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결정하고, 성장하는 모습이 보인다
상태바
스스로 결정하고, 성장하는 모습이 보인다
  • 송은숙
  • 승인 2012.11.18 08: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위기의 공교육] ① 대안학교에 자녀를 보내는 교사들

취재:송은숙 기자

어느 때보다 공교육이 위기라는 말들을 한다. 학교가 아이와 교사, 학부모 어느 누구도 행복하지 않은 곳이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 통계에 "자살 욕구를 느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27%의 초등학생들이 '그렇다'라고 답했다는 것도 이를 증명한다. 실제로 학교현장에서 매일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들은 어떻게 느끼고 있고, 무엇이 문제일까. 그 해답을 찾기 위해 공교육에 몸담고 있지만 자녀를 대안학교에 보내고 있는 교사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한 일반 초등학교의 수업 모습이다.(기사 내용와는 상관없음)초등 대안학교에 4학년, 2학년 두 아이를 보내고 있는 공립 초등학교 교사 A씨. '공부'에 치이지 않고 놀리고 싶다는 생각에 아이들을 공동육아 어린이집에 보냈던 그는 큰 아이가 초등학교에 가기 6개월 전, 본격적으로 초등 대안학교에 보내야 할지 고민했다. 역시 교사를 했던 아이들의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는 "학력인정도 안 되는 비인가 학교라면 검정고시도 봐야 하는 것 아니냐? 아이 인생을 가지고 실험을 하면 안 된다"라며 반대했다.

하지만 중학교 교사인 남편은 "초등학교는 당신이 더 잘 아니 알아서 하라"며 그에게 맡겼다.

고민 끝에 그는 '내가 공교육에 몸을 담고 있으면서 내 아이만 대안학교에 보내도 될까?' 하는 마음은 있었지만 결정을 내렸다. 자신이 학교현장을 잘 아는 교사이기 때문에 더욱 공교육의 틀에서 무언가를 바꾼다는 게 쉽지 않다는 판단을 했다. 많은 아이들이 단체생활을 하는 학교에서는 아이 저마다의 개별성을 존중하기 힘들다는 점이 마음에 걸렸다. 결국 그는 일반 학교(공교육) 외에도 대안학교, 홈스쿨링, 학원 등 다양한 곳 중에서 아이의 속도에 맞게 소통하면서 배울 수 있는 곳으로 대안학교를 선택했다.

"대안학교에서는 생활 속 문제와 '앎'과 '삶'이 더 가까운 방식으로 접근합니다. 교과서만이 아니라 삶 전체에 대한 공부가 되는 거죠."

이미 공동육아어린이집을 보내면서 제도권 교육의 틀에서 벗어나도 아이가 건강하게 자랄 수 있다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에 크게 불안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대안학교에 보내길 잘했다 생각하는 부분 중에는 아이가 경험을 통해 스스로 결정하는 데 익숙하고, 배움의 동기가 있다는 것도 큽니다. 동기가 있어야 자율성이 생기는데 학교에서 제 아이와 같은 학년을 가르쳐 보면 무기력하고, 하고 싶은 게 없을 때가 많아 안타깝거든요."

중학교 교사인 B씨는 남구 문학동에 있는 공동육아어린이집 '너랑나랑'에 아들을 보냈다가, 초등 대안학교 입학을 결정했다. 처음에 아이를 대안학교에 보낼 때는 일반학교 다닌 아이들과 비교해 인지교육이 뒤떨어질까봐 고민도 했다. 하지만 아이가 성장하는 모습, 행복하게 잘 지내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그런 걱정은 사라졌다.

그는 왜 대안학교를 선택했을까. 사립 인문계고에서 11년을 근무한 그는 큰아이가 초등학교에 가야할 무렵에 공립 중학교로 근무지를 옮겼다.

"사립학교는 이사장 비리 등의 단점은 있지만 그래도 어떤 오류가 있으면 수정해서 안정적으로 추진됩니다. 그런데 공립에 와보니 교장선생님이 바뀔 때마다 학교 시스템이 심하게 바뀌니 일관성이 없었어요. 아이들을 위한 학교가 아니라 승진점수를 따기 위해 경쟁이 치열할수록 학교와 관리자, 교사의 성과를 위한 일회성 행사 위주 프로그램에 아이들이 필요하다는 사실이 충격적이었죠."

때문에 아이가 학교를 다니는 동안 온전히 자신을 위한 시간을 만들어주기 위해 대안학교를 생각했다. 아들의 성격도 복잡하고 사람 많은 것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었다.

"대안학교의 장점은 작은 학교이니 아이를 기다려줄 수 있다는 거죠. 일반 학교에서는 수업량도 너무 많고, 내려온 지침에 따라 수업을 하고 평가기준을 통과해야 하니 늦는 아이들을 기다릴 수가 없어요. 동료 교사들도 그런 현실 때문에 대안학교를 보낸다고 하면 심정적으로 이해하더라고요."

이제 3학년이 된 아들은 조용한 성격에서 바뀌어 자기 의견을 정확하게 주장하고, 혼자 해야 할 일을 스스로 챙긴다. 학교에서 자율적으로 하는 것처럼 집에서 또한 마찬가지다.

"공부나 생활습관, 장난감 등 어떤 이유로 갈등상황이 생기면 아들과 협상을 하고, 의견을 조율하고, 앞으로는 어떻게 하자고 약속을 하는 게 가능해요. 요즘은 중학생들도 사실 자기가 좋아하는 것 외에는 협상 자체가 어려워요. 그게 공부든, 남에 대한 배려든."

B씨는 초등학교는 자신이 대안으로 결정했지만, 중학교 과정은 아이가 함께 결정할 생각이다. "벌써부터 중학교는 홈스쿨을 하고 싶다는 말을 할 때가 있어요. 일반 학교이든, 홈스쿨이든 아이가 원하는 것을 찾아 결정하려고 합니다."

대안학교 관계자에 따르면 입학 중인 아이들의 학부모와 입학설명회에 관심을 갖는 이들 중에는 A씨나 B씨처럼 유치원, 학교 교사들의 비중이 높은 편이라고 한다.

물론 대안학교에 아이를 보낸 후 부모가 생각하던 것과 다르거나 제도권에서 벗어난 데 따른 불안감이 클 때, 또는 아이의 특별한 재능을 더 키워주기 위해 떠나는 경우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교육이 아닌 대안학교에 관심을 갖는 교사들이 많다는 것은 뭔가 시사점이 있는 대목이다. 분명한 것은 아이들이 학교 가는 게 즐겁고 행복할 때 교사도, 학부모도 행복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또한 지금의 '공부', '입시' 위주의 공교육이 여기에서 벗어나도 한참 벗어나 있다는 사실이다.

 *다음에는 공교육의 변화를 준비하고 있는 움직임에 대해 알아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