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10대 엄마'가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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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10대 엄마'가 늘어난다
  • 송은숙
  • 승인 2012.10.10 0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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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9세 출산율 서울·경기보다 눈에 띠게 증가

취재:송은숙 기자

10대 부모들이 늘어나고 있다. 문제는 경제적인 어려움이나 가정폭력, 알코올중독 등 여러 문제로 인해 아이들이 가정에서 제대로 돌봄을 받지 못하고 방치되는 것이다. 위기가족, 결손가정 등을 겪은 청소년들이 결국 '10대 부모'로 되는 경우가 많다.

중학교를 중퇴했지만 검정고시를 봐서 중학교, 고등학교 공부를 친구들보다 빨리 마친 J(18)양. 올해는 대학에도 입학해 미래를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J양이 친구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집이 아닌 미혼모자 공동생활가정에서 생활하면서 2살 딸을 키우는 엄마라는 사실이다. 한참 멋을 내고 친구들과 놀 나이지만 J양은 수업을 마치기가 무섭게 자원봉사자와 아이돌보미에게 맡긴 딸 생각에 종종걸음을 친다.

가출한 J양은 또래의 남자친구를 만나 아이를 가졌다. 하지만 곧 헤어지고 혼자서 미혼모시설에서 아이를 출산한 후 이곳을 찾은 지 어느덧 1년이 되어간다.

15~19세 출산율 2008년 1.2명에서 2011년 1.9명

J양처럼 10대에 부모가 되는 청소년들이 늘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1년 시·도별 연령별 혼인'은 인천에서는 아내 나이가 10대인 경우가 254명으로 전국 18,013명 중 1. 41%였다. 20~24세는 1,759명이었다.

하지만 10대 엄마 중에는 미혼인 경우가 있으므로 '모의 연령별 출산율'도 살펴보자. 2011년 모의 연령별 출산율은 인천지역의 경우 인구 천명당 15~19세가 1.9명으로 수도권에서는 서울 1.0명, 경기도 1.6명보다 높은 수치를 보였다. 20~24세는 15.9명으로 서울 8.3명의 2배에 가까웠다.

이에 비해 2008년에는 15~19세가 인구 천명당 1.2명으로 낮았다. 같은 해 서울은 1.1명, 경기도 1.6명이었다. 20~24세는 17.9명으로 역시 서울 9.1명의 2배에 달했다.
2011년 모의 연령별 출산율
2008년 모의 연령별 출산율(자료:통계청)
지난해 말 인천시에서 파악된 ‘청소년 한부모(부모 중 어느 한쪽이 24세 이하)’는 94세대이다. 미혼모 중 만 18세 미만 산모에게 정부가 지원하는 ‘청소년 산모의료비’를 지원받은 산모도 크게 늘었다. 청소년 산모의료비는 1인당 120만원 내에서 '맘 편한 카드'로 사용하는 형태로 지원된다.

인천시 관계자는 "지난해에 인천에서 이 지원을 받은 청소년 산모는 10명이었는데, 올해는 7월말 기준 68명으로 크게 늘었다"라고 말했다.

여기에는 10대 부모 증가 추세와 함께, 지원 기준이 지난해까지는 시설에서 생활하는 청소년 산모이다가 올해부터 일반 청소년 산모까지 포함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10대를 포함해 다른 연령대까지 포함된 '미혼모'와 '미혼부'의 경우 2008년에는 79세대, 8세대이던 것이 2011년에는 303세대, 65세대로 크게 늘었다.

피학대 아동 부모, 10대가 많다

준비 없이 부모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J양처럼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그렇지 못한 경우도 종종 있다. 이렇게 불안정한 환경에서 아이들은 정서적·신체적 장애에 노출될 위험이 큰 편이다.

피학대 아동들이 함께 생활하는 남구의 한 그룹홈 관계자는 "피학대 아동들의 대부분은 부모가 10대이고, 한부모 가족이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룹홈에 오는 피학대 아동들은 발달장애나 정신지체, ADHD 등 장애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10대 부모들이 처하는 경제적인 어려움이나 가정폭력, 알코올중독 등 여러 문제로 인해 아이들이 가정에서 제대로 돌봄을 받지 못하고 방치되는 것이다.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시설

모자 또는 부자 한부모가족이 도움을 받으며 지낼 수 있는 시설들이다. 시설에 따라 1~3년까지 생활이 가능하다. 다만 일시보호시설인 은혜주택은 6개월을 지내다 6개월을 연장해 최대 1년을 기거할 수 있다.

