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슬아슬' … 혼전 속 서로 '바람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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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슬아슬' … 혼전 속 서로 '바람몰이'
  • 이병기
  • 승인 2010.05.13 05:0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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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지방선거-여기가 격전지] 인천 중구


중구청장을 뽑는 6.2 지방선거에서는 인천역 주변의 도시재생사업이
중요한 쟁점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취재: 이병기 기자

여권성향이 강한 인천에서도 유독 보수진영의 지지율이 높은 중구. 도서지역과 높은 연령층으로 지난 1995년 민선 이래 모두 여당 후보가 당선됐다. 하지만 이번 6.2 지방선거에서는 여당-야당-무소속의 '3강 구도'로 한 치 앞도 점치기 어렵다.

중구청장 예비후보로는 한나라당 박승숙 현 중구청장과 민주당 김홍복 중구농협 조합장, 무소속 노경수 인천시의회 1기 부의장이 치열한 승부를 펼치고 있다.

중구 최대의 관심사는 한나라당에서 탈당해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노경수 예비후보의 선전이다. 얼마 전 한 지역신문 여론조사에서도 나타났듯, 노경수 예비후보의 출마로 한나라당 표가 분산되면서 김홍복 예비후보가 여론조사에서 근소한 차이로 박승숙 예비후보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캠프에서는 "단 200표로도 승부가 갈릴 수 있다"고 예상한다. 그래서 세 후보 모두 쉴 새 없는 선거운동을 펼치고 있다. 

중구청장을 놓고 벌이는 후보들의 전략과 민심은 어떤가? 

박승숙, 지역 자체 여권 지지도 높아

현재까지 유리한 고지에 올라 있는 것으로 예상되는 박승숙 예비후보. 여권성향이 강한 중구에서 한나라당의 공천 자체가 이미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함께 생활했던 노경수 전 인천시의회 부의장의 무소속 출마로 안개속을 걷고 있다.

이에 박승숙 예비후보 측은 "보수층의 표가 무소속으로 분산될 경우 '사표'가 될 수 있어 야권에서 당선될 수 있다는 점을 유권자들에게 강조한다"는 전략이다.

캠프 관계자는 "선거가 다가올수록 야권에서 당선될 수 있다는 보수층의 불안감이 박승숙 후보를 선택하는 흐름으로 바뀔 것으로 보고 있다"며 "민주당 김홍복 후보의 경우 당 지지도와 농협 관계자 등 고정된 지지율이기 때문에 표심의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일부 주민들은 박승숙 현 구청장에 대해 "잘한 것도 없지만, 크게 잘못한 것도 없다"며 "무난한 구정을 펼쳤다"는 여론이다.

자유공원에서 만난 70대 노인 3명도 한결같이 "여권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한나라당에서 정권을 잡은 지 2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도 야당은 반대만 하며 국정을 어지럽게 하고 있다"며 "예전엔 없었지만, 이명박 정부에서부터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수당을 지급하는 등 10년은 더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비록 구청장이나 시의원, 구의원들은 누가 나오는지 잘 알지 못하지만, 일률적으로 여권에 표를 몰아주겠다고 밝혔다.

또 다른 단점으로 지적되는 것은 다른 후보들에 비해 높은 연령이다. 1937년생인 박 후보는 올해로 73세. 4년 임기를 마치게 되면 77세로 여든을 바라보게 된다.

캠프 관계자는 "우리도 우려하고 있는 부분"이라며 "그러나 후보와 함께 활동해본 사람이라면 나이에 비해 정열적으로 일한다는 것을 알 수 있고, 젊은 보좌관들도 후보를 따라가기가 쉽지 않다"고 답했다. 그는 "오히려 박 후보의 인맥이나 국가 정책적 노하우 등은 다른 후보들에 비해 뛰어나기 때문에 단점을 강점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며 연륜과 경륜을 강조한다.

박 후보 측은 주요 공약으로 구도심 재개발 재건축 사업을 내세우고 있다. 이들은 "중구의 경우 12곳 이상이 재개발 재건축 사업 지구지정으로 돼 있어 주민 입장에서 개발이 진행될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하겠다"며 "일부 지역에는 도시재생사업 반발로 민감한 부분이 있지만, 주민 자체적인 조합에서 개발이 이뤄지는 방식으로 의견을 적극 수렴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또 지역 상권의 활성화도 주요 공약으로 꼽고 있다. 박 후보측은 "구도심 활성화를 위해서는 인구가 유입돼야 하기 때문에 앞서 말한 재개발, 재건축 사업으로 인구를 늘리고 자체적인 상권을 형성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캠프 관계자는 "현역 청장으로 4년간 구정을 이끌면서 진행했던 사업들이 결실을 거두는 매듭단계에 와 있다"며 "박 후보가 벌인 사업들을 마무리하는 차원에서 힘을 얻을 수 있도록 시민들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홍복, 중구농협 조합장 7년간 4선 역임

처음으로 중구 야권 단체장에 도전하는 김홍복 예비후보는 7년간의 중구농협 조합장 활동이 가장 큰 장점이면서 한계로 꼽히고 있다.

