야 한다.

송영길 시장도 남북관계를 위해 많은 애를 쓴다. 아시안게임도 이런 저런 것을 새롭게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더 구체적으로 실현 가능하게 방안을 마련하기 바란다. 그러면 장관도 도우려 일어서겠다.

류우익 통일부 장관이 강연을 하고 있다

통일부 장관이 된 이후 여러 질문을 받는다. 그 중 몇 가지 주요 질문에 답변하는 방식으로 강연하고자 한다.

가장 많은 질문은 "북한이 어떻게 될 것 같으냐? 한반도는 어떻게 될 것 같으냐?"다.

어떻게 될 것인지 물어보지 말고, 어떤 북한, 어떤 한반도 미래를 보고 싶어하는가? 그것을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최근 북한에서 퍼스트레이디가 양장을 하고 모습을 드러내고, 미키마우스가 공연하는 등 변화가 포착되고 있다. 이에 아무것도 아니라는 의견도 있지만, '그럼에도 제비가 오면 봄이 온다' 말씀을 드리겠다. 이유는 봄이 왔다고 쫒아나갈 일도 없지만, 본 그림을 안 것으로 할 이유도 없다. 지금은 이 상황에 경거망동할 때가 아니다. 북한이 보여주는 개방적이고 진취적인 모습들이 북한이 올바르고 좋은 선택을 하는 징후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추이를 잘 살펴보자.

북한은 안으로는 경제가 어렵고 민생이 피폐하고, 밖으로는 국제관계에서 고립되어 있는 상황에서 어렵게 권력승계 업을 진행시키고 있다. 그 권력승계 업이 시대 흐름과 맞물려서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북한이 이러한 어려움을 딛고 변화를 수용하면서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는 좋은 선택을 한다면 대한민국 정부와 국민은 북한을 환영하며 적극적으로 나서서 돕겠다.

실제로 중국이, 러시아가, 유럽의 어떤 나라들이 북한을 돕고 있다고 하지만, 실제로 북한을 도울 수 있는 나라, 북한의 경제가 재건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나라는 대한민국밖에 없다. 북한이 지금의 형편에서 자력으로 경제를 극복하기에는 어렵지만, 대한민국이 도운다면 충분히 가능하고 잘 이루어질 수 있다.

"통일은 왜 해야 하는가?"

지금도 적절히 살 한데 굳이 통일을 해야 하나. 골치 픈 사람들을 끌어안아야 하나. 이대로도 살 하잖아. 우리 대학생 젊은이들의 통일의지가 퇴색하고 있다. 40%에 가까운 젊은이들이 통일에 부정적인 의견이다. 젊은이들이 평균치에서 비해서 낮고 희석된 통일의지를 가지고 있다. 이른 아침 강연에 나선 이유이다.

한반도는 통일 신라시대 때부터 1300년을 통일된 국가를 유지해왔다. 때로 외침도 받고 밥도 굶고 정변도 있었지만, 1300년 동안 한결같이 단일민족국가를 유지해왔다. 20세기 초에 와서,우리세대에 와서 나라가 분단되었다. 조상이 단일국가로 지켜온 한반도를 제대로 지켜오지 못했다. 우리가 좋은 옷을 입고, 좋은 차를 타고, 좋은 집에 살면서 선진국이라고 하고 있지만, 우리보다 훨씬 배곯고 못 입고 못 살면서 지켜온 나라를 우리는 못 지켰다. 안일하게 생각한다면 우리의 미래는 없다. 일제시대에 "본 밑에서 살아도 괜찮잖아"라고 말했던 사람들, 이렇게도 살 하니 일본 천왕에게 충성하는 게 낫겠다는 친일인사와 뭐가 다른가. 동의 안해도 좋다고 젊은이들에게 말했던 사람들이 통일 이후 무어라 불릴지는 여러분이 생각해봐야 한다.

통일이 되면 통일한국의 총 인구는 7,500만이다. 이는 유럽에 갖다놔도 가장 큰 인구이다. 우리의 자본과 북한의 인력을 합치면 큰 성장 동력을 얻게 된다. 새로운 성장 잠재력이다. 대한민국은 더 큰 대한민국, 더 큰 한반도, 더 큰 통일한국이 만들어진다.

우리는 지금 상당히 많은 분단비용을 지불하면서 소모적인 논쟁을 거듭하고 있다. 모든 것을 걷어치울 수 있다. 중국에 갔을 때, 내가 중국외교부에 갔다가 나오면, 뒤따라 다른 차들이 들어간다. 북한대사관이다. 한국대사관이 하는 말은 다 거짓말이다. 중상모략이다. 그러면 그 말을 들으면 나는 그 말을 믿나. 아니다라고 반박한다. 그러면 중국대사관에서는 뭐라고 생각하겠나. "이들은 맨날 싸우기만 하나"할 것이다.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

통일이 되면 우리 한민족이 지켜온 가치들, 배려하고 서로 돕고 남을 침략하지 않고 남의 것을 훔치거나 빼앗지 않고 스스로 노력하는 가치를 세계로 뻗게 할 수 있다. 통일한국은 일본이나 미국에도 도움을 줄 것이다. 문명의 위기에 봉착한 전 세계에 새로운 가치를 내보이는 나라가 될 것이다. 이러한 가치가 기다리고 있다면, 지금 좀 힘들다고 해서 외면하면 되겠느냐. 그래서 통일은 해야 한다.