시설

소재지

전화

푸르뫼(모자보호시설)

연수구 청학동

☎832-1468

아담채(부자보호시설)

남동구 수산동

☎461-2324

은혜주택(일시보호시설)

남구 주안5동

☎425-1366

인천자모원(미혼모자시설)

중구 경동

☎772-0071

세움누리의집(미혼모자시설)

부평구 십정동

☎504-2227

스텔라의집(미혼모자 공동생활가정)

남구 문학동

☎864-0055

모니카의집(미혼모자 공동생활가정)

연수구 옥련동

☎832-8075

사베리오의집(부자공동생활가정)

남구 주안동

☎876-3217

인천마리아의집(모자공동생활가정)

서구 검암동

☎561-0616

빈첸시아의집(모자공동생활가정)

남구 숭의4동

☎872-3101

 위기가족 지원 강화해야 예방 효과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10대 부모 증가추세에 제동을 걸 수 있을까.

미혼모 공동생활가정 '스텔라의 집' 허명숙 발렌티나 원장은 "미혼모들은 아이 엄마나 아빠 어느 한 쪽이, 또는 양쪽 모두가 결손가정에서 자란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이는 10대도 마찬가지인데, 불안정한 가정이 결국 감당하기 어려운 여건에서 10대 부모가 되는 환경"이라고 말했다.

부모의 불화나 이혼 등으로 어려운 성장기를 보낸 청소년들이 결국 불안정한 10대에 아이를 갖고, 이 아이에게도 비슷한 전철을 물려주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제도적으로는 물론 사회에서 위기가족을 지원하는 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혼 등 위기상황에 놓인 가족들을 위한 상담, 치료 등을 더 적극적으로 지원해 가정 해체를 막아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10대 부모들의 자립을 위한 제도적인 개선도 필요해 보인다.

"현재 480시간으로 제한된 아이돌보미 지원을 경우에 따라 탄력적으로 늘려야 한다"는 게 발렌티나 원장수녀의 지적이다.

480시간을 주5일로 계산하면 하루에 2시간만 이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대부분 미혼모가 저학력인 탓에 적은 시간만 근무하는 일자리를 구하기가 힘들다.

또한 10대 부모들이 시설이나 가정에서 어렵게 ‘안정’을 되찾고 사회로 나오려고 할 때, 좀 더 따뜻하게 품어줄 수 있는 사회적인 분위기도 아쉬운 부분이다.

<미혼모자 공동생활가정, 스텔라의 집>

2006년 문을 연 '스텔라의 집'은 미혼모자가 공동생활을 하는 곳으로, 인천교구 천주교회유지재단에서 운영하고 있다.

아이가 2세 미만 영유아인 경우에 거주할 수 있고, 3세대가 한 집에서 생활하는 형태이다. 현재 16명의 미혼모가 생활하는데 10대가 4명이고, 20대가 9명, 30대가 3명이다.

이곳에서는 아이의 이유식과 식사 등 모든 것을 엄마가 직접 하는 것이 원칙이다. 엄마들은 아이를 돌보면서 학업, 취직 등을 위한 공부를 계속한다. 교육이나 공부를 하러 갈 때는 자원봉사자들이 대신 아기를 돌봐주고 돌보미를 이용할 수 있다.

이곳의 자원봉사자는 대략 100여명이 활동 중이다. 방학 때는 어른 봉사자가 아닌 중·고등학생들이 일정 시간 교육을 받은 후 직접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입양이 아니라 아이를 책임지고 기르는 길을 선택한 10대 엄마들은 또래들보다 몇 배 시간을 쪼개 생활합니다. 아이 키우랴, 공부하랴 애쓰다가 막상 취업하러 가서 ‘혼자 애를 키우며 직장생활을 어떻게 하느냐?’는 말을 듣고 올 때가 많아요. 사회에서 더 따뜻한 시선으로 대해 주세요."

허명숙 발렌티나 원장의 말이다.

한편 인천교구 천주교회유지재단은 '스텔라의 집' (☎864-0055) 외에 미혼 임산부와 출산 후 6개월 이내 여성이 지낼 수 있는 '인천자모원'과 취업한 후 사회적응 기간인 미혼모와 이혼·사별의 경우 거주 가능한 모자공동생활가정 '빈첸시아의집'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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