초대 구의원을 지내고 7년 동안 중구 농협 조합장 4선을 역임한 김홍복 예비후보는 어느 정도 탄탄한 조직력을 갖췄다는 평이다. 여기에 기본적인 야권 성향의 표를 합치고 한나라당의 분산된 표를 잘 이용하면 승리가 가능하다는 본다.

또한 여권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 변화도 한 몫을 하고 있다.

북성동에서 장사를 하는 오모(36)씨는 "동네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지난 선거는 보수 일색이었던 반면 이번 선거는 30대 전후반 대부분이 야권을 선호하고 있다"며 "그 중에는 정치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있지만 한나라당이 정치를 잘했단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런 젊은 유권자들의 성향은 기초단체장을 넘어 인천시장 선거에서도 야권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인천역 주변 등 중구 일부 지역이 인천시의 도시재생사업 지구로 지정된 이후 주민 반발로 철회된 바 있어 안상수 후보에 대한 주민들의 반발심이 여전히 남아 있다.

또 최근 들어 인구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영종 신도시의 경우 인천공항 근로자 가족이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비교적 진보성향이 높은 젊은층의 인구 유입도 야권의 기회로 작용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고령 인구가 높은 중구는 여전히 보수 지지층이 높은 지역이어서 야권 기초단체장 당선은 예측하기 어렵다. 상대적으로 20~30대의 투표율이 낮은 것도 '위험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3천표 정도를 김홍복 후보가 중구 농협 조합원과 그 가족들을 통해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제외하면 뚜렷한 '충성도' 높은 지지층이 다른 후보에 비해 부족하다는 점은 한계로 꼽히고 있다.

김홍복 후보 캠프 관계자는 "김 후보가 내세우고 있는 '경영 전문가'란 명칭은 직접 붙인 것이 아니라 조합장을 역임하면서 뛰어난 성과를 보여 시민들이 지어준 말이다"라며 "처음에는 중구농협 자본금이 전국에서 꼴찌를 기록했지만 현재는 3위를 이어가고 있어 조합원들이 '이번에는 중구를 살리라'라는 주문을 해 후보에 나서게 됐다"고 밝혔다.

김 후보는 주요 공약으로 '지역경제 활성화'에 비중을 두고 있다. 캠프 관계자는 "신포동의 경우 예전보다 상권이 상당히 줄었고 주차시설도 열악한 실정"이라며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해 신포동에 주차타워를 만들어 시민들이 편하게 시장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노인층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전담기구 창설과 공공 근로사업 확대 시행, 장애인들 일자리 충출 및 자립시설 지원 등 다양한 공약들로 '모두가 행복한 복지 중구'를 만든다는 전략이다.

캠프 관계자는 "산적한 구정 현안들을 빠르고 정확하게 해결하기 위해 시민단체를 비롯한 대학생, 일반인, 소상공인 및 각계 인사들로 구성된 중구발전위원회를 마련하겠다"며 구민들을 직접 만나는 창구를 늘려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을 미루지 않고 즉시 해결할 수 있도록 구민들의 편익을 도모하겠다"고 밝혔다.

노경수, '민원 해결'로 승부

무소속으로 출마한 노경수 전 인천시의회 부의장도 무시하지 못할 '복병'으로 거론되고 있다.

노 후보는 얼마 전 한나라당 부설 여의도연구소에서 인천 중구청장 후보를 선출하기 위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4명의 공천 신청자 중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구의원을 포함한 11년간 의정활동 경험도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노 후보가 발의한 '인천시 공항고속도로 통행료 지원조례'는 영동도와 용유·무의도 주민들에게 큰 호응을 받아 지지층을 확보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밖에 연안동 라이프, 연안, 항운 아파트의 경우 멸실요건을 단축해 이주 시기를 앞당겨 주민들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인천역 도시재생사업 반대 운동에 참여했던 한 시민은 "당시 노 후보가 도움을 많이 줬기 때문에 이번 선거에서 구청장으로 투표할 생각"이라며 "함께 도시재생사업 반대 운동을 했던 일부 사람들도 노 후보를 지지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노경수 후보 캠프 관계자는 "시의원 활동을 하면서 중구 뿐만 아니라 인천 전 지역에서 주민들의 욕구를 시정에 반영하려다 보니 '민원 해결의 달인'이란 별명도 지어졌다"며 "노 후보가 중구 나선거구 시의원이었지만, 중구 모든 지역을 아우르는 활동을 펼쳐 왔다"고 말했다.

