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로사 노동자, 산재여부 판단에 과로사실 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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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로사 노동자, 산재여부 판단에 과로사실 누락"
  • 강창대 기자
  • 승인 2013.07.23 13: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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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노동자권리찾기사업단, 판정보류 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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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남동공단을 관할하는 근로복지공단 경인지역본부

 
올 3월, 남동공단 입주업체인 아모텍에서는 2명의 노동자가 뇌심혈관계 질환으로 사망한 일이 있었다. 이들 가운데 고(故) 임승현 씨(31)는 지난 5월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과로와 스트레스로 인한 산재를 인정받았다. 그리고 임씨가 과로로 숨진 지 열흘 뒤, 이번에는 연구개발부서에서 일하던 관리직 노동자 고 권태영 씨가 임씨와 유사한 뇌심혈관계 질환으로 사망했다.

그런데 권씨는 지난 7월 17일 산재 불승인 판정을 받았다.  ‘인천 노동자권리찾기 사업단’(이하 사업단)은 이에대해 “사실과 다른 근거로 심의됐다”며 권씨에게 내려진 산재 불승인에 대해 판정 보류를 요청했다.

사업단이 제시한 자료에 의하면 권씨가 사망하기 바로 전까지 ▲만성적, 또는 단기적 과로에 시달렸고, ▲업무량 및 책임의 변화와 ▲돌발상황 등이 권씨의 건강상태를 악화시켰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모텍에서 작성된 ‘사업주 문답서’에는 이와 같은 사실이 누락됐다. 사업주 문답서는 산재판단의 중요한 준거가 된다. 따라서 사업단은 누락된 사실들을 제시하며 산재 불승인 판정을 보류할 것을 요청했다.

출퇴근카드 기록에 따르면 권씨는 20주 동안 주당 조기출근과 연장근무 등을 포함해 평균 60.5시간을 근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권씨는 사망하기 전 한 달간에도 과로에 시달려야 했다. 사업단이 제시한 자료를 보면, 이 기간 동안 주당 근무시간이 14시간 늘었고 휴일이 2일 감소하는 등 업무시간이 31%나 증가했다. 하지만 사측은 이 부분 역시 축소하거나 누락시킨 것으로 보인다. 현행 근로기준법상 법정근로시간은 주당 40시간이다.

2012년 11월에는 같은 부서 상급자가 타지역으로 발령이 나 부서의 인원이 줄었다. 권씨는 어쩔 수 없이 상급자 몫의 업무까지 떠맡아 주당 60~70시간을 근무했다. 이 때문에 업무량만 는 것은 아니었다. 책임과 권한 등이 확대됨으로써 권씨를 짓누르는 스트레스 강도 또한 높아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것이다.

3월 20일 새벽, 권씨가 사망하기 바로 전날 돌발상황으로 볼 수 있는 정황도 있었다. 권씨는 3월 19일 저녁 6시에 퇴근해 부서원과 배드민턴을 치고 저녁에 간단한 술자리를 가졌다. 그런데 8시경 대표이사(부사장)의 호출로 과장급 이상의 관리자들과 2차 술자리를 갖게 된다. 사측은 동료들끼리의 사적인 술자리였다고 하나, 회사 임원들과의 술자리가 권씨 개인에게는 결코 가벼운 자리가 아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아모텍에서 과로로 산재를 당한 사람이 임씨와 권씨 만은 아니다. 올해 1월에 뇌경색으로 쓰러져 한 명이 요양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아모텍은 국내외 굴지의 대기업에 핸드폰 부품을 납품하는 곳으로 직원이 1천여 명에 이르는 중견기업이다. 과로로 사망자가 연이어 발생하자 하청제조업체의 고질적인 근로환경이 사회적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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