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문화네트워크, '청년플러스' 집들이에 초대받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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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문화네트워크, '청년플러스' 집들이에 초대받다
  • 유재원 청년기자
  • 승인 2013.01.28 0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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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플러스 입주청년들 3일간 주민과 오픈위크 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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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플러스 집들이에 초대합니다"
10년 동안 임대가 되지 않아 속을 썩이던 중구 내동의 유휴(遊休)공간에 '독거 청년'들이 상상력을 불어넣었다. 혼자서 고민하고 방황하는, 외로운 삶에만 익숙했던 청년들이 함께 미래를 만들어 갈 동료들을 찾아 나선 것. ‘청년플러스’는 인천에 살고, 인천을 좋아하며, 인천에서 꿈을 꾸는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결성한 청년문화네트워크다.
작년 가을부터 4개월에 걸친 공사를 통해 완성된 ‘청년플러스’ 공간이 2013년 1월 25일 세상을 향해 문을 열었다. 숨쉬기를 멈추었던 공간이 청년들에 의해 다시 숨쉬기 시작했다. 멎었던 공기를 움직이게 만드는 창의적인 숨결, 밝아진 조도와 높아진 볼륨이 그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궁금하게 만들었다.
   
청년플러스가 지역에 더하고자 하는 의미들, 오픈 위크 행사에 고스란히
- 청년플러스 하나, 드로잉 앤 빌리지 결과 발표 및 전시회
청년플러스 집들이의 첫 순서는 인천의 주민과 인천을 방문한 관광객들이 직접, 인천을 소개하는 관광 엽서 제작에 참여하는, ‘드로잉 앤 빌리지’ 프로젝트의 결과 발표 및 전시회였다. 디지털 기계들하고만 친할 것 같은 청년들이 준비한 첫 행사가 아날로그 감성 가득 묻은 엽서 전시회라니, 의외라는 눈길도 있었다.
엽서라는 존재 자체가 낯설어진 요즘이지만, 청년들이 고민한 것은 엽서에 담길 의미였다. 지역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과 앞으로 그런 마음을 적극적으로 표현할 것이라는 지역 청년들의 다짐이 엽서 안에 가지런히 녹아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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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로잉 앤 빌리지 프로젝트의 결과물인 엽서는 '청년플러스' 공간에서 전시·판매되고 있으며,
수익금은 모두 '청년플러스' 공간 운영 기금으로 사용된다.
(가격 : 1장 1,000원, 12장 10,000원, 48장 3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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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로잉 앤 빌리지'는 인천에 놀러온 친구들에게 인천을 기억할 수 있는 특별한 기념품을 만들어 선물하고 싶다는 작은 바람으로부터 시작된 프로젝트다. 작년 11월, 비어있는 샘플엽서가 카페, 대안 공간, 문화 공간 등 아홉 곳에 한 달간 비치됐다. 비치된 샘플엽서에 인천의 풍경을 그려주면 그것을 엽서로 만들어 드리겠다는 약속이 드로잉 앤 빌리지 프로젝트의 출발점이었다. 그렇게 엽서를 모아, 중구 내동에 위치한 성미가엘종합사회복지관 달맞이반 아이들과 함께 엽서를 선별·재구성했다. 드로잉 앤 빌리지의 프로젝트 매니저 이용현 씨는 아이들과 함께 선별 작업을 완료한 엽서 샘플을 한번 더 재구성하여, 48장의 작품으로 탄생시켰다. 다양한 사람들이 그린 인천의 풍경에 디자이너 이 씨의 해석이 더해진 유쾌한 작품들은 청년플러스 공간에서 구입 가능하다.
엽서 속의 인천은 누군가에 의해 그려지고 주어진 인천이 아닌, 내가 보고 느낀, 나아가 직접 표현한 인천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단순했던 풍경에 사람이 담기자 특별한 풍경이 되었다. 원근법이나 명암 같은 기법에 얽메이지 않고, 인천에 대한 애정을 자유롭게 표현한 작품. 작은 엽서 안에 자리잡은 인천이 그 어떤 작품 안의 인천보다 크고 넓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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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을 맞은 청년플러스 공간 안에서, 엽서에 담긴 다양한 빛깔의 의미와 청년플러스에 담긴 뜨거운 기운이 교차하고 있었다. 두 가지 의미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그림 뿐 아니라 다른 여러 가지 방식으로, 엽서 뿐 아니라 더욱 다양한 형태로 인천과 젊음을 표현해 나갈 것이라는 다부진 다짐을 발견했다.
청년플러스 공간에서 새어나오는 재기발랄함이 엽서 외의 다른 공간에는 어떻게 담기고 표현될까? 명확한 대답은 얻지 못했지만, 앞으로도 지금처럼 지역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겠다는 약속을 얻었다. 그 약속은 청년플러스 집들이 두 번째 순서인 다큐멘터리 영화 <동구 밖> 시사회 및 토크쇼 현장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 청년플러스 둘, 다큐멘터리 영화 <동구 밖> 상영회 및 토크쇼
청년플러스의 집들이 두 번째 순서로 준비된 행사는 박문여중·고등학교 이전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동구 밖> 상영회 및 토크쇼였다. 장경희 감독의 영화 <동구 밖>은 인천광역시 동구의 박문여중·고등학교 이전 문제를 다루고 있지만, 보는 이들에게는 자신의 동네, 자신이 다녔던 학교의 의미를 되짚어보도록 하는 작품이었다. 토크쇼는 영화를 보고난 후의 감상으로 시작해 구도심,신도심의 상생 방법을 모색하는 열띤 토론으로 확장되었다. 게스트로 인천대학교 자연과학대학원에 재학 중인 송수민 씨를 모셔, 제물포에서 송도로, 학교 이전의 경험이 있는 경험자의 생생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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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게스트 송수민 씨, 사회자 이슬기 씨, 영화감독 장경희 씨.