캠프 관계자는 "노 후보가 한나라당이었지만, 현재 무소속 출마 이후 실시된 여론조사를 보면 민주당을 지지하는 유권자 중에서도 노 후보를 선택하고 있다"며 "아직까지는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부족하기 때문에 투표일 전까지 부지런히 유권자들을 찾아가 지지를 호소하는 것이 주요 전략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역시 '무소속'이란 점이 최대 걸림돌이다.

보수 지지층이 높은 노령인구의 경우 사실상 번호 순으로 후보를 결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직접 발로 뛰며 번호 대신 '노경수'를 유권자들의 머리 속에 주입시키는 것이 승패 여부로 떠오르고 있다. 또 사표를 우려한 보수 유권자들이 한나라당 공천을 받은 박승숙 후보로 갈아탈 수 있다는 점도 불안 요소로 떠오른다.

노경수 후보는 주요 공약으로 중구의 도심 재개발을 제안했다. 노 후보 캠프 관계자는 "중구는 도시형성이 100년이 지나면서 주택과 건물이 낙후되고 불량한 상태가 되어 도심 공동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며 "이는 도심의 명문 학교들의 폐교와 이전을 촉발해 지역의 교육 여건을 떨어트리는 등 주민 삶의 질을 저하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획기적인 주거환경개선과 대폭적인 도시기반시설 확충이 뒤따라야 하며, 업무·상업·관광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며 "답동·도원동·송월동 등 슬럼화가 진행 중인 구시가지 개발이익을 주민 몫으로 돌리고, 차이나타운·월미도·연안부두 연계 등으로 서민경제가 부활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3강 구도' 박빙 예상

지난 2006년 5.31 지방선거에서는 약 7만2천명의 선거인 중 3만4천여명이 투표해 47%의 투표율을 보였다. 이번 6.2 지방선거 선거인 수 역시 7만2799명으로 지난 선거와 큰 차이가 없다. 약 50%의 투표율을 보인다고 가정하면 투표자  수는 3만6천여명으로 예상된다.

4회 지방선거에서는 한나라당 박승숙 후보가 52%, 1만7천여표를 획득해 구청장에 당선됐다. 당시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등 진보진영에서 2명의 후보가 출마했으나 두 후보의 표를 합해도 박승숙 후보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이상용 열린우리당 후보는 22%, 7천여표를 얻었으며, 김기성 민주당 후보는 19%, 6천여표를 획득했다. 무소속으로 나선 신현승 후보는 7%, 2천여표를 기록했다.

일각에서는 세 후보 각각 1만~1만4천표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김홍복 후보의 경우 중구의 야당 지지율 30%와 중구농협 조합원 3000여명 중 지지자, 친인척 표까지 더한다면 1만2천표 이상 획득이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박승숙 후보가 4년 전에는 1만7천여표를 얻었으나 무소속으로 출마한 노경수 후보로 인해 표가 분산될 경우 적게는 2천에서 많게는 4천표 이상 떨어질 수 있다고 본다. 나머지를 노경수 후보의 표로 가정하면 예상 투표인수 3만6천여명의 표를 세 후보가 비슷하게 가져갈 수 있어 아주 적은 차이로도 승부가 갈릴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인천의 중심으로 자리잡아 오던 중구에서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지 관심이 모아진다.

누가 뛰나?

구청장

박승숙(한, 72), 김홍복(민, 57), 허규(미, 61), 노경수(무, 60)

박승숙(한)김홍복(민)
















허규(미)노경수(무)













시의원

▲중구1 김환(한, 66), 안병배(민, 53), 민근홍(무, 44) ▲중구2 김정헌(한, 44), 이태호(민, 48), 박현조(무, 60)

김환(한)안병배(민)민근홍(무)















김정헌(한)이태호(민)박현조(무)













구의원

▲중구(가) 이승언(한, 67), 임관만(한, 49), 전경희(한, 41), 김철홍(민, 58), 박길정(무, 65) ▲중구(나) 김대영(한, 59), 김재기(한 59), 김창복(한, 67), 하승보(민, 58), 김형진(민, 52), 김규찬(진, 48), 최규영(무, 66), 이정재(무, 44), 신병우(무, 56)

한= 한나라당, 민= 민주당, 진= 진보신당, 미=미래연합, 무= 무소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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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나라 2010-05-10 19:45:42
중구의 상황을 정확히 궤뚫은 기사로 보입니다.
수고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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