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조직법 타결과 ‘진정한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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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조직법 타결과 ‘진정한 리더십’
  • 윤세민
  • 승인 2013.03.18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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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칼럼] 윤세민 교수 / 경인여대 교양학부(언론학박사,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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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내 보이는 정부조직 개편 협상 타결
 
마침내 정치권의 정부조직 개편 협상이 타결됐다. 무려 47일째 표류해온 정부조직 개편 협상은 그동안 최대 쟁점이었던 방송 관련 정책의 미래창조과학부 이관 문제가 대부분 박근혜 대통령의 원안에다 민주통합당 요구가 일부 수용되는 형태로 정리되면서 3월 17일 마침내 타결됐다. 이로써 박근혜 정부가 본격 출범의 틀을 갖추게 됐으나, 역대 최장·최악으로 기록될 이번 협상은 정치·경제·사회 전반에 큰 후유증을 남겼다. 무엇보다 국민의 가슴에 큰 멍을 들게 했다.
 
타결의 요지를 살펴보면, 마지막 남은 ‘1% 쟁점’이던 방송 관련 정책은 새누리당, 민주당이 한보씩 양보하는 선에서 타협점을 찾았다. 합의안에 따르면 민주당이 보도채널을 편성해 제2의 종합편성채널이 될 것이라고 우려한 인터넷TV(IPTV) 관련 업무는 미래부로 이관되지만, 보도채널 개설을 위한 IPTV법 개정은 19대 국회에서는 불가능하게 되었다.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나 위성TV 등 뉴미디어 관련 사항도 모두 미래부로 넘겼지만, 미래부 장관이 관련 사업을 허가·재허가하거나 법령을 제·개정할 때는 반드시 방송통신위의 사전 동의를 얻어야 한다. 결국, 방송업무는 박 대통령이 이관을 요구한 미래부와 민주당이 잔존을 희망한 방통위가 양분하는 형태로 귀결되었다.
 
민주당은 대신 박 대통령이 강조한 일자리 창출 업무 등을 원활히 진행하기 위해 미래부에 필요한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진흥정책 관련법을 6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로 양보했다. 방송공정성특별법 제정 요구도 철회했다. 새누리당도 박 대통령이 미래부에서 맡아야 한다고 강조한 개인정보보호 업무를 그냥 방통위에 두는 것으로 화답했다.
 
그리고 새누리당은 미래부의 관할권을 방통위에서 순차적으로 넘겨받기로 하면서 ‘원안 고수’ 틀을 지켰다. 또 통합진보당 이석기·김재연 의원 자격 심사와 인사청문회제도 개선을 챙겼다. 민주당은 미래부의 방송 장악을 견제할 충분한 장치를 마련했으며, 4대강 사업 예산낭비와 국정원 댓글 의혹을 국회에서 본격적으로 따져볼 기회를 얻었다. 결국 양당은 서로 “줄 건 주고, 받을 건 확실하게 받은” 셈이 됐다.
 
우리 정치인에게 ‘진정한 리더십’은 있는가?
 
지리한 싸움이었다. 사실, 이 정도의 결론쯤은 웬만한 식견을 가진 국민이라면, 또 우리 정치권 세태를 고려한다면 충분히 예견할 만한 것이었다. 그만큼 뻔한 결론을 갖고 정치권은 국민을 볼모로 지루하고도 볼썽사나운 싸움을 계속해 온 것이다.
 
왜 매번 우리 정치권은 구태를 되풀이하는 것일까? 여야 할것없이 모두들 국민을 위한 것이라고 강변을 한다. 과연 그럴까? 정작 당사자인 국민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도 느끼지도 못한다. 여야의 쓸데없는 자존심 싸움이요 소모적인 정쟁의 되풀이란 걸 이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국민이 그렇게 느끼는 걸 왜일까? 나는 그 해답을 ‘진성성’에서 찾고 싶다. 한마디로, 여야 할것없이 국민을 위한다곤 하지만, 거기서 전혀 ‘진정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리라. 하도 속아 왔기 때문이다.
 
요즘 ‘진성성’이 화두다. 그만큼 정치권에 또 우리 사회에 ‘진정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리라. 진정성(眞正性)이란 '참되고 올바른 성질'이다. '진실한 마음이 담겨져 있는 것'이란 뜻이다. 이 진정성은 “진실한 마음이 있는 것이냐, 아니면 가식적인 허위의 것이냐”라는 것을 구분하기 위해 자주 쓰인다. 특히 최근엔 ‘진정성이 없는’ 정치인과 정치권 비유에 많이 쓰이곤 한다.
 
이 ‘진정성’ 화두에 얼마 전부터 ‘진정성 리더십(Authentic Leadership)’이라는 개념도 자주 소개되고 있다. 모든 리더십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는 리더십의 정의가 바로 '진정성 리더십'이라는 것이다.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스캇 스눅(Scott Snook) 교수에 따르면, ‘진정성 리더십(Authentic Leadership)’에는 리더가 남에게 완벽한 모습을 보이고 남을 이끄는 영웅이 되려고 하기보다는, 자아를 성찰하고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공유함으로써 다른 사람들과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진정성 리더십’을 갖추기 위해서는 자신에 대한 성찰을 통해 진정한 나를 발견하고 나의 핵심가치와 리더십 원칙을 명확하게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스스로에게 진실해야 한다(to be true to youself)”라는 의미가 매우 중요하다. 더불어 투명한 관계를 바탕으로 내적자아와 외적자아와의 격차를 최소화해 주위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능력을 ‘진정성 리더십’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리고 ‘진정성 리더십’은 무엇보다 리더의 확신에 찬 실천이 중요한데, 무엇보다도 리더의 명확한 미션과 비전이 구성원과 공유되었을 때 더 큰 시너지를 발휘할 것이다. 구성원과 공유된다는 것은 곧 투명한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며, 이를 위해 리더십과 팔로워십의 상호작용을 통해 신뢰를 형성해 나가야 할 것이다.
 
정치인에게 준엄히 묻노라
 
이제 우리 정치인들에게 준엄히 묻고 싶다.
“자신에 대한 성찰을 통해 진정한 나를 발견하고 계십니까?”
“스스로에게 진실하십니까?”
“국민을 위한 정치인으로서 나의 핵심가치와 리더십 원칙을 명확하게 세우고 계십니까?”
“정치인으로서의 명확한 미션과 비전을 지역주민과 국민과 함께 공유하며 투명한 관계를 형성하고 계십니까?”
조금은 무리일 성싶은 위 질문이 더 이상 공염불이 아니길 두 손 모아 빌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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