진지하게 강연을 듣고 있는 참석자들


"통일하면 했지, 왜 준비하느냐?"

준비는 일을 닥치기 전에 하는 것이다. 통일이 언제 될지도 모르는데 미리 준비를 하느냐. 아직 가시권 안에 안 잡히지만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이 준비해야 하는 일이다. 준비는 미래를 내다보는 사람들이 하는 특권이다. 미래를 내다보지 않는 사람들은 준비를 안 한다. 준비하면 축복을 누릴 수 있다. 준비하지 않으면 재앙을 겪을 수 있다. 그러므로 통일을 준비해야 한다.

" 지금 해야 하느냐. 대통령 임기도 얼마 안 남았는데."

지금이 기회이기 때문이다. 세계 질서의 판이 바뀌고 있다. 북한에도 권력이 바뀌면서 새로운 진보들이 모이고 있다. 그런데도 지금이 아니라고 하면 언제를 기다리라는 것인가. 더군다나 북한 주민들은 피폐된 민생가에서 큰 고통을 겪고 있다. 그 고통을 벗어나기 위해 국경을 넘고, 구사일생 돌아온 사람이 2만4천명에 이른다. 이 숫자는 대단한 숫자다. 목숨을 걸고 살 길을 찾아온 사람이다.

한국은 우리가 아젠다를 준비하고 세계를 초청하는 나라로 됐다. 2050 클럽에도 가입했다. 전세계 위상이 높아져 있다. 전체적으로 대한민국 국위는 크게 선양되어 있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대우가 전과 다르다. 그런데 이런 우리가 북한의 피폐된 경제를 보고 '나 몰라라'  할 수 있겠는가? 전 세계 정치권력이 교체되고 있다. 교체된 나라마다 한반도가 어떻게 할 것인지 탐색하고 있다. 대한민국 정부와 국민이 확실한 노선을 제시해야 한다. 그래서 지금 해야 한다.

"왜 내가 해야 하느냐? 장관과 대통령이 하면 되지 왜 나한테까지 얘기하느냐?"

누가 해줘야 하는 게 아니다. 내가 해야 하는 일이다. 길거리에서 끼니를 걱정하는 사람, 실직한 사람, 집 사려고 아둥바둥 하는 젊은이들에게 할 수 없다. 먹고 살 만하고, 경험이 있고, 대화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해야 한다. 그래서 내가 해야 한다. 우리가 원하는 통일을 만드는 데 앞장서야 한다.

그러면 뭘 해야 하냐? 통일을 준비하고 노력을 해야 한다. 행동하고 실천해야 한다. 내가 내 노력과 돈과 시간을 내기는 매우 어렵다. 어려운 것을 해야 갚진 것을 얻는다.

통일 준비에 구체적인 준비사항으로는 △국민 통일교육을 위해 통일의식 고취 △자발적인 모금 준비 △전 세계에 통일외교  △북한이탈주민과 탈북민들을 도와야 한다 등 이다.

"통일에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서 나라가 망한다"라는 괴담이 있다. 독일 통일 시에도 그러한 괴담이 있었다. 통일된 이후 독일은 어떠한가. 독일 국민과 관료들의 많은 노력이 있었지만, 통일이 독일에게 새로운 비전을 주었다. 우리가 통일된다면 독일보다 훨씬 더 잘할 수 있다. 다만 통일세대 일꾼들에게 모두 뒤집어 씌울 수는 없다. 힘들지만 조금씩이라도 지금부터 분담해야 한다.

해낼 수 있다. 반드시 해낼 수 있다. 이것을 해내게 되면, 미래의 한국인 손자와 손자의 손자들은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다. 더없이 좋은 선물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어려운 때이기는 하지만, 조금씩이라도 통일 선금을 모아보자. 통일이 되면 이 돈은 피와 눈물과 땀으로 얼룩진 귀한 자금이 될 것이다. 고통을 받는 북한 주민들을 편안하게 해 줄 것이다. 돈만 모으는 것이 아니다. 돈을 모으는 과정을 통해서 우리는 국민의 마음을 모은다. 국민의 마음을 모으면 통일의지가 가득차게 된다. 대한민국 국민과 주변국들의 염원이 모인 '통일 항아리'는 결코 깨뜨릴 수 없는 통일의 원동력이 될 것이다. 통일 항아리 계정을 만들어 통일 재원을 모아갈 것이다. 줄이 이어져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5월 월급 전액을 내놓았다. 그 바람에 장관들이 전액을 내놓았다. 일본민단 재일동포들이 모금을 시작했다. LA 한인회가 모금을 시작했다. 중국 북경 천진 상인회가 모금을 시작했다. 일본 중진의원이 그 자리에서 동의하고 항아리에 돈을 냈다. 이런 것이 모이면 통일이 이루어진다고 믿는다.

인천은 휴전선에 가까이 있는 곳이다. 중국 국무위원을 만났다. 많은 중국 국민이 한반도 통일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믿는다. 우리가 알다시피 중국 정부 정책은 겉으로는 한반도 통일을 지지하면서, 중요한 순간마다 북한 편을 들어서 우리를 실망시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중관계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작년 한중교역이 2천500억을 넘어섰다. 중국은 우리의 가까운 이웃이다. 중국이 한국 통일을 마음으로 지지할 수 있도록, 통일 후 두려움을 없앨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통일 준비의 기운이 일어나게 인천시가 통일의 메카로 되길 바란다. 통일의 맨 앞자리에 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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