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화고속, 깊어만 가는 노사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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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화고속, 깊어만 가는 노사갈등...
  • 강창대 기자
  • 승인 2013.07.23 07: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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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섭 난항 계속... 갈등 더 깊어지기 전 해결방안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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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만에 찾아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삼화고속지회(이하 노조)의 분위기는 한껏 고조돼 있었다. 사무실이 있는 2층으로 향하는 계단 입구에는 못 보던 현수막이 붙었고, 2층 난간에는 깃발들이 일렬로 늘어서서 펄럭였다. 고조된 분위기는 뭔가 뜻대로 되지 않고 있는 상황을 대변하는 듯했다. 

노조는 지난 6월4일 인천시청에서 삼화고속이 흑자노선 매각을 철회할 때까지 무기한 파업하겠다고 선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경영악화를 이유로 삼화고속이 흑자 노선 매각과 구조조정 방침을 밝혔기 때문이다. 노조는 노선 매각이 성사될 경우 쫓겨나는 노동자들을 그대로 둘 수는 없었다. 

삼화고속이 내세우는 경영악화의  원인은 노조가 제기한 통상임금 소송 때문이다. 노조는 그동안 지급되지 않았던 승무원들의 근속수당과 식대수당, 상여금 등을 지급하라고 청구소송을 냈었다. 5월 9일 인천지법의 1심판결에서 근속수당과 식대수당 등 총 4억2천200여만원을 소송을 제기한 승무원 129명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당초 노조가 소송에 포함시켰던 상여금은 제외됐다. 상여금이 통상임금으로 인정될 경우 삼화고속은 승무원들에게 총 45억여원을 지급해야 한다. 노조는 1심판결에 불복하고 항소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삼화고속이 노선매각과 구조조정을 감행하는 것은 노조를 압박해 소송을 중단 시키려는 것이라는 의혹을 사고 있다.

기자회견 나흘 후인 6월 8일(토) 노조는 노선매각을 저지하기 위해 파업 출정식을 갖고 파업에 돌입했다. 그러나 파업은 다음날 철회됐다. 파업 이틀 째인 6월 9일(일) 사측은 성실히 교섭에 임하기로 합의해 왔고, 노조는 파업을 임시 철회했다.

이때 합의된 사항은 다음과 같다. ▲매각된 노선에 소속돼 있는 근로자 전원(26명)을 고속노선에 합리적이고 공정하게 전환 배치하고, ▲광역근무제도와 고속 통상임금 및 휴일가산수당, 재직자 정년연장, 임금인상 등에 대해서는 2013년 6월 말까지 노사가 성실히 교섭하며, ▲고속근무는 18일 이상 차별없이 균등하게 배치하기로 합의서를 체결했다. 

그러나 교섭은 지금까지 난항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측은 “소송이 진행되는 한 회사의 위기도 계속”된다며 먼저 소송을 중단할 것을 노조 측에 요구하고 있다. 교섭이 정체되는 원인이 바로 소송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통상임금을 비롯해 모든 임금 소송을 제소하지 않는 것에 합의해 줄 것과 임금 총액의 증감 없이 임금의 구조를 변경하는 안 등을 요구했다.

하지만 노조는 먼저 교섭이 성실하게 이행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총액의 변화가 없는 임금구조 변경에 대해서도 수긍하지 못했다. 각종 수당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면 임금총액이 늘어야 한다는 게 노조의 입장이다.

처우개선 요구로 시작, 그러나 노조탄압에 대한 저항으로

삼화고속 파업사태가 불거지기 시작한 시점은 2011년 4월부터다. 1966년 ‘삼화교통’이라는 이름으로 설립된 이래 삼화고속은 노사 간의 잡음이 거의 없이 평온한 분위기에서 운영돼 왔다. 삼화고속으로 이름이 바뀐 것은 1993년이다. 이 무렵만 하더라도 삼화고속 승무원들의 근무조건은 버스업계에서 둘째 가면 서러울 정도였다고 한다. 

올해로 근속 20년을 넘긴 김은용 사무국장(공공운수노조 삼화고속지회)은 당시만 해도 주변에서 “능력 있는 남편, 돈 잘 버는 남편”이라는 말을 종종 듣곤 했다고 회상했다. 이러한 아성이 무너지기 시작한 것은 현 대표이사가 경영을 물려받으면서부터였다고 한다. 임금협정도 사측에 유리하게 이루어졌고, 그 과정도 불투명했다. 물가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상황에서도 임금은 평행선을 그렸다.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싶어도 노조위원장의 눈 밖에 나 불이익을 받을까 용기를 내기도 어려웠다고 한다.