영화 상영이 끝나고 토크쇼가 한참 진행 중이다.
 
청년, 동네를 고민하다가, 동네 청년들과 손을 잡고, 동네에서 꿈꾸다.
<동구 밖>은 청년플러스에 모인 지역 청년들을 공감으로 묶기에 충분했다. 동구에서 나고 자란 <동구 밖>의 장경희 감독은 지역과 자신의 관계를 찾아가는 여정을 영화에 담았다. 그 안에서 발견한 우리 동네, 내 지역의 가치는 학창시절, 청년시절 내내 ‘in 서울’을 목표로 삼는 인천지역 청년들에게 나의 뿌리를 아는 것의 가치를 생각해보도록 했다. 영화감독인 동시에 인천을 사랑하는 인천 청년, 장경희 감독에게 <동구 밖>과 청년플러스에 대한 물음을 몇 개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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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교인 박문여중·고등학교 이전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동구 밖>의 장경희 감독
자기 소개를 부탁합니다.
저는 인천에서 25년 동안 산, 인천을 사랑하는 청년이고요.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동구 밖>의 기획의도가 궁금합니다.
제가 저희 마을인 동구를 너무 사랑하는데요, 또 제가 너무 사랑하는 저희 학교, 박문여고가 우리 마을을 떠난다는 거예요. 그 소식을 듣고 너무 많이 울었어요. <동구 밖>은 그 울음의 원인을 찾고, 울음을 그치기 위해 만든 영화입니다.
청년플러스 오픈 행사로 영화를 상영하게 된 소감은?
저는 청년플러스를 청년플러스라는 완전한 형태로 만난 게 아니에요. 처음에는 ‘우리 동네에서 어떻게 청년으로 살아가야 할까’라는 고민을 나누는 포럼에서 친구들을 만나 질문에 대한 답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죠. 포럼을 진행하면서 같은 고민을 가진 친구들과 관계를 맺었고, 다큐를 만들었고, 청년플러스라는 공간도 함께 만든 거예요. 동네에 관한 고민의 과정을 함께 한 사람들에게 처음으로 영화를 보여 주게 되어서, 반응이 궁금하기도 하고, 떨리기도 하고 그랬어요. 사실 재밌는 영화는 아닌데 보신 후에 다들 재밌었다고 하시니까 너무 감동이고 든든하고. 아 이들이 나의 동지고 동료고 친구구나. 오늘 물씬 더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토크쇼에서 오고 간 이야기들 중 인상 깊었던 이야기가 있다면?
우선은 지역에 자신이 가진 재능을 기여하고자 하는 청년들이 많다는 점. 제가 영화를 만드는 것처럼 청년플러스에 모인 친구들 모두 자기가 가진 재능을 가지고 지역에서 활동하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토크쇼를 통해 다시 확인했고요. 고민의 정도가 깊고 발전적이라는 점도 인상 깊었어요. 구도심의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을 나누는 것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구도심과 신도심의 상생을 고민하고 발전적인 방향을 모색한다는 게 정말 멋있었어요. 좋은 방법 다함께 더 많이 고민해서 청년플러스에서 실행해 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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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님에게 청년플러스는?
학교 밖의 학교인 것 같아요.
청년플러스가 어떤 학교가 될 수 있을까요?
학교라는 게 초·중·고등학교처럼 공식적인 교육을 하는 기관만을 학교라고 부를 순 없을 것 같아요. 송림동은 제가 자라나는 모든 것에 영향을 준 학교였거든요. 제가 대학원 졸업을 앞두고 있는데요, 이제 학생 딱지를 떼게 되지만 계속 무언가를 배워야하고 어디서 뭘 배워야 할까 하는 고민이 있는데, 그 고민을 청년플러스에서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다양한 친구들을 만나고 고민을 나누는 자체가 소중한 배움이거든요. 내가 알고 있는 것을 내놓고, 서로 공유하는 이런 과정 속에서 엄청난 배움이 일어날 것 같은 기대감이 있어요. 함께 절망하지 말고 희망했으면 좋겠어요. 다 같이. 우리 지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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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구 밖>을 본 모든 사람들이 지역에 대한 애정을 되짚고, 그 마음으로 자기 지역을 기록하는 작업을 해 나갔으면 좋겠다는 장 감독의 목소리에서 정체되지 않을 것 같은 움직임을 읽었다. 장 감독의 목소리를 따라, 자신들 만의 고유함을 찾고자 하는 다른 청년들의 움직임도 일고 있었다. 작년 가을, 모두가 죽은 줄만 알았던 공간에 청년플러스라는 숨결을 불어넣은 것처럼, 청년들은 지역에도 희망을 불어 넣을 것이다. 동네가 죽었다는 말을 꺼내기엔 너무 이르다. 청년플러스가 지금 막 시작되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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