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해산 심판 청구를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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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진보당 해산 심판 청구를 바라보며
  • 최재성
  • 승인 2013.11.14 06:4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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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칼럼] 최재성 / (주)생활나눔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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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5일 정부가 정홍원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 의결을 통해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청구안을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오해가 있을까 싶어 미리 밝히지만 필자는 통합진보당 당원이 아니며 오히려 이 정당이 비상적인인 행태를 보여 왔다는 입장이다. (이 문장을 쓰면서 많이 주저했고 많이 서글펐다.)
이제 정부로부터 청구를 받은 헌법재판소는 180일 이내에 선고를 내릴 것이다. 헌법재판관 9명 중 6명 이상의 찬성으로 정당 해산이 결정될지 아니면 각하될지는 헌법재판소의 몫이겠으나 그 결정 여부에 상관없이 필자는 나라 꼬락서니에 씁쓸함을 느낀다.
먼저, 대통령이 외유중인 상태에서 국무총리가 국무회의를 주재하여 헌정 역사상 처음으로 정당 해산 심판을 청구하는 모습은 상식적인가? 국민의 정치적 의사가 결집되어 있는 한 정당을 해산하는 일을 정식 안건도 아니고 비상 안건으로 상정하고, 유럽 순방중인 대통령이 전자결재로 처리하는 모습은 유치하고 졸렬하다. 정 총리는 “사안의 중대성과 시급성 때문에 즉시 처리하는 게 좋다고 판단했다.”고 하지만 중대한 사안일수록 신중하게 판단해야하는 것 아닌가? 그리고 그렇게 시급하고 중대한 문제가 있을 때 대통령은 외유를 하나?
우리나라에서 정당이 해산된 사례는 이승만 정부가 행정처분으로 조봉암 선생의 진보당을 해산시킨 이후 박정희의 5.16과 전두환의 12.12 이후 모든 정당을 해산시킨 정도가 있다. 모두 초법적이며 반헌법적인 사례이다. 법무부가 예로 들었던 독일공산당의 사례는 1951년으로 60여 년 전 일이고, 터키복지당의 사례 또한 지극히 이례적인 경우에 해당한다. 이번 해산 심판 청구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경우이며, 달리 말하면 세계적인 망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정부는 법무부에 태스크포스 팀을 두고 두 달 동안 이 문제를 심도 있게 검토하고 분석하였다고 설명하지만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대목이 한 둘이 아니다. 정부의 기본논리는 ‘종북세력(NL)이 통합진보당을 장악하고 북한의 지령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 통합진보당의 최고 이념인 ‘진보적 민주주의’는 북한의 주장과 일치하며 궁극적으로 사회주의를 추구하는 이념이다. 이석기 의원과 RO조직의 내란음모 사건에서 보듯 당의 활동이 반국가적이다.‘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러나 몇 몇 개인이 아닌 통합진보당이라는 정당이 북한의 지령을 받고 있다는 명확한 근거는 제시하지 못하고 있으며, 내란음모가 통합진보당 전체의 활동으로 판단되기는커녕 이석기 의원과 RO조직의 내란음모 혐의에 대해서도 아직 사법적 판단이 내려지지 않은 상태이다. 통합진보당이 정당 등록을 할 때나 지난 총선을 치를 때에도 문제 되지 않았던 강령이 이제 와서 문제가 되는 점도 이해하기 어렵다. 사상 유래 없는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과 선거 부정을 덮고, 내년 선거구도에서 유리한 지형을 형성하기 위해 공안몰이를 한다는 주장이 보다 더 설득력 있게 들리는 것은 필자뿐인가?
통합진보당 문제를 헌법재판소에 넘기는 모습을 보며 하나 더 씁쓸한 것은 정치로 풀려야하는 문제를 헌재에 넘겼다는 점이다. 정당은 민의를 대변하는 곳이며 정당의 탄생과 소멸은 국민에 의해서 결정되어야 한다. 정당의 해산을 헌법에 명시하고 있는 이유도 자유로운 정당 활동을 보장하기 위해서이고, 정당의 존립을 국민이 결정하기에 세계 여러 나라에 꼴같잖은 정당들이 손가락질을 받으면서도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통합진보당이 종북 세력이며 반헌법적인 강령으로 국가전복 행위를 하고 있다면 선거에서 국민이 선택하지 않을 것이며 자연스럽게 소멸할 것이다. 우리 국민은 순진하고 무식해서 종북 세력의 실체를 보지 못할 수도 있어 사전에 ‘오염을 차단’해야 한다는 주장은 국민 기만이며 국민 모욕이다. 이렇게 모호한 기준으로 정부가 마음에 안 드는 정당을 해산시킬 수 있다면 그 다음은 마음에 안 드는 다른 정당, 마음에 안 드는 시민단체, 그리고 마음에 안 드는 나와 이웃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은 비합리적 의심일까?
“나는 당신의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러나 당신이 그 말을 할 수 있는 권리를 지키기 위해 사력을 다해 싸울 것이다.- 볼테르”
통합진보당의 종북 논란에서도, 이석기·김재연 의원의 제명 시도에서도, RO의 내란음모 사건에서도 이 말이 떠오르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제 “하필 내가 왜 통합진보당을?”이라는 씁쓸함을 안고서 그래도 민주주의는 지켜야하지 않나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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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hkdcks 2013-11-15 12:06:56
종북이 확실하고 당원 모두가 종북자라면 해산이 맞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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