결국 2011년 봄, 노조는 민주노총으로 조직형태를 변경하기에 이른다. 노동자로서 승무원들의 권리를 찾기 위한 결단이었다. 새로운 집행부가 들어서고 가장 먼저 진행된 것은 단체협약(단협)에 대한 협의였다. 그러나 단협은 이미 2010년에 구집행부에서 체결한 상태였다. 사측은 단협이 2년에 1회씩 진행된다는 이유를 들어 이를 거부했다. 

노조는 사측의 주장을 승인하는 대신 임금교섭을 요청하고 9차 교섭까지 진행했지만, 6월 7일 실시하기로 한 10차교섭에 사측의 불참으로 결렬되고 만다. 이렇게 시작된 노사간의 줄다리기는 그해 10월 10일 총파업으로 이어졌다. 

파업은 11월 15일 37일만에 타결됐다. 이날 노사가 합의한 내용은 ▲광역버스 노선 격일 근무에서 1일 2교대 근무로, ▲고속버스는 4일 근무 2일 휴무를 원칙으로 하고 조합원이 원할 경우 3일 근무 2일 휴무를 허용하는 것으로 정했다. 

그리고 임금 인상도 이루어졌다. 광역버스는 통상임금 기준으로 240만원에서 260만원으로, 고속버스는 시급 4.5% 인상하는 것으로, 야근수당은 근로기준법에 따라 지급하기로 결정됐다. 이날 노조는 조합원 찬반투표를 실시해 찬성표 93%를 얻어 합의안을 가결했다. 

그러나 합의는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 일단 소정근무일수를 채우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승무원들은 실질적으로 합의된 급여보다 삭감된 급여를 받을 수밖에 없게 됐다. 근로기준법에 의하면 휴무가 사측의 귀책사유로 인한 것일 경우 해당 일의 급여를 70% 이상 보장해주어야 한다. 하지만 사측은 일방적으로 휴무를 배정하고 이를 무급으로 처리했다. 승무원들이 소정근무일수를 채우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 원인은 바로 감차운행 때문이다. 1)

삼화고속은 노조와 합의한 사항을 이행하지 않은 문제뿐만 아니라 주휴일가산수당 등 근로기준법에 정해 놓은 규정조차 위반하기까지 했다. 현재 주휴일가산수당은 사측의 항소로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하지만 이미 노동청에서 지급 명령이 결정된 사안이라고 한다.

2012년 4월 13일부터 노조는 회사에 교섭을 요청하고 임·단협을 개시하기 시작했다. 6월까지 7차에 걸쳐 교섭이 진행됐지만 이렇다 할 진척을 보이지 못한 채 노조는 6월 15일 인천지방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신청서를 접수했다. 그리고 6월 29일 조정은 중지돼고, 다음 달 7월 4일 조합원 쟁의행위 찬반투표가 진행되기에 이른다. 

사측은 이번에도 교섭에 불성실로 일관했다고 한다. 그리고 경영상의 문제를 내세워 꾸준히 노선을 줄여왔다. 작년 9월 4일에 열린 제 8차 특별교섭에서는 노조의 고용안정 요구는 묵살되고 사측은 ‘구조조정 협의회 구성’을 제안해왔다. 또 다시 교섭은 결렬되었고, 노조는 승무원의 처우 개선을 넘어 투쟁의 기조를 노조탄압에 맞서는 방향으로 선회하기 시작했다.  

노조가 민주노총으로 조직변경을 한 이후 사측은 쉽게 납득할 수 없는 행보를 보여왔다고 한다. 가장 두드러진 점은 노선반납이나 폐기, 매각 등이 종종 진행됐다는 점이다. 또, 매월 새로 채용되는 직원이 5~6명 이상이었지만, 민주노총 이후 새로 채용된 직원이 없다. 김성오 교섭위원은 이에 대해 사측이 의도적으로 직원을 감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고나 정년 등으로 사직하거나 퇴직하는 직원을 감안하면 매월 신입직원을 5, 6명 정도 채용해야 합니다. 그런데 민주노총이 들어선 이후, 신입 채용이 없었어요. 이런 식으로 감축된 인원만 150여 명입니다. 또, 노선을 없애면 적지 않은 인원이 구조조정될 수밖에 없습니다. 1개 노선에 배정된 버스가 10대라고 가정하면, 1일 2교대일 경우 버스 한 대에 두 명의 승무원이 필요하죠. 그래서 1개 노선이 없어질 경우 20명이 구조조정되는 겁니다. 노조에서는 이를 두고 ‘사측의 계획된 해고’라고 말합니다.”

복수노조 제도가 시행된 이후 여러 개의 노조가 난립하는 문제와 더불어, 구조조정 등은 노조의 세력을 약화시킬 수밖에 없다는 게 노조 측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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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임의 감차운행은 승객의 권리를 훔치는 짓-삼화고속 감차운행, 이용객 피해 적지 않다" <인천in> 2013.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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