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 '달챙이숟가락' 첫 수필집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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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 '달챙이숟가락' 첫 수필집 발간!
  • 배천분 시민기자
  • 승인 2013.12.17 19:1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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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삶의 열정, 다이아몬드 같은 인생 이력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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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년 <월간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한 유로 수필가의 『달챙이숟가락』 첫 수필집이 발간되었다. 등단 11년 만에 첫 책을 엮었으니 과작(寡作)인 셈이다. 그만큼 작품의 완성도를 고민하는 작가이기도 하다.
 수필집 『달챙이숟가락』은 크게 5부로 구성되어 ‘아름다운 배경’, ‘아줌마들 케브리카 타다’, ‘트리밍 자’, ‘꽃상여’, ‘왼손의 고백’, ‘소나무와 잣나무처럼’, ‘무쇠솥’, ‘어머니의 앞치마’, ‘새벽의 소망’, ‘보호소 그 여자’ 등의 수필을 수록하고 있다.
 
“남을 해하거나 폐를 끼치며 살면 안 된다. 사람으로 태어났으니 그저 베풀며 살아야지.”
 
엄마가 평상시에 하시던 말씀을 작은 숟가락 하나에서도 새삼 깨닫게 된다. 또 베풀며 살아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달챙이숟가락처럼 닳아지는 자기 모습에 보람을 느끼는 것이 더 값진 일이 아닐까라는 생각과 함께, 어느 고서에서 읽었던 문구를 음미해 본다.
 
“은혜를 베풀되 보답을 구하지 말고, 남에게 무엇이든 주었거든 후회하지 말라”
(恩施勿求報 與人物追悔)
 
 하나의 이름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아름다운 것이 아닐까. 어디에 의미를 두든지 가치를 논할 수 없는 것들이 이 세상에는 너무도 많다. 나는 오늘 달챙이 숟가락을 닦으며 내 마음을 닦아낸다. (유로의 수필집 ‘달챙이숟가락’ 수필의 일부)
 
 표제작인 「달챙이숟가락」은 감자를 까거나 누룽지를 긁거나 과일을 긁어먹어 닳아빠진 숟가락을 일컫는다. 감자 까는 칼이 나오면서 자연스럽게 사라져버린 우리네 가정의 유산 달챙이숟가락을 회억하면서 작가는 지문이 닳아버려 주민등록증을 만들 때 난감해하던 어머니를 떠올린다.
 
 고되고 험한 농사일과 집안일에 손바닥은 거북이 등처럼 쩍쩍 갈라지고 손톱은 미처 자랄 새 없던 어머니는 지문을 살리기 위해 손가락을 헝겊으로 싸매고 골무까지 끼워가며 애를 썼다. 작가는 숟가락 축에도 못 끼는 달챙이숟가락과 당신 몸을 돌보지 않고 끊임없이 애정을 떠주던 어머니를 통해, 베풀며 살아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닳아 없어지는 자신이 모습에서 보람을 느끼는 자기희생의 메시지와 함께 사물의 신화적 의미까지 확대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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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평론가 문광영 교수(경인교육대학교)는 “유로의 작품은 자연과 사물에 대한 친화력이 높고, 물아일체, 교감 등 생명적 촉수가 활발하다. 그녀에게 있어서 원초적 자연추구나 고향에 대한 회귀의식, 모성애적 그리움은 모두 동질의 코드로서 충만한 삶의 생명의식과 연결되어 있다.” 라며 「몽당빗자루」 「프린스의 변」 등에서 나타나는 생명적 교감은 그녀의 수필에서 큰 무기라 할 수 있다고 평론했다.
 
 유 작가의 수필에서 기억의 복원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특히 「무쇠솥」은 어머니의 걸쭉한 입담과 풍자를 통해 복원되는 아버지가 등장하는데, 둔통 같은 울림이 오래 지속되는 작품이다. 단지 ‘받아쓰기’만으로 탄생한 걸작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또한 「바가지」 「어머니의 앞치마」 「어머니의 뜰」 「등신」 등의 작품에는 독자가 끼어들어 말하지 않고는 못 배기게 하는 매력이 있다. 『달챙이숟가락』은 유로의 것이지만 우리 모두의 것이다. 일방통행이 아닌 양방통행 수필인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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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로 작가는 “보잘것없는 일상에서 느낀 감동을 받아 적었다. 시시콜콜한 가족애와 상처에 굴하지 않는 마음은 솔직한 내 모습을 노출 시켰다. 첫 작품집이라는 부담감에 제외시켰던 작품을 하나하나 다시 밀어 넣으며 좌절의 쓴맛을 보기도 했다.”라며 수필집이 나올 수 있도록 가족과 애정으로 응원해준 문학동인께 감사하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유로 수필가는 현재 굴포문학회, 인천문인협회, 한국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시어머니를 10년 모시고(말년에 약간의 치매와 신체장애로 휠체어 신세를 짐) 현재 중풍으로 몸 못 가누시는 친정어머니 4년째 모시고 살고 있다. 지난 11월 30일 교회에서 불우이웃돕기 행사를 가진 다문화가정 후원 <스토리가 있는 특별한 음악회>에서 책 50권 기증, 수입금 전액을 후원했다.

우리 문단에서 잘 쓴 수필은 많아도 좋은 수필은 흔치 않다. 유로 작가의 수필은 형식이나 기교보다 외적 풍경에 대한 작가 특유의 깊이 있는 내면의식이 살아 숨 쉰다. 남의 눈을 의식해 꾸미거나 가리던 렌즈 안에서 과감히 「렌즈 밖으로」 뛰쳐나가 가식과 허위를 벗어 버리고 무위자연이 되고자 하는 모습은 공감 도에서 빼어나다고 하겠다.
 
그래서 유로의 첫 수필집 『달챙이숟가락』은 한 인간의 고뇌와 역경, 뜨거운 삶의 열정과 그리움이 농축된 다이아몬드 같은 인생 이력서이다. 유로의 작품은 자기 조정적 실체의 언어들로 풍요롭고 건강한 삶을 유지시키는 피톤치드가 되기에 충분하다.
그래서 봄날 발가락을 꼼지락대며 일어서는 연둣빛 새싹처럼 독자들의 마음 밭을 싱그럽게 가꾸어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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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하선 2013-12-18 21:34:41
유로작가님 수필집 '달챙이 숟가락'출간을 축하드립니다.
배천분 기자님 기사 잘 보았습니다.
모두들 행복한 시간들